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의 가치를 이어가는 와인

칸티나 자카니니


와이너리의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바로 한잔의 와인을 천천히 음미해볼 때가 아닐는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칸티나 자카니니(Cantina Zaccagnini)의 수출 담당 매니저 안젤로 루찌(Angelo Ruzzi) 씨 역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최종 생산물인 와인이야말로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모든 가치와 철학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와인에는 단순히 그 자체의 품질만이 아니라 스태프, 클라이언트와의 상호 신뢰 등 정서적인 요소를 포함한 와이너리의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젤로 루찌 씨는 칸티나 자카니니를 통해 이탈리아 문화와 라이프스타일까지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7월 18일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개최된 칸티나 자카니니 디너는 그의 말대로 와이너리의 철학과 이탈리아, 특히 아브루쪼(Abruzzo) 지역의 문화와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생산지와 포도품종이 다양한 만큼, 각 와이너리의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 그 중에서도 아브루쪼 지역은 건조한 기후에 풍부한 일조량, 시원한 바닷바람 등 이상적인 환경을 갖춘 생산지로 손꼽힌다. 이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라 할만한 칸티나 자카니니는 1978년 로마의 동남쪽 페스카라(Pescara) 지방에서, 현재 와이너리의 오너인 치쵸 자카니니(Ciccio Zaccagnini)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와이너리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지만,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넓은 녹지대가 펼쳐진 아브루쪼 지역 중앙에 자리 잡고, 화학적인 요소들을 배제하며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또한 모든 포도를 와이너리 소유의 빈야드에서 생산한다는 것이 중요한 철칙인데, 그 이유는 포도 생산의 전 과정을 와이너리에서 직접 관장하는 것이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칸티나 자카니니는 총 8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연간 약 5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규모이며, 품질 개선을 위해 외부 양조학자들과 연계해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한 결과 1996년에는 ISO 9002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표는 뚜렷한 개성을 간직하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다. 칸티나 자카니니의 세심함은 패키지에도 표출된다. 일례로 작은 나뭇가지를 병목에 매단 일 비앙코 디 치쵸(Il Bianco di Ciccio) 같은 경우는 해당 빈야드의 포도나무 가지를 병에 달아서 출시해, 자연적인 생산 방식을 중시하고 떼루아를 존중하는 그들의 철학을 표현했다.

또 한가지 칸티나 자카니니의 흥미로운 움직임은 예술을 향한 열정인데, 와이너리 곳곳에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와인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문화 요소인 만큼, 또다른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신진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와인의 품질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자연환경과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칸티나 자카니니의 모토는 와이너리의 철학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생산하는 와인이 뚜렷하고도 포용력 있는 인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빈야드에서 가장 내추럴한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동시에 와이너리 주변을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이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칸티나 자카니니 디너에서는 각 와인과 보나세라의 음식이 훌륭한 매칭을 보여주었다. 청량하고 발랄하거나, 혹은 진한 풍미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던 이날의 개성 있는 와인들을 소개한다.

 

Vino Spumante Aster Extra Dry
트레비아노, 샤르도네, 리슬링을 사용해 오직 매그넘 사이즈로 생산된다. 옅은 볏짚 색깔이 보는 순간 상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풍부한 과일 향과 흰꽃 향기를 느낄 수 있으며 더운 날씨에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식전주이면서도, 테이블 위에서 시간이 흘러도 힘을 잃지 않는 스푸만테이다.

 

Il bianco di Ciccio 2010
연둣빛이 감도는 컬러에, 토스티한 향이 신선한 과일 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주는 와인. 트레비아노 80%에 샤르도네 20%를 블렌딩했다. 바디감이 있는 편이지만 알코올 도수는 11.5%로 가볍게 마실 수 있다. 농어 카르파치오와 함께 서빙되어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으며, 신선한 샐러드와 생선 요리 등과 모두 잘 어울릴만한 와인이다.

 

San Clemente Trebbiano d’Abruzzo 2007
싱글 빈야드에서 트레비아노 100%로 생산되었고, 짙은 볏짚 색에 바닐라 향과 미네랄 느낌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다. 칸티나 자카니니 최고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선별하고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발효시켜 뚜렷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면서도 피니시가 강한 편이고 긴 여운을 남긴다. 

 

Chronicon Montepulciano d’Abruzzo 2006
‘크로니콘(Chronicon)’은 아브루쪼 지역의 오랜 성당인 산 클레멘테(San Clemente) 성당의 수도사가 쓴 책에서 따온 이름. 삼나무, 체리, 무화과 향 등이 올라오는 균형감 뛰어난 와인으로, 부드러운 탄닌 덕분에 목넘김이 좋다. 몬테풀치아노 100%로 연간 5만 병 정도 생산되며 10년 정도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San Clemente Montepulciano d’Abruzzo 2005
명실공히 칸티나 자카니니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붉은 과일 향에 민트와 향신료 향이 독특하다. 15년에서 20년 정도로, 숙성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와인인 만큼 2005년 빈티지 역시 시음하기에는 이르다는 느낌. 파워풀한 탄닌과 감칠맛이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부분의 육류와 잘 어울릴 법하며, 양갈비와도 좋은 마리아주를 이루었다.

 

Clematis Passito Rosso
국내 미수입 와인으로, 이번 칸티나 자카니니 디너에서 특별히 소개되었다. 진한 블랙커런트, 토바코 향 등이 올라오는 디저트 와인. 몬테풀치아노 100%로 생산되었으며 건조시킨 포도의 농축된 잔당이 매력적인 집중도를 보여준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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