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노(CHONO), 칠레 유수의 떼루아를 표현하다
이름이 쉽다, 레이블이 인상적이다, 지금 마시기 좋다. 칠레 와인 초노(Chono)에 대한 이미지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 정도가 되겠다. 게다가 가격까지 매우 합리적이라면, 가볍게 와인을 마시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만한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GEO 와인에서 생산하는 초노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작년 7월. 그런데 1년 만에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걸 보면 앞서 언급한 이 와인의 강점이 제대로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GEO 와인의 세르지오 레이에스(Sergio Reyes)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고, 그에게 초노 와인이 가진 심플한 이미지의 이면에 깃든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획기적인 와인 비즈니스의 시작
GEO 와인사가 설립된 것은 2000년 초. 세르지오 레이에스 대표는 칠레에서 가장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산지들의 떼루아를 표현해내겠다는 의지로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고, 그것은 와인메이커 알바로 에스피노자(Alvaro Espinoza)를 만나면서 가능해졌다. 알바로 에스피노자는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포도재배의 선구자로 2005년 칠레와인양조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인메이커’를 수상했고, 2007년 IWC(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꼽힌 명실공히 칠레 와인의 명장이다. GEO 와인은 엘퀴 밸리(Elqui Valley), 리마리 밸리(Limari Valley),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에서 초노(Chono)와 라윤(Rayun)을 생산한다. 각각의 포도가 잘 자라는 칠레의 뛰어난 와인산지에서 품질 좋은 포도를 선별해 공급받고 그 특징을 살리는 것이 GEO 와인의 핵심인 것.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
세르지오 레이에스 대표는 GEO 와인의 철학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환경친화적인 포도재배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가닉 와인은 인공화학비료나 제초제 등을 배제해 포도를 생산하는 것이고, 바이오다이나믹은 토질의 생명력을 고려하며 땅과 사람뿐 아니라 천체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에 맞춰 포도재배를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GEO 와인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와인은 유기농법과 미생물학적인 포도재배 원칙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미래의 떼루아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한 와인이 바로 프리미엄 와인인 초노 산 로렌조 에스테이트(CHONO San Lorenzo Estate)이다. GEO 와인은 칠레 내에서도 환경에 대한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지금 마시기 좋은 와인
올드 빈야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필요성에도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GEO 와인의 또 다른 철학을 보여준다. 물론 장기 숙성을 할 정도로 잠재력을 갖춘 와인도 있지만, 그 또한 지금 즐기기 좋은 와인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탄닌과 집중도 있는 과실 풍미 등 뛰어난 표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은 GEO 와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초노에 얽힌 용감한 원주민들의 이야기
GEO 와인에서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인인 초노(Chono)는 18세기까지 칠레 남부의 피요르드(fiord, 빙하 작용으로 생긴 골짜기) 지역에 살던 원주민 부족으로부터 이름을 따왔다. 와인의 레이블은 초노 부족의 동굴에서 발견된 그림을 형상화한 것. 어업과 농업에 종사해 살아가던 용감한 초노 부족의 특징은 칠레만의 강한 기질을 드러내준다. 이런 특징은 세르지오 레이에스 대표와 함께 시음한 6가지 초노 와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초노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 2010 (Chono Reserva Sauvignon Blanc 2010)
자몽, 키위, 허브 향이 어우러진 초노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은 가볍고 부드러운 산미가 경쾌한 인상을 준다.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생산되며, 초노의 다른 모든 와인과 마찬가지로 손수확한 포도로만 만들어진다. 생선요리, 해산물 샐러드와 잘 어울리며 더운 여름날 가볍게 마시거나 혹은 정찬 코스의 식전주로 마시기에 좋다.
초노 산 로렌조 에스테이트 샤도네이 2009 (Chono San Lorenzo Estate Chardonnay 2009)
환경에 대한 GEO 와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유기농 와인. 이 와인이 생산되는 마이포 밸리의 산 로렌조 포도밭은 온난한 여름과 지중해성 기후의 가을, 해안에서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는 곳이다. 집중도 있고 균형 잡힌 과일 아로마와 부드러운 미감이 특징적이며, 유기농 와인은 맛이 떨어질 거라는 인식이 잘못된 편견일 뿐이란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초노 리제르바 까르미네르 2010 (Chono Reserva Carmenere 2010)
부드러운 초콜릿 향, 검은 과실 향을 내뿜는 초노 리제르바 까르미네르는 ‘지금 편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을 추구하는 초노의 가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까르미네르 85%, 시라 10%, 쁘띠 시라 5%가 사용되었고 미디엄 바디에 균형감이 좋아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치즈나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리며, 시음회에서 함께 서빙된 머쉬룸 포테이트 그라탕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초노 산 로렌조 2008 (Chono San Lorenzo 2008)
유기농법으로 관리된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GEO의 프리미엄 와인. 블렌딩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이 와인은 까르미네르 45%, 까베르네 소비뇽 25%, 시라 15%, 까베르네 프랑 10%, 쁘띠 시라 5%로 5가지 포도가 사용되었다. 견고한 구조감과 균형감을 갖춘 와인으로 스파이시한 향과 토바코 향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잔향이 남는다. 연간 750케이스 한정 생산된다.
초노 리제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2009 (Chono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9)
마이포 밸리는 복잡한 토양 구조와 다양한 기후의 영향으로 농축도가 높은 까베르네 소비뇽이 생산된다. 초노 리제르바 까베르네 소비뇽은 진하고 깊은 루비 컬러에 부드러운 오크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 까르미네르와 전혀 다른 풍미임에도 언제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란 점에서는 같다. 매거진 <디캔터>에서 '4stars'로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초노 리제르바 시라 2009 (Chono Reserva Syrah 2009)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온화한 기후를 갖춘 엘퀴 밸리는 시라 재배를 위한 이상적인 환경. 엘퀴 밸리에서 생산되는 초노 리제르바 시라는 강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오크 향이 잘 어우러진다. 첫인상은 평범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윽한 향이 우아하게 올라오는 개성적인 와인이다.
* 현재 초노 와인은 I&J 파트너스에 의해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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