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기농 와인을 접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여의도 라빈 시음회에서 만난 호주 유기농 와인, 탐버레인.
마침 주류박람회를 앞두고 와인메이커가 내한한 상태였고, 시음회에도 참석해 직접 와인을 소개했다.
인터뷰가 아닌 일반 시음회로 만났지만 그날 와인메이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 참석자들이 원했다면 몇시간이고 더 와인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듯.
시음한 6가지 탐버레인 와인은 모두 가격 대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맛에서 유기농 와인만의 특징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단지 유기농 와인은 개성이 없거나 맛이 밋밋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최근 몇몇 유기농 와인을 시음해보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마크 데이비슨은 탐버레인 와인 중에서도 로제 와인이 한국의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릴 거라고 여러번 이야기 했는데, 언젠가 꼭 확인해보고 싶다.
한국식 상차림 위에 적당히 곁들여서 말이다.
아래는 지난 5월 18일, 탐버레인 시음회에 다녀와서 쓴 기사.
탐버레인 빈야드의 와인메이커, 마크 데이비슨
와인메이커가 전한 유기농 와인 이야기, 탐버레인(Tamburlaine)
새로운 와인을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설렌다. 또 하나의 역사와 또 하나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 얼마전, 호주 헌터밸리 지역의 초창기 부티크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탐버레인(Tamburlaine)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시음회는 와인메이커와 함께 와인을 즐기며 호주 유기농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국제주류박람회를 앞두고 서울을 찾은 탐버레인 빈야드의 와인메이커 마크 데이비슨(Mark Davidson)이 한국의 와인애호가들을 만나고 탐버레인 와인을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탐버레인은 호주 최초로 친환경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호주 친환경 인증(Australian Certified Organic)을 획득한 대표적인 유기농 와인이다. 헌터밸리에서 유기농 재배 및 양조의 선구자 역할을 해오며, 호주 유망 산지인 오렌지 빈야드(Orange Vineyard)와 머지 빈야드(Mudgee Vineyard)에서도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호주의 가장 권위 있는 와인 평가기관(Australia’s Leading Wine Authority)에서 와인 평가자인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로부터 2007~2010년 기간 동안 연속해 ‘5 Star’ 와이너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가격대비 품질 좋은 와인 150’ 리스트에 선정된 것은 또다른 성과. 호주에서는 대부분 멤버쉽으로, 탐버레인 와인을 테이스팅 해보길 원하는 회원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
마크 데이비슨(Mark Davidson)의 와인과 환경에 대한 철학
탐버레인 와인의 모든 양조팀을 이끄는 와인메이커 마크 데이비슨은 30여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오며 일관된 철학을 지켜가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후손으로부터 빌려와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포도 재배나 와인 양조를 하면서도 생태계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 노력한다.
전공이 철학이라는 그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였다. 시음회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의 글라스에 직접 와인을 따라주며 자신의 신념과 와인에 얽힌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틀에 박힌 제품 소개가 아닌, 양조자로서의 신념을 자연스레 피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시음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교감을 나누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마크 데이비슨은 와인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 즉 품질이라고 했다. 자연적인 양조 방식을 추구해 안정적인 포도 품질을 갖추게 된 것은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면 미네랄이 고갈되어 토양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포도 품종 고유의 향을 느끼기 힘들게 된다. 그래서 포도 재배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합성화학물질 없이 좋은 맛을 내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과학적인 방식을 적용한다. 또한 그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코르크 마개 대신 주로 사용하고 있는 스크류캡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스크류캡은 코르크로 인한 미세한 맛의 변화를 방지하고 와인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에 좋으므로 장기적으로도 장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와인 메이커로 살아온 30여년의 경험이 녹아든 다양한 이야기는 새로운 와인을 시음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다.
탐버레인 와이너리에서는 각각의 개성을 간직한 총 14가지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 중 이날 시음회에서는 화이트, 로제, 레드, 디저트 와인 등 총 6가지가 소개되었다.
와인 러버스 소비뇽 블랑 2008 (Wine Lovers Sauvignon Blanc 2008) : 탐버레인은 고지에 위치한 오렌지 포도원의 서늘한 기후 덕분에 전형적인 소비뇽 블랑의 풍미가 살아있는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 와인은 열대 과일의 풍미가 살아있으며 상쾌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마크 데이비슨 샤도네이 2006 (Mark Davidson Chardonnay 2006) : 마크 데이비슨은 저가 와인이라도 충분히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복숭아향이 느껴지는 이 와인은 이미 5년이 지난 빈티지인데도 매우 밝은 컬러를 간직하고 있었다.
와인 러버스 쁘띠 플레르 로제 2008 (Wine Lovers Petite Fleur Rose 2008) : 오렌지 지역에서 재배된 그르나슈와 헌터밸리에서 재배된 샴버신이 블렌딩된 로제 와인. 마크 데이비슨은 이 와인을 중국 요리나 한국의 김치 같은 스파이시한 음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소개했다. 매운 맛을 가시게 해주고 부담스럽지 않게 어우러질 것이라고.
마크 데이비슨 메를로 까베르네 2007 (Mark Davidson Merlot Cabernet 2007) : 메를로를 주종으로 하고, 약간의 까베르네 소비뇽이 블렌딩된 와인. 은은한 바닐라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 덕분에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와인 러버스 쉬라즈 2008 (Wine Lovers Shiraz 2008) : 앞서 소개한 와인에 비해 다소 강렬한 느낌의 풀바디 와인. 이 와인을 통해 유기농 인증을 받은 100% 쉬라즈를 경험해볼 수 있다. 와인 러버스 쁘띠 플레르 로제
리저브 노블 샤도네이 2008 (Reserve Noble Chardonnay 2008) : 일반적으로는 샤도네이가 디저트 와인을 양조하는 품종이 아니지만, 이 와인은 샤도네이를 디저트 와인으로 만날 수 있다. 은은한 꿀향을 간직한 리저브 노블 샤도네이는 치즈나 서양배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2010년 코리아와인챌린지에서 동상을 차지한 와인.
글_ 안미영
* 와인21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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