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7월이네요. 

와인 행사가 많았던 6월의 런던 소식, 와인21닷컴에 보도한 기사입니다. 



인 향기로 물든 6월의 런던에서    

 

6월 초, 한국은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곳 런던은 지금이야말로 찬란한 봄 햇살을 즐기기 좋은 시점이다. 봄바람과 파란 하늘 아래, 런더너들은 틈만 나면 공원을 찾고, 여행객들은 예상했던 런던의 공기와 하늘색과는 전혀 다르다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거리 곳곳을 누빈다. 6월의 런던, 그 첫째 주에 도시 전체를 사로잡은 향기로운 테마가 하나 있었다. 그렇다, 바로 ‘와인’이다.



런던 와인 페어 2014

와인 소비로 말하자면 둘째 순위에 놓기 힘들 정도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소비국 중 하나인 영국이기에, 6월 2일부터 4일까지 개최된 런던 와인 페어(London Wine Fair) 역시 충분히 주목할만한 행사였다. 빈이태리나 프로바인 등과 비교하자면 규모 면에서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과 그 다양성에서만큼은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올해는 변화가 많았다. 어쩌면 사연이 많았다는 표현을 써도 좋겠다. 올해로 34회를 맞은 이 행사는 넓은 공간에, 보다 많은 이들의 접근이 용이한 켄싱턴 올림피아(Olympia)로 그 행사장를 옮겼다. 2001년 이후 다른 장소에서 개최하다 13년 만에 본래의 개최 장소로 돌아온 것. 이름 또한 기존의 런던 인터내셔날 와인 페어(London International Wine Fair)에서 ‘런던 와인 페어’로 변경하며, 세계 와인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와인소비국의 국가적인 와인 행사임을 강조했다. 영국 최대 규모의 와인 박람회답게, 큰 기업부터 작은 생산자들까지, 익숙한 브랜드부터 완전히 새로운 이름까지, 만날 수 있는 와인도 광범위했다. 또한 사흘 동안 올림피아 내부 곳곳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60건이 넘는 테이스팅과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렇듯 풍성한 부대행사들은 비즈니스 미팅의 장뿐만 아니라, 발견과 배움의 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위치와 콘텐츠, 포맷에 큰 변화를 주며 작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대로 런던 와인 페어 2014는 눈에 띄는 성과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참여사는 작년 540개 업체에서 올해 780개 업체로, 50%가 증가했으며, 방문자는 총 11,247명으로 작년보다 11%가 증가한 숫자다. 기존에는 만날 수 없었던 작은 업체들과 ‘Brewhouse’라는 이름 아래 마련된 맥주 섹션은 특히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런던 와인 페어의 로스 카터(Ross Carter) 디렉터는 올해의 놀라운 성장을 바탕으로, 2015년 행사를 더욱 향상시기기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와인 페어에서 소규모 업체들은 어떻게 방문객들과 만나는가?

박람회는 대형 업체들, 혹은 부스를 차지할만한 자본력이 되는 브랜드만의 축제일까? 런던 와인 페어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흘 내내 가장 큰 화두가 된 ‘에소테리카(Esoterica)’를 통해서 말이다. 작은 부티크 스타일의 와이너리들과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독립 수입사들을 위해 마련된 에소테리카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섹션으로, ‘박람회 속의 박람회’라 부를만했다. 런던 와인 페어의 새로운 출발과 함께 이 섹션을 기획한 주최측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영국의 소규모 와인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용 효율이 높은 방식을 통해 전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고 한다. 단독 부스가 아니라 ‘table-top tasting’ 형태를 취해,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보다 캐주얼한 형태의 테이스팅을 제공했고, 그 결과 방문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활기 넘치는 장소가 되었다. 의미 있는 기획이 가져온 성공이었다.


7일간의 도심 와인 여행, 런던 와인 위크

런던 와인 페어가 와인업계 종사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면 올해 첫선을 보인 런던 와인 위크(London Wine Week)는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6월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동안, 런던 와인 위크에 참여한 레스토랑과 와인바에서 프리미엄급 와인들을 5파운드에 글라스 단위로 맛볼 수 있었다. 이는 매년 10월에 개최되고 있는 런던 칵테일 위크(London Cocktail Week)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것. 격식 있는 디너를 위해서만 방문할 만한 레스토랑의 문턱을 낮추고 고급 와인들을 보다 가깝고 편하게 즐기도록 제안한 덕분에 마치 페스티벌과 흡사한 분위기가 되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런던 와인 페어와 런던 와인 위크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행사였지만, 파트너쉽을 맺고 개최 시기를 비슷하게 잡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와인 페어에서 보여준 다양성과 와인 위크에서 제안한 접근성으로 인해, 비즈니스의 장은 성황을 이루고 애호가들은 축제의 한 주를 즐겼다. 와인이라는 행복하고도 광범위한 테마가 런던 도심에서 또다른 얼굴을 보여준 듯했다.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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