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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와인의 도약, 그 중심에 있는 토레스 

    스페인 와인을 두고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 혹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와인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스페인 와인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짙고 강렬한 개성을 지닌 레드 와인들이 큰 역할을 했고, 여러 밸류 와인들이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를 선사해온 덕분이다. 최근에는 한국무역협회 통계 자료를 통해 스페인 와인이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나며, 스페인 와인의 약진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올 4월까지 와인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스페인 와인은 작년에 비해 50.7%가 늘어났으며 이는 주요 와인 수입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6월 25일 토레스(Torres)의 오너, 미구엘 토레스 주니어(Miguel Torres Jr.)가 방한한 자리에서도 스페인 와인의 매력과 한국에서의 성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스페인 페네데스(Penedes)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와인 기업
    대표적인 스페인 와인으로 언급되는 이름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와인 생산업체인 토레스는 17세기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했고 1870년 와이너리를 설립해 지금까지 가족 경영으로 이어오고 있다. 1995년에 있었던 125주년 기념 행사에는 후안 카를로스(Juan Carlos) 국왕이 참석했을 정도로 스페인 내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와이너리다. 가문의 5대손인 미구엘 토레스 주니어가 자랑스럽게 강조한 것은 토레스가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가족 기업이며 세계적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의 모임인 ‘와인명가협회(Primum Familiae Vini)’의 회원사라는 사실. 가족 구성원들이 각각 사업을 맡아 세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해왔으며, 독립적인 자본으로 경영해 수익의 95%를 시설 개발과 연구에 재투자할 정도로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도전이 인정받아 2006년 와인 인수지에스트(Wine Enthusiast)로부터 ‘유럽 베스트 와이너리(Best European Winery of the Year)’에 선정되었고, 환경보호에도 앞장서 2010년에는 영국의 권위 있는 잡지 드링크 비즈니스(The Drinks Business)에서 선정한 ‘올해의 그린 컴퍼니(Green Company of the Year)’를 수상했다. 
     
    토레스가 스페인 이외 국가에서도 친숙한 이름이 된 것은 토레스 패밀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신뢰를 쌓아온 까닭이다. 이들의 다이내믹한 역사를 살펴보면, 1979년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 와이너리를 설립해 최초로 칠레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 여러 첨단 기술을 도입해 칠레 와인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1982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서부에 토레스 마리마르 에스테이트(Torres Marimar Estates)를 설립해 미국에서도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 시장에 보다 가깝게, 한글 백라벨! 
    현재 토레스의 와인은 세계 16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비중이 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상대적으로 수출량이 적은 편. 하지만 토레스에서는 한국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주목하고 얼마 전에는 한글 백라벨 제작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말에는 한국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 그랑 코로나스(Gran Coronas), 상그레 데 토로(Sangre de Toro) 3가지 와인에 한글 백라벨을 붙여 출시했다. 수입한 뒤 한글 설명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직접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한글로 소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토레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토레스 대표주자들과의 만남
    미구엘 토레스 주니어와 함께 한 자리에서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와인부터, 아직 수입되지 않은 와인, 그리고 토레스를 대표하는 와인까지 특별한 리스트를 선보였다. 처음으로 서빙된 것은 칠레의 미구엘 토레스에서 토착품종인 파이스(Pais)로 생산하는 산타 디그나, 에스텔라도 로제 스파클링(Santa Digna, Estelado Rose Sparkling 2011). 아름다운 로제 컬러를 띠며 작고 섬세한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9회 칠레 와인 어워즈(9th Annual wines of Chile Awards)에서 칠레 최고 스파클링(Chile’s Best Sparkling)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시음한 것은 스페인 페네데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레스 밀만다(Torre, Milmanda 2010)로, 국내 미수입 와인. 스페인 로열 패밀리의 결혼식 때 항상 등장한다고 알려진 토레스 밀만다는 가벼운 오크 터치, 바닐라 향, 복합적인 과실 아로마와 함께 뛰어난 산도가 돋보인다. 
     
    이날 나온 세 종류의 레드 와인은 각각 토레스 칠레와 스페인, 그리고 장 레옹의 베스트 셀링 와인이자 아이콘 와인으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졌다. 흔히 ‘만소(Manso)’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구엘 토레스 만소 데 벨라스코(Miguel Torres, Manso de Velasco 2008)는 칠레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에서 생산되며 쿠리코 시를 건립한 만소 델 벨라스코 장군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수령이 100년 넘은 포도나무에서 재배된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지는 이 와인은 구조감과 집중도, 화려함을 모두 갖추고 둥글둥글한 탄닌으로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다음은 토레스 마스 라 플라나(Torres, Mas La Plana) 1999년과 2008년 비교 시음이 이어졌다. 5년의 세월과 14년의 세월을 보낸 와인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숙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시음이었다. 스페인이 매우 더웠던 1999년 빈티지는 부드럽고 우아한 풍미에 깊은 나무 향을 간직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약간 서늘했던 2008년 빈티지는 풍부한 과실 아로마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이어지며 아직 어린 인상을 남겼다. 미구엘 토레스 주니어는 이 와인을 두고 2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하지만 약 10년 정도 보관했을 때를 시음 적기로 본다고 말했다. 토레스의 자랑거리인 마스 라 플라나는 전 세계 시장 중에서도, 한국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빙된 장 레옹 까베르네 소비뇽 그랑 리제르바(Jean Leon, Cabernet Sauvignon Gran Reserva 2003)는 마스 라 플라나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페네데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1996년 세상을 떠난 장 레옹이 그의 절친한 친구 미구엘 토레스에게 1994년 자신의 와이너리를 넘기며 토레스 패밀리에서 경영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미구엘 토레스 주니어의 누나인 미레야 토레스(Mireia Torres)가 경영을 맡고 있다.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좋은 해에만 생산되는 이 와인은 마스 라 플라나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생산되지만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잘 익은 과일 향과 약간의 허브 향, 스파이시한 풍미를 갖추고 있으며 뛰어난 구조감과 긴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이다. 
     
    시음한 와인들은 모두 토레스의 조화롭고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규모가 커졌지만 개성을 지키며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토레스의 가치를 뚜렷이 전해주었다. 토레스의 와인은 공정무역, 환경보호, 바이오다이나믹 등을 실천하며 업계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 철학과 품질을 향한 부단한 노력이 잘 반영된 결과물인 것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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