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와인업계에 큰 이슈가 되었던 ‘마스터 오브 와인’ 로라 주엘(Laura Jewell)은 세계 와인 시장의 큰손으로 불린다. 그녀가 글로벌 와인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아시아 와인업계에도 시장을 움직이는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 있다. 놀라운 점은 그 주인공이 한국인 여성이라는 것. 바로 홈플러스의 와인 전문가로 활동하다 최근 테스코의 아시아 지역 전체를 총괄하게 된 오미경 와인바이어다. 

마스터 오브 와인 로라 주엘과 오미경 와인바이어
마스터 오브 와인 로라 주엘과 오미경 와인바이어

세계 5위의 와인 소비 시장인 중국이나, 역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 와인 시장은 세계 20위에 채 미치지 못하는 규모이다. 이런 사실을 상기해보면 테스코 그룹 내에서 상위 와인 소비국의 와인 시장을 지휘하는 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약 8년 전인 2006년 5월, 홈플러스의 첫 와인전문가로 입사한 오미경 와인바이어는 그동안 한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와인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작년, 영국의 테스코(TESCO) 본사로부터 세계적인 테스코 그룹의 와인 부문 중 아시아 시장 전체를 맡아달라는 중대한 제안을 받았다. 이는 와인바이어로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총괄하는 중책이다. 이런 제안을 받기까지 그녀는 실로 한국 와인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다양한 활약과 기여를 해왔다. 홈플러스 와인 구매 고객들을 위한 와인 페스티벌을 기획해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홈플러스의 고급 와인 브랜드인 파이니스트(Finest) 와인을 런칭하고 다양한 홍보 방식을 시도해 와인대중화에도 앞장섰다. 
 
어느덧 한국 와인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며 아시아 와인 시장으로 나아간 오미경 와인바이어. 얼마 전 그녀는 테스코 본사와 함께 아시아 시장에 관한 향후 사업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영국으로 출장을 왔다. 한국의 와인 시장과 앞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추진할 일 등 그녀에게 궁금한 점이 많던 차에, 런던에서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소는 최근 영국 테스코에서 혁신적으로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런던의 왓퍼드(Watford)점. 그녀는 출장 일정의 마지막으로, 테스코가 추구하는 최신 컨셉트의 와인 코너를 둘러보던 참이었다. 와인과 함께 해온 삶과 비즈니스에 대해 진솔한 답변을 들려준 오미경 와인바이어와의 대화를 전한다. 


한국에서 아시아로, 보다 큰 역할을 맡은 이후 첫 본사 출장이라 이번 영국 방문이 더욱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네, 영국 테스코의 와인 매출은 한국 홈플러스의 70배에 달해요. 그만큼 조직도 세분화되어 있는데,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이 포함된 상품개발팀을 비롯해 고객분석팀, 바이어가 있는 와인팀, 홍보마케팅팀, 운영팀 등으로 나뉘죠. 이번 출장에서 차례대로 각 팀과 미팅을 한 뒤 공급사들과도 미팅을 가졌어요. 아시아 시장의 미래에 대한 플랜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테스코의 아시아 총괄 와인바이어로서 앞으로 하시게 될 일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기본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각 국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각 바이어들의 요구를 수용해 홍보와 고객접근까지 지원하는 역할이에요. 아시아 고객들을 이해, 분석한 뒤 상품을 선정하고 영국 테스코에 제안을 하죠.
 
홈플러스의 첫 와인전문가로 입사해,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로 나아가셨어요.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어떤가요. 
제가 입사했던 2006년은 홈플러스에 와인이 특별한 카테고리로 자리잡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돌아보면 입사 직후에 했던 일이 기존 와인들을 정리하고 와인 레인지를 보다 다양하게 구성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분류와 진열 작업부터 시작해 원칙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었고, 그 다음에 했던 일이 고객접근이었죠. 그동안 테스코 파이니스트(Finest)와 심플리(Simply) 와인도 런칭하고 최근에는 고객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와인 선택에 팁을 제공하는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해왔어요. 그리고 지난 11월에 지금의 포지션을 맡아, 영국 소속으로 한국에서 일하면서 아시아 각국의 바이어들과도 함께 일하게 되었죠. 
 
한국의 와인바이어에서, 글로벌한 비즈니스로 서서히 나아가신 거네요. 그렇다면 와인에 빠져들어 전문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셨던 그 무렵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와인업계에 발을 디디기 전에는 외국계 레저 관련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점점 관심이 생겨 2001년에는 동호회에 들어갔죠. 그리고 한국에서 1년 동안 와인을 공부한 뒤, 2003년 프랑스로 떠나 2년 반 동안 와인을 배우고 네고시앙에서 인턴쉽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돌아왔어요. 
 
10여 년 전이라면, 전혀 다른 분야인 와인 쪽으로 커리어 전환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하지만 저는 이미 그 세계가 어떤지 보고 느꼈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마침 와인 시장에 붐이 일기 시작해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던 시기였죠. 또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바잉 경험과 시장에 대한 지식이 쌓인 다음, 세계 시장으로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역할이 커진 걸 보면, 제가 걸어온 길이 시장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추진하신 일 중, 파이니스트 와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파이니스트가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 와인대중화에도 꽤 기여를 했다고 보이는데요, 자체적으로 평가하시기엔 어떤가요?
영국 테스코에서 파이니스트 브랜드를 런칭한 건 13년 정도 되었고 한국에 본격적으로 런칭한 건 2년 반 전이에요. 총 130여 종의 와인이 출시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 50여 종을 소개했어요.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와인부터 시작했고 앞으로는 인지도가 낮은 지역이더라도 가격대비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계속 소개할 예정이에요. 파이니스트에 이은 심플리 브랜드 역시 성공적이었고, 곧 한국에 런칭할 빈야드(Vineyard)도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안목을 넓힐 수 있도록 리드하는 역할을 해야죠. 
 
그동안 한국 와인 시장도 꾸준히 변화해왔어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봐요. 제가 이 일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와인 판매 수익 중 40% 정도가 선물세트 판매 수익이었는데 지금은 그 비율이 많이 줄었으니, 소비자들이 예전에 비해 주로 일상 속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거죠.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이 앞서나가고 있는 편이고 이제 와인대중화의 시작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와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저 역시 그 부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도 영국에서는 테스코의 5파운드 미만 와인까지 평가하곤 하는데, 한국은 처음부터 프리미엄급 와인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왔다는 점이 아쉬워요. 좀 더 대중에 포커스를 맞추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영국의 전문가 그룹과 함께 일하시면서 크게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들은 이미 전세계 와인 시장을 꿰뚫고 있어요. 테스코 와인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0~30년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로, 와인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매우 잘 파악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영국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요. 이번 출장에서 비벤덤(Bibendum)이 주최한 와인마케팅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에도 참석했는데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와인 소비층을 분석하고 있더군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쌓아가고 있네요.
그렇죠. 먼저 소비자들을 살피고 이해한 다음에, 와인 레인지를 개발하는 거죠. 한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와인마케팅 분야가 상당히 발전해온 반면, 와인 소비형태를 분석하는 데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영국시장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테스코 아시아 총괄 와인바이어로서 2014년 목표로 삼은 것과 장기적인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올해 목표는 초반에 아시아 시장에 대한 플랜을 모두 세우고, 후반에 추진을 하는 거예요.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각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본격적인 시장 분석을 시작하고, 영국 테스코의 와인 디렉터와 함께 다시 한번 각 국가들에 출장을 갑니다. 좀 더 장기적인 비전으로는 테스코의 아시아 와인 시장을 향후 5년 안에 탄탄하게 성장시키는 거죠. 이 부분은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현재는 영국의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인데, 아시아 시장이 잘 성장하면 자체적인 와인 바잉을 하는 아시아팀을 따로 만들고 싶네요.
 
새해 초부터 해외 출장으로 아주 바쁜 일정을 보내시겠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추진하시는 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무르익어 한국의 와인 시장과 함께 잘 성장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신다면요? 
나중에, 은퇴 이후에는 제가 좋아하는 와인 위주의 숍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와인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살롱 같은 공간 말이죠. 

[영국] 안미영 기자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