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듀발과 함께 한 벤티스쿠에로 와인


여기, 의미 있는 합작의 예가 있다. 호주의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 존 듀발(John Duval)이 칠레의 젊은 와이너리 벤티스쿠에로(Ventisquero)와 만나 탄생시킨 와인들.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떼루아와 프리미엄 와인 생산의 전문가가 협업하자, 그 잠재력은 놀랍게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칠레 벤티스쿠에로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존 듀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현재 팡지아(Pangea), 베르티스(Vertice), 그레이(Grey) 등 뛰어난 풍미를 보여주는 벤티스쿠에로 프리미엄 와인들의 탄생은 존 듀발이 참여한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주 펜폴즈 와이너리에 쉬라즈 품종을 공급해오다 1974년부터 펜폴즈 와이너리에서 일을 시작한 존 듀발은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메이커이자 쉬라즈 품종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수석 와인메이커가 된 그는 펜폴즈의 포도 재배와 양조 작업을 발전시켜, 펜폴즈 그랜지(Penfolds Grange)를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펜폴즈 그랜지가 많은 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며, 존 듀발은 여러 국제 와인 대회로부터 ‘올해의 와인 메이커’에 선정되었다. 2002년 그는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고자 펜폴즈를 떠났고,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와인을 선보였으며, 2004년에는 칠레 벤티스쿠에로 와이너리와 함께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벤티스쿠에로는 칠레 최대 농수산물회사인 아그로 수퍼(Agro Super)의 자회사로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와이너리이며, 그들의 핵심 키워드는 ‘끊임없는 투자’다. 프랑스 유명 샤토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소유한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며, 각각의 포도 품종을 재배하기 좋은 최상의 토양을 찾기 위한 투자를 계속했다. 7개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어 떼루아가 다양하며, 수확한 포도가 좋지 않으면 아예 와인을 만들지 않을 정도로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강하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의 밸류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벤티스쿠에로의 책임감과 와인메이커 존 듀발이 만난 결과는 프리미엄 와인 생산으로 이어졌으며, 벤티스쿠에로는 수출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뤄 ‘칠레의 숨은 보석’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10월 24일 저녁,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존 듀발과 벤티스쿠에로의 아시아 디렉터 아메리코 헤르난데스(Americo Hernandez)가 참석한 가운데 벤티스쿠에로의 프리미엄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시음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존 듀발과 벤티스쿠에로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펠리페 토쏘(Felipe Tosso)의 첫 번째 합작품인 팡지아, 존 듀발이 직접 투자한 베르티스, 그가 2008년부터 컨설팅을 시작한 그레이가 주인공이었다. 의미 있는 만남으로 탄생한 칠레 프리미엄 와인들을 음미하며 이들의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존 듀발이 설명하며 시음을 권한 순서대로 각 와인을 소개한다. 



그레이(Grey)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보다 높은 개념인 싱글 블락(Single Block)으로, 특정 구역에서만 재배된 포도로 생산해 뚜렷한 떼루아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레이는 복합적인 열대과일의 향과 적당한 산도 및 바디감이 어우러진 샤도네이, 향수와 허브향이 인상적인 까르미네르, 검은 과실과 향신료가 느껴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농축된 과즙과 숙성된 타닌, 긴 여운이 이어지는 쉬라 등 각기 다른 떼루아에서 온 품종들이 각각의 매력을 보여준다. 


베르티스(Vertice)

‘베르티스’는 두 개의 다른 밭이 만나는 교차점이라는 의미. 까르미네르 51%, 쉬라 49%로 각각 칠레와 호주를 대표하는 품종의 독특한 블렌딩에 주목할만하다. 까르미네르는 붉은 진흙 토양에서, 쉬라는 화강암 토양에서 재배되며 두 토양이 모두 와이너리에서 큰 경사를 이루는 높은 고도에 위치한다. 블랙베리 향과 바닐라 향, 부드러운 초컬릿 향이 조화를 이루며 강건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팡지아(Pangea)

‘거대한 융합’을 의미하는 팡지아는 이름 그대로 전혀 다른 두 대륙의 근사한 만남의 결과물이다. 존 듀발은 벤티스쿠에로에서 펠리페 토쏘와 함께 직접 포도나무를 가꾸며 그가 호주에서 만들었던 쉬라즈 와인에 버금가는 훌륭한 쉬라 와인을 탄생시켰다. 콜차구아 밸리(Colchaqua Valley)에 위치한 아팔타(Apalta) 지역의 쉬라 100%로 생산되었으며, 풍부한 과일 향과 함께 카카오, 에스프레소 향이 그윽하게 느껴진다. 풍부하고 깊은 타닌을 간직하고 있는 장기숙성용 와인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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