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루쪼의 대자연이 빚은 와인, 마라미에로

 

이탈리아 와인이라면 일반적으로 토스카나(Toscana)와 피에몬테(Piemonte)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마련. 그런데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와인 산지 중에서도 중동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2월 개최된 중앙와인학술축제에서도 이런 관심을 반영해 중동부 지역의 와인 생산지와 토착 품종에 대한 학술발표가 있었고, 이 지역의 뛰어난 미래 가치에 주목했다. 다른 유명 와인산지에 비해 다소 소외된 느낌이 있었던 중동부 지역의 가치는 지리적 위치와 자연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펜니노(Appennino) 산맥 동편 구릉지대와 해안가에 펼쳐진 이탈리아 중동부 지역은 아브루쪼(Abruzzo), 마르케(Marche), 몰리세(Molise) 등의 산지에서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각종 농산물로도 유명하다.

 

지난 5 17,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브루쪼에 위치한 마라미에로(Marramiero)의 와인을 만날 수 있는 디너가 개최되었다. 마라미에로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6가지 와인들을 시음하는 자리였으며,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수출담당이사 지오바니 끼아바롤리(Giovanni Chiavaroli)가 참석해 마라미에로 와인의 특징을 소개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리적, 기후적 강점이었다. 마라미에로는 페스카라(Pescara)의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해발 3천 미터에 이르는 웅장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래된 포도밭이나 눈 쌓인 돌산 등의 특수한 환경이 포도에 개성을 부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나 트레비아노(Trebbiano) 등의 포도가 고유의 특징적인 풍미를 가지는 이유 역시 아브루쪼의 자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와이너리의 설립자 단테 마라미에로(Dante Marramiero) 1990년대 초 와이너리를 설립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현재는 그의 아들 엔리코 마라미에로(Enrico Marramiero)와 공동창업자인 안토니오 끼아바롤리(Antonio Chiavaroli)가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다. 마라미에로가 소유한 75헥타르의 포도밭에서는 몬테풀치아노, 트레비아노, 페코리노, 피노네로, 샤르도네 등 총 5가지 품종이 재배된다. 대규모 와이너리는 아니지만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현재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번 디너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와인부터 아직 국내에 수입되고 있지 않는 와인까지 총 6종류가 소개되었고, JW메리어트 호텔 올리보 레스토랑의 음식과도 좋은 매치를 이루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아브루쪼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착 포도 품종의 특성을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었으며, 앞으로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브루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6가지 마라미에로 와인을 소개한다.

 

 

마라미에로 브룻 스푸만테(Marramiero Brut Spumante)

부드러운 기포가 인상적인 마라미에로 브룻 스푸만테는 기분 좋은 청량감을 주며, 식전주로 즐기기에도 적당한 와인이다. 전통 샴페인 방식으로 생산된 스푸만테로 36개월 동안 병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된다.

 

페코리노 수페리오레(Pecorino Superiore 2011)

작년 인터내셔날 와인 챌린지(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은상을 수상한 와인으로, 아브루쪼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 페코리노의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페코리노 품종은 양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 페코라(pecora)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고, 양유로 만든 치즈의 이름이기도 하다. 망고와 메론 향을 포함해 가볍고 달콤한 향으로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며, 기분 좋은 산미와 긴 여운을 남긴다. 함께 서빙된 부라타 치즈의 크리미한 질감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푼타 디 꼴레 샤르도네(Punta Di Colle Chardonnay 2008)

언덕에서 가장 높은 곳이란 뜻의푼타 디 꼴레는 마라미에로의 샤르도네가 재배되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 와인은 손수확한 샤르도네를 18개월간 오크 숙성시키고 24개월간 병숙성을 한 뒤 출시한다. 옅은 황금빛을 띠는 페코리노 수페리오레에 비해 푼타 디 꼴레 샤르도네는 보다 짙은 황금빛을 띠며, 컬러와 마찬가지로 진한 시트러스 향에 다소 스파이시한 느낌을 준다. 오크 숙성으로 인한 바닐라향도 우아하다. 트러플 오일이 가미된 파프리카 스프가 함께 서빙되었는데, 샤르도네와 좋은 마리아주를 보여주었다.

 

인칸토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Incanto Montepulciano d'Abruzzo 2009)

해질 무렵 포도 농장의 한 장면이 그려진 레이블은 마라미에로 포도밭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아브루쪼의 페스카라 언덕에서 재배되는 몬테풀치아노는 강건하면서도 밸런스가 좋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화려한 과실향이 생생하게 피어오르는 인칸토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는 2011년 인터내셔날 와인 챌린지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와인이다.

 

인페리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Inferi Montepulciano d'Abruzzo 2007)

명실공히 마라미에로의 아이콘 와인이며, ‘몬테풀치아노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인칸토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와는 달리, 인페리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는 18개월 간의 오크 숙성을 통해 보다 진하고 농후한 맛을 낸다. 다양한 수상 기록이 많은데 특히 2010년 코리아 와인 챌린지(Korea Wine Challenge)에서는 이탈리아 와인 중 최고상을 수상하며,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와인으로 인정받았다.

 

단테 마라미에로 아쿠아비테(Dante Marramiero Aquavite)

이탈리아 최고의 그라빠 양조자 중 한 명인 카를로 고베띠(Carlo Gobetti)의 양조 기술로 탄생했으며, 와이너리의 설립자 단테 마라미에로를 기리기 위해 만든 와인이다. 맑고 투명한 컬러에 63.8%의 알코올로 인해 강렬한 첫인상을 주지만, 높은 알코올을 느끼기 이전에 응축된 몬테풀치아노의 향이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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