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21닷컴에 보도한 빈이태리 관련 두 번째 기사입니다.
빈이태리 2014에서 발견한 키워드는?
성황리에 개최된 빈이태리(Vinitaly) 2014는 이탈리아 와인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대규모 박람회가 그렇듯, 빈이태리 역시 수많은 볼거리들과 함께 세미나, 컨퍼런스, 특별 시음회 등 여러 가지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졌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방문 목적에 따라 선택과 결정을 거듭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행사의 이모저모를 가늠해보기도 전에 와인의 강물에 떠내려가지나 않을까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와인 축제의 현장. 하지만 빈이태리 2014는 그 속에서도 분명한 트렌드와 지향점을 제시했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던졌다. 협업을 통한 부대행사들을 개최해 박람회를 더욱 다양하게 구성했고,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섹션들은 빈이태리가 매년 열리지만 새로운 시도와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와인의 세계를 보다 넓히기 위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빈이태리 2014에서 펼쳐진 다양한 행사와 역동적인 비즈니스의 현장을 보다 자세히 전한다.
이탈리아 100대 와인을 만나는 ‘오페라 와인’
이보다 더 함축적이면서도 베로나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행사명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름, 오페라 와인. 베로나는 와인뿐 아니라 매년 여름 개최되는 오페라 페스티벌로도 유명하다. 이 도시가 가진 두 가지 문화예술 요소를 이름에서부터 표현한 오페라 와인은 빈이태리의 프리미어 행사로, 빈이태리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기 하루 전날 개최된다. 2012년 처음 시작해 올해 세 번째를 맞은 오페라 와인은 ‘Finest Italian Wines: 100 Great Producers’라는 테마 아래,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한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들을 만나는 자리. 엄선된 100대 와인들을 시음하며 이탈리아 와인이 얼마나 다양한지, 또 얼마나 우수한지를 미리 느껴보는 특별한 행사였으며,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는 행사 진행과 분위기로도 참석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화두는 유기농!
지난 몇 년 사이 이탈리아 오가닉 와인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해왔다. 이를 반영하듯, 빈이태리 2014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유기농 와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물론 이전에도 유기농 와인을 전시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오가닉을 주제로 한 별도 파빌리온을 만들고 이탈리아 유기농 와인 생산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빈이태리비오(VinitalyBio)’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치른 것. 이탈리아 유기농, 바이오 다이나믹 농업 협회인 ‘FederBio’와의 협업으로 성사된 이번 전시를 통해 와인 분야에서 유기농에 대한 노력이 점차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잡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와인들을 포함해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는 오가닉 와인 바도 마련되었다. 빈이태리의 주요 프로젝트 하나인 오가닉 농업(Organic Farming)에 대한 노력이 돋보였으며, 내년 행사에서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더 국제적으로, ‘빈인터내셔날’
오가닉과 함께 또 한가지 두드러진 시도는 국제화를 향한 노력. 매년 해외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는 빈이태리는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기로 했다. 해외 전시업체들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올해 첫출발을 한 빈인터내셔날(Vininternational)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칠레 등 여러 주요 와인 생산국에서 80여 개가 넘는 회사들이 참여했다. 또한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을 위한 인터내셔날 바이어스 라운지(The International Buyers’ Lounge)에서는 와인시음과 구매, 그리고 생산업체와 바이어들의 직접적인 미팅이 이루어졌다. 넓은 베로나피에레(Veronafiere) 행사장 그 어느 곳보다도 활발한 비즈니스 관계가 형성되고 실질적인 성과가 만들어지는 현장이었다.
다양한 주제별 테이스팅
베로나피에레에 지어진 파빌리온들은 토스카나, 피에몬테, 마르케, 베네토,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의 각 생산 지역별로 나눠 전시되었으며, 그밖에 식품과 와인 관련 첨단기술 등 주제별 전시관으로 구성되었다. 참여한 사람들 누구나 하는 이야기는 나흘 동안 제대로 다 둘러보기 힘들 정도의 규모라는 것. 그래서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와인들을 만나면서도, 예정된 스케줄대로 준비된 다양한 주제별 시음회들이 또한 훌륭한 기회를 제공했다. 빈이태리 측에서 올해 행사를 위해 고용한 소믈리에들은 1800여 명 정도. 개막 전 펼쳐진 제21회 인터내셔날 와인 컴페티션(The 21st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활약은 박람회 기간 중 각종 시음회에서도 이어졌다. IWSC와 함께 쉐리를 집중적으로 시음한 ‘Grand Sherry Tasting’이나 와인 매거진 ‘VINCE’와 함께 헝가리 토카이(Tokaji) 와인들 10여 종을 시음한 ‘The Crown Jewel of Hungarian Wines’ 등 세미나를 겸한 흥미로운 비교 시음회들이 대표적. 그리고 행사 마지막날 특히 화제를 모은 시음회는 ‘Masters of Excellence’로 안티노리(Antinori), 알레그리니(Allegrini), 테누타 산 귀도 (Tenuta San Guido) 등 가히 ‘마스터’라 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는 이탈리아 와인 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와인이야기를 들려주며 테이스팅을 함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와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화의 장
빈이태리 2014의 컨퍼런스와 세미나 일정은 시음회 일정보다 더 촘촘했다. 그 주제는 와인은 물론 식품의 최신 트렌드까지 아우를 정도로 방대하게 기획되었는데, 특히 미국, 러시아, 중국, 홍콩 등 세계 시장 속에서 이탈리아 와인의 위치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돋보였다. 그 중에는 다이내믹하면서도 큰 잠재력을 갖춘 시장으로 평가 받고 있는 한국 와인 시장과의 더 단단한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The Presence of Italian Wine in Korea’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와인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한국 와인 시장의 구조와 소비자들의 특징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고, 최근의 성장 경향을 제시하며 활발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많은 대화의 장을 만들어 와인 산업의 발전을 모색한 빈이태리 2014에서, 한국 시장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미나도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이다.
안미영 기자 myahn@wine21.com
사진제공 Ennevi-Veronafiere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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