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니의 유연함과 만나다

 

잘 만든 뉴질랜드 와인을 접할 때면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들이 먼저 떠오른다. 편하고 즐기기 쉬운 스타일, 개성 있고 우수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매력, 다양한 음식과의 매칭 등. 뉴질랜드는 신세계 와인생산국 중에서도 와인 생산을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청정 자연환경과 더불어 이런 특징들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실레니(Sileni)는 뉴질랜드 와인의 강점이 집약된 와인이다.  
로마신화에서 와인의 신 바쿠스와 함께 등장하는 ‘Sileni’에서 이름을 따온 실레니는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와 혹스 베이(Hawke’s Bay)에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실레니가 소유한 포도밭은 자갈과 얇은 충적토로 이루어져 배수가 용이하고 오랫동안 열기를 지속시켜주며, 높은 일조량과 낮은 강수량으로 포도가 깊고 응축된 풍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실레니는 이런 포도밭에 부합하는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왔고, 현재 프랑스, 캘리포니아에서 양조 경력을 쌓은 양조팀이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뉴질랜드 외에도 유럽과 북미, 아시아 지역 와인 경연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하며, 혹스 베이를 뉴질랜드 프리미엄 와인 생산지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1월 6일, 실레니의 오너인 그레엄 에이버리(Graeme Avery)의 아들이자, 와이너리의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나이젤 에이버리(Nigel Avery)와 함께 하는 시음회가 개최되었다. 실레니의 한국 수입사로서 이 행사를 주최한 에노테카코리아의 김진섭 사장은 “에노테카코리아가 설립될 때 가장 먼저 함께 하기로 한 브랜드가 바로 실레니”라며 브랜드 파워와 잠재력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뉴질랜드 와인 중 가장 큰 판매량을 자랑하며, 특히 소비뇽 블랑이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이젤 에이버리는 이 자리에서 실레니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좋은 음식, 좋은 와인, 그리고 좋은 회사(great food, great wine & great company)”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로 시음회는 그가 말한 세 가지 가치를 충분히 느끼며 ‘좋은 사람’까지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다.
실레니의 와인은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셀라 셀렉션(Cellar Selection), 숙성 능력을 갖추고 있는 리저브 급의 에스테이트 셀렉션(Estate Selection), 최고 품질의 아이콘 와인인 익셉셔널 빈티지(Exceptional Vintage) 와인으로 나뉜다. 시음회에서 소개된 6가지 와인은 뚜렷한 개성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Sileni Cella Selection Rose 2009
카베르네 프랑으로 양조된 실레니의 로제 와인. 짙은 핑크 컬러에 고운 딸기 향이 풍성하게 올라온다. 싱그러운 봄날을 연상시킬 정도로 상큼한 와인. 젊고 발랄한 인상을 주지만 달콤한 향에 비해 미감은 드라이한 편이다.

 

Sileni Estate Selection ‘The Straits’ Sauvignon Blanc 2010
‘The Strait’는 소비뇽 블랑이 재배되는 뉴질랜드 북섬의 웰링턴(Wellington) 지역과 남섬의 말보로(Marlborough) 지역 사이에 위치한 쿡 해협(Cook Strait)로 인해 붙여진 이름. 시음을 해보면 역시 그 유명한 ‘실레니의 소비뇽 블랑’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풋풋한 풀 냄새와 열대과일 향을 느낄 수 있고 기분 좋은 산도 덕분에 생기 넘치는 인상을 받는다.

 

Sileni Estate Selection ‘The Lodge’ Chardonnay 2010
오두막이나 산장을 뜻하는 ‘Lodge’는 샤르도네가 생산되는 포도밭에 게스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손 수확한 포도로 양조되며 전형적인 부르고뉴 샤르도네 방식대로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된다. 의외의 발견이라 할 정도로 이번 시음회에서 가장 당당한 매력을 했다. 잘 익은 과실 아로마에 오크 풍미가 우아하게 어우러져 상당히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다.

 

Sileni Cella Selection Pinot Noir 2011
밝고 선명한 루비 컬러의 피노누아로, 베리류 아로마가 강렬하게 피어오르며 부드러운 타닌이 느껴진다. 나이젤 에이브리는 실레니의 레드 와인 중에서도 이 와인을 특별히 마시기 쉬운, 유연한 와인으로 소개했다. 

 

Sileni Estate Selection ‘The Triangle’ Merlot 2009
메를로가 재배되는 포도밭이 마치 실레니의 로고처럼 삼각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Triangle’이 붙었다. 잘 익은 자두, 베리류 아로마와 함께 부드러운 초컬릿 향이 섬세한 여운을 남기는 와인이다.

 

Sileni Exceptional Vintage Pinor Noir 2005

실레니에서 생산하는 아이콘 와인으로, 뛰어난 장기 숙성 능력을 지니며 우아한 농축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 검붉은 과실 향에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올라오며, 부드러운 타닌과 안정적인 밸런스를 갖췄다. 마치 피노누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듯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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