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퍼트 & 로췰드(Rupert & Rothschild)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자리한 남아공은 축복받은 자연환경과 기후 등 포도가 자라기에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 와인 생산 국가 중 가장 오랜 세월인 350년이 넘는 와인 양조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긴 역사와 최신 양조 시설이 만나 형성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특징이 고유의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남아공 와인을 두고 흔히 ‘구세계와 신세계의 조화’를 언급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 그런데 오랫동안 유럽의 지배를 받았고, 인종 차별 정책이 유지되었던 까닭에 남아공 와인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은 1990년대 넬슨 만델라의 민주 정부가 수립된 이후라 할 수 있다. 와인 또한 진정한 ‘자유’를 통해 발전을 이루고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남아공 와인은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국가의 와인에 비해 수입량이 적은 편인데다가 저렴한 와인 위주로 소개되었던 까닭에, 그저 값싼 와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는 여러 행사를 통해 다양한 남아공 와인이 소개되고 있고, 작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남아공 와인의 매력이 새롭게 주목 받기도 했다.
마치 영화나 미술의 혼합 장르가 주는 신선함처럼, 고유한 스타일이 살아있으면서도 개성적인 멋을 간직한 남아공 와인. 지금, 남아공 와인의 다양성과 잠재력이 재발견되고 있는 중이다.
루퍼트 & 로췰드의 철학을 만난 시간
얼마전 남아공 와인의 다채로운 매력을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바로 63시티 워킹 온 더 클라우드에서 개최된 루퍼트 & 로췰드 와인 메이커스 디너. 이 행사는 ㈜길진 인터내셔날이 루퍼트 & 로췰드 와인을 한국에서 단독 유통하게 된 기념으로 마련한 디너로, 이미 국내 유통 중인 와인은 물론이며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프리미엄 와인까지 만나는 귀한 기회였다.
한 와이너리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보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일궈가기 위해 때론 개혁이라 할 정도로 과감한 시도를 해온 노력이 와이너리의 역사에 깃들어있기 때문. 루퍼트 & 로췰드 비네롱社는 프란쉬호크(Franschhoek)에 자리한 사이먼스버그(Simonsberg)산의 기슭에 만들어진 프레더릭스버그(Fredericksburg) 농장이 그 본거지다. 이 농장은 양조용 포도를 재배한 역사가 300여 년에 이른다. 까르띠에, 몽블랑, 피아제 등 명품브랜드를 소유한 리치몬드 그룹의 소유주인 루퍼트 패밀리와 샤또 라피트의 소유주인 바롱 에드먼드 로췰드에 의해 파트너쉽이 시작된 것은 1997년. 루퍼트 가문과 바롱 벤자민 로췰드의 협력 관계는 지금까지 뛰어난 남아공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과 환경 보존을 위한 실천에서 인정받았다. 남아공 최초로 ISO14001 환경 경영 시스템 인증을 획득하고, HACCP(위생 관리 시스템) 인증 또한 취득한 것. 이 와이너리는 포도 수확과 포도 선별 작업을 모두 세심한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와인 생산의 기본이 되는 포도 보존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 52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는 루퍼트 & 로췰드는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화려한 광고마케팅보다는 자신들의 와인을 경험해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셀러 마스터 샤크 윌름 저버(Schalk-Willem Joubert)씨와 인터내셔날 마케팅 매니저 데브라 세비지(Debra Savage)씨가 투어를 통해 직접 루퍼트 & 로췰드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셀러 마스터 샤크 윌름 저버 씨는 “바다가 인간을 나뉘게 했다면, 와인은 인간을 하나로 만들어준 것 같다”는 인상적인 말로 첫인사를 했다. 와인 양조자 가족으로 태어나 루퍼트가 소유한 와이너리 라 모떼(La Motte)와 로마린스(L’Ormarins), 로췰드 소유의 와이너리 샤또 클락(Chateau Clarke)에서도 와인메이킹 경력을 쌓은 그는 1997년 루퍼트 & 로췰드 비네롱社에 합류한 뒤, 1998년 첫 빈티지를 생산했다. 그는 이날 긴 설명보다는 시음을 통해 와인의 품질과 가치를 직접 느껴보길 권했고, 시음이 진행되는 동안 각 테이블의 참석자들과 와인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루퍼트 & 로췰드, 뜻있는 협력의 결실
이날 선보인 루퍼트 & 로췰드의 와인들은 기대 이상의 복합성과 각각의 개성을 발하며 호평을 얻었다. 행사의 주인공들은 이미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바로니스 나딘(Baroness Nadine)과 끌라시끄(Classique), 그리고 아직 한국에 유통되지 않은 프리미엄 와인 바롱 에드먼드(Baron Edmond)였다.
루퍼트 & 로췰드바로니스 나딘 Rupert & Rothschild Baroness Nadine 2008
100퍼센트 샤르도네를 사용한 와인. 깔끔한 미네랄 느낌, 강하지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산미와 오크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아하고 복합적인 구조감으로, 이날 디너에서 루퍼트 & 로췰드에 대한 근사한 첫인상을 심어준 와인이다.
루퍼트 & 로췰드 끌라시끄 Rupert & Rothschild Classique 2008
부드러운 타닌이 인상적인 루퍼트 & 로췰드 끌라시끄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섬세한 바닐라향과 꽃 향기로 초가을 저녁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와인이다.
루퍼트 & 로췰드 바롱 에드먼드 Rupert & Rothschild Baron Edmond 2005, 2007, 2008
루퍼트 & 로췰드 바롱 에드먼드는 풍성한 향과 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10년 정도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다. 이날은 2005, 2007, 2008 빈티지가 동시에 소개되었는데, 와인의 고유한 특징 속에서도 빈티지 별로 향과 무게감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었다. 세 빈티지 중에서는 전체적으로 2007년 빈티지가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고, 셀러 마스터 역시 가장 높게 평가하는 빈티지로 2007년을 꼽았다. 바롱 에드먼드는 함께 제공된 국내산 한우 참숯구이 로시니 스테이크와도 매우 좋은 궁합을 이루며, 디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루퍼트 & 로췰드 와인 메이커스 디너를 통해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귀한 보석 하나를 새롭게 만난 기분이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남아공 와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디너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길진 인터내셔날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될 될 루퍼트 & 로췰드의 매력적인 와인들이 한국의 많은 애호가들과 뜻깊은 만남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글_ 안미영
사진제공_ 길진 인터내셔날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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