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와서 처음 쓴 기사입니다.
사람 일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여기서도 제가 지금껏 일해오던 분야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아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되네요.
한 다리 건너 알게 된 프랑스인 소믈리에 덕분에 우연히 가게된 시음회 'The Beautiful South'.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참신한 기획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사까지 쓰게 되었어요.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남반구 와인생산국들의 아름다운 조우
런던의 가을은 서울보다 훨씬 먼저 도착한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 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사람들의 옷은 일찌감치 두터워졌다. 그리고 이 새로운 계절에, 풍성한 와인 행사도 찾아왔다. 런던의 가을, 이곳에서 펼쳐진 대규모 시음회 소식을 전한다.
세계 와인생산국의 특별한 만남, The Beautiful South
세계 최대 와인소비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곤 하는 영국은 거대한 시장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와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 중 지난 9월 11, 12일 양일간 런던의 올림피아(Olympia)에서 개최된 시음 행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신선한 기획으로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신세계, 그 중에서도 남반구의 세 와인생산국이 모여 준비한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름 또한 행사의 취지를 그대로 담은 'The Beautiful South'였다. 참여 국가는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들은 프로바인(Prowein)에서 행사를 함께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성과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런던에서 신세계 와인을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시음회를 공동 개최하게 되었다.
발견의 재미를 더한 ‘주제별 시음’
'The Beautiful South'는 영국은 물론이며 유럽 전역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첫 개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단 3개국이 모였음에도 세계 와인시장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300여 생산자들이 3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와인들을 선보였다. 또한 이틀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남반구의 기후 변화, 와인 생산방식의 새로운 시도, 숙성잠재력 등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의 기획력이었다. 이 시음회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주제별 시음이었는데, 생산자별로 나뉜 부스 이외에 별도로 테마 시음 테이블을 구성해 와인 전문인들에게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세부적인 주제는 ‘남반구 챔피언 와인들(Champions of the South)’, ‘10파운드 이상 샤르도네(Chardonnay over £10)’, ‘레드 블렌딩(Red Blends)’, ‘세부 지역 까베르네 소비뇽(Regional Cabernet Sauvignon)’, ‘올드 바인(Old Vines)’, ‘뉴 제너레이션 와인메이커(New Generation Winemakers)’로 총 6가지. 이틀간 개최된 시음회에서 3천여 가지의 와인들을 모두 시음하는 일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우니 테마 시음이 매우 좋은 가이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조건 아래서 국가별 특징을 비교해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문학과 영상, 미술과 음악 등 문화예술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활발한 창작 에너지 덕분이다. 'The Beautiful South'의 콜라보레이션 또한 역동적인 프로모션과 함께 와인 수출 시장의 리더로 나서고자 하는 각각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행사였다. 와인 오브 아르헨티나(Wines of Argentina), 와인 오브 칠레(Wines of Chile), 와인 오브 사우스 아프리카(Wines of South Africa) 세 단체의 대표들과 행사 기획자는 와인을 알리겠다는 같은 목표가 있었기에 함께 테이스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 나라의 와인에는 많은 공통분모가 있지만, 또 많은 차이점도 있다. 공통점과 개성을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진취적인 기획을 탄생시킨 셈이다. 그 결과 이틀 간 1140명의 와인 유통 담당자들, 소믈리에를 비롯한 전문가들, 언론인들이 테이스팅에 참여했고, 막스앤스펜서(M&S), 모리슨(Morrisons), 테스코(Tesco), 웨이트로즈(Waitrose), 세인스버리(Sainsburys) 등 영국의 메이저 유통회사는 물론이며 시스템블러겟(Systembolaget) 같은 유럽 회사의 바이어들도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시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앞으로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세계 와인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 가을에 런던에서 다시 모일 것을 약속했다. 2014년 행사는 9월 10, 11일 ‘The Beautiful South’의 동일한 이름으로 올해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글_ 안미영 기자 [영국]
사진제공_ The Beautiful South 2013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기사 : 세상에 내놓은 글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니로씨, 다양성 위에 화룡점정을 찍다 (0) | 2014.01.12 |
---|---|
비비 그라츠의 예술적 정서와 만나다 (0) | 2013.12.08 |
[인터뷰] 스크리밍 이글의 CEO, 아만드 드 매그레(Armand de Maigret)와의 만남 (0) | 2013.08.13 |
스페인 와인의 도약, 그 중심에 있는 토레스 (0) | 2013.07.09 |
[Interview] 루이 라뚜르, 마크 앨런 수출이사와의 만남 (0) | 201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