브라이다(Braida), 바르베라를 재발견하다

사람과의 만남에서건, 와인과의 만남에서건 ‘첫인상’이라는 건 굳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 해도 이후 관계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와인과의 첫만남 후, 이름과 레이블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리스트에 올라가있는 와인들이 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라이다(Braida)의 일 바치알레(Il Baciale) 역시 그런 와인 중 하나였다. 레이블에 세련된 서체로 배열된 ‘Il Baciale’는 ‘중매쟁이’라는 재미있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피에몬테 지방의 방언이라고 한다. 스파이시한 풍미와 부드러운 여운 덕분에 맛 또한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바르베라(Barbera)를 잘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유명한 브라이다는 최근 새로운 수입사를 만났다. 그리고 지난 3월 8일 무학주류에서 주최한 와인 메이커스 디너에는 와이너리의 오너인 라파엘라 볼로냐(Raffaella Bologna)가 방문해 브라이다를 소개하고 6가지 와인을 함께 시음했다.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일 바치알레 외에도, 각각 다양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브라이다 와인들의 개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브라이다의 창의적 행보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브라이다는 1961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에 세워졌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10대 와이너리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 것은 창업자 자꼬모 볼로냐(Giacogo Bologna)의 열정 덕분이다. 현재 오너인 라파엘라 볼로냐의 선친인 그는 와이너리 설립 당시에 저평가되고 있던 바르베라의 품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작은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바르베라가 더욱 맛있게 생산된다는 것을 알고 피에몬테에서 가장 먼저 프렌치 오크를 사용했으며, 바르베라를 가장 좋은 토양과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서 재배해 그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바르베라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를 이탈리아의 와인메이커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기도 했다.
브라이다의 남다른 시도는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품질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와인 박람회인 빈이탈리(Vinitaly)가 선정한 ‘최근 30년간 이탈리아 와인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12개 와이너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 평가 매체인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로부터는 10년 이상 ‘3 glass’ 만점을 받는 등 품질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베라를 향한 뜨거운 예찬
한국에서 여러 차례 와인 메이커스 디너를 진행해온 라파엘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뤄낸 브라이다의 명성은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 말했다. 그녀는 “내 몸에는 바르베라가 흐르고 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바르베라 예찬’을 이어갔다.
피에몬테 지역 포도 생산량의 50% 정도를 차지해 네비올로와 함께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꼽히는 바르베라는 소박한 스타일이지만 잘 숙성시켜 잠재력을 끌어내면 묵직하고 중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특유의 강한 신맛은 식욕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며, 다양한 음식과의 매칭에서도 훌륭한 조화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산미가 강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이것이 바르베라의 장점이 되었다. 이런 인식 변화에 브라이다가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현재 브라이다가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와인도 대부분 바르베라 100%이거나 바르베라를 주품종으로 블렌딩한 와인이다.

브라이다 와인들의 흥미로운 스토리
일 바치알레를 ‘중매쟁이 와인’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브라이다의 와인들은 브랜드와 레이블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이를 통해 각 와인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와이너리의 이름은 창업자 자꼬모 볼로냐가 주말마다 즐기던 피에몬테의 전통 게임에서 ‘챔피언’이란 의미의 ‘브라이다(Braida)’라는 닉네임을 가지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라파엘라가 와이너리에서 일상적으로 즐기는 와인이라고 소개한 몬테브루나(Montebruna)는 레이블에 작은 글씨가 모여 디자인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포도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시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 바치알레가 바르베라와 다른 품종들과의 조화를 보여준다면, 몬테브루나는 바르베라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산 정상을 의미하는 ‘브리꼬(Bricco)’와 큰 새를 의미하는 ‘우첼로네(Uccellone)’가 만난 브리꼬 델 우첼로네(Bricco dell’Uccellone)는 은은한 과실 향에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로체타 타나로(Rochetta Tanaro) 지역의 정상에서 수확한 바르베라로 양조한다. 또 브라이다를 대표하는 와인인 아이수마(Ai Suma)는 ‘우리가 해냈다’라는 감탄의 뜻을 담고 있어, 최고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다. 상당히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화려한 풍미가 돋보인다.
브라이다가 내놓은 모스카토인 지 모스카토 다스티(G Moscato d’Asti)는 디저트와 함께 언제든 편안하게 마실만한 와인이고, 옅은 루비 컬러가 아름다운 브라케토 다퀴(Brachetto d’Aqui)는 베리류의 향과 장미향이 오랜 여운을 남겼다. 초컬릿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손꼽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므로, 재배가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품종인 브라케토에서 빚어낸 보물이라 할만했다.


글_ 안미영
사진제공_ 무학주류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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