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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로씨, 다양성 위에 화룡점정을 찍다   
  • 수많은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있는 이탈리아. 피아니로씨(Pianirossi)는 그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부티크 와이너리다. 적은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단 몇 년 사이에 급부상하고 있는 이름, 피아니로씨 와인과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안고 직접 와이너리를 찾았다. 
    투스카니 지역에 자리한 피아니로씨 와이너리는 몬탈치노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주변에 눈에 띄는 건물이라곤 없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으로 좁은 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포도밭 사이에 아늑하게 안긴 건물이 등장한다. 그곳에서 방문객을 맞아준 이들은 피아니로씨의 유통을 담당하는 롱고 & 신치니(Longo & Sincini)의 마케팅 디렉터, 세르주 레베크(Serge Leveque)와 피아니로씨의 와인 메이커인 조르지오 파트리지(Giorgio Patrizi)였다. 투스카니 지역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개성을 간직한 와이너리 건물은 피아니로씨의 특별함을 대변하고 있다. 주변의 자연 풍광과 잘 어우러진 자그마한 건물의 첫인상이 말해주듯, 그들은 조용히 품질에 집중하며 고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세르주 레베크는 피아니로씨가 화려함보다는 겸손함을 추구하는 와이너리라고 말한다. 건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양조 시설 또한 규모가 작고 심플하지만 매우 기능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도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서서 그에게 피아니로씨의 출발과 그들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와이너리에서 보낸 몇 시간 동안 피아니로씨의 특별한 가치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피아니로씨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토즈(TOD'S)의 CEO인 스테파노 신치니(Stefano Sincini)가 설립한 와이너리다. 패션 브랜드와 와인이 바로 연결되진 않지만, 사실 스테파노 신치니는 토즈의 CEO가 되기 훨씬 전부터 와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마르께(Marche)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했고, 그 역시 늘 와인에 대한 꿈과 열정을 잊지 않았다. 1999년 그가 투스카니 마렘마(Maremma) 지역에 왔을 당시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떼루아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고 2001년 피아니로씨 와이너리를 설립해 이탈리아의 유명한 와인메이커인 카를로 페리니(Carlo Ferrini)를 영입한 뒤, 이곳에서 자신의 비전을 하나씩 실현해나갔다.  
    피아니로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한가지 요소는 바로 몬테풀치아노 품종이다. 스테파노 신치니가 기반을 다진 포도밭은 작은 규모지만 아주 다양한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부터 복합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며 여러 포도 품종을 재배할 수 있었다. 그는 고향인 마르께에서 보아온 경험을 토대로, 이 땅이 마르께 지역과 마찬가지로 몬테풀치아노 품종을 기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와인메이커에게 몬테풀치아노 재배를 요청해 피아니로씨만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갔다. 현재 피아니로씨는 투스카니 지역 와이너리 중 가장 많은 비중의 몬테풀치아노를 재배하고 있으며 동시에 산지오베제, 까베르네 소비뇽, 알리칸테, 쁘디 베르도 등을 함께 재배해 독창적인 블렌딩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세상에 내놓은 피아니로씨의 첫 작품은 솔루스(Solus) 2005년 빈티지이다. 세르주 레베크는 이 와인을 처음으로 수출한 국가가 한국이고, 2007년 첫 번째 병을 오픈한 곳이 바로 서울의 포도플라자 건물이었다고 말하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떠올렸다. 이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생산량이 적은 만큼, 일대일로 직접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와인을 알리는 감성적인 접근에 주력하고 있다. 점수에 연연해하기보다는 독특한 블렌딩과 새로운 시도로, 소수의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와인을 만들고자 한다.  
    와이너리에서 시음한 피아니로씨 와인을 통해 각 와인의 특징뿐 아니라, 블렌딩에 따른 각각의 개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산지오베제 65%, 몬테풀치아노 35%로 만든 시두스(Sidus) 2010년 빈티지는 신선하고 풍부한 과실 향에 부드러운 타닌으로 여운을 남기며 여러 가지 음식과 쉽게 매칭하기 좋은 스타일이다. 피아니로씨의 정신을 반영한 와인으로 소개된 솔루스(Solus)는 산지오베제와 몬테풀치아노가 각각 45%씩 블렌딩되었으며 10%의 알리칸테가 아름다운 컬러를 더해주고 있다. 뛰어난 밸런스에 검은 과실의 느낌, 뚜렷한 타닌이 강건한 느낌을 준다. 투스카니 지역에서 아주 좋은 빈티지로 평가 받는 2007년 빈티지가 다소 높은 산도와 우아함을 갖췄다면 2008년 빈티지에서는 더 신선하고 섬세한 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블랙 레이블의 피아니로씨(Pianirossi) 2008년 빈티지는 쁘띠 베르도 40%, 몬테풀치아노 30%, 까베르네 소비뇽 30%로, 블렌딩 비율이 아주 특이한 와인이다. 2006년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현재 2008년까지 총 세 빈티지를 출시했으며 쁘띠 베르도를 주요 품종으로 사용해 구조감을 차별화했다. 2008년 빈티지는 현재 마시기에 잘 숙성된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충분한 숙성잠재력을 가진 와인이다. 마지막 시음으로는, 2012년에 생산되어 아직 블렌딩을 하지 않은 몬테풀치아노와 쁘띠 베르도를 테이스팅 하며 숙성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품종들이 만나 3~4년 후에 어떤 모습의 피아니로씨 와인으로 출시될지 흥미로운 기대감과 궁금증이 일었다. 
     
    그들의 철학과 와인, 그리고 공간이 간직한 공기를 통해 와이너리에서 느낀 피아니로씨의 겸손한 가치는 레이블과도 쉽게 연결이 된다. 심플한 빨간 점 하나가 가리키는 것은 피아니로씨의 붉은 토양을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함 속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조용히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이 마치 화룡점정과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디테일에 집중한다는 것, 그것이 곧 완벽을 향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와인은 땅에서부터 시작된 수많은 순간으로 완성된다. 피아니로씨가 오늘의 이 순간을 거쳐 어떠한 역사를 만들어갈지, 그 미래를 예견해보고 기다리는 것은 기자로서도, 와인애호가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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