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은 그것을 오픈하고 마시는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술이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 매혹의 기운을 불어넣는 마법의 음료 같기도 하다. 얼마 전, 가을날의 오후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테이스팅 자리가 있었다. 주인공은 전통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낸 앙리오 그룹의 앙리오 샴페인 3종,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2종이었으며 와인업계 전문가들과 함께한 시음회였다. 이 자리에는 앙리오 패밀리의 마케팅 디렉터인 토마스 앙리오(Thomas Henriot)가 참석해 직접 앙리오 그룹의 역사와 제조방식을 소개하고 참석자들과 함께 5종의 와인 시음에 대한 감흥을 나누었다.
캐주얼한 분위기로 청량한 기분전환을 기대하고 시음을 시작했는데, 시음 후에는 기대이상의 감상과 여운이 남았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순간을 만났다는 듯 황홀하게 피어 오르는 와인의 맛과 향을 접하니, 지금까지 이들이 일궈온 역사와 그것을 토대로 탄생한 와인들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앙리오 샴페인과 윌리암 페브르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시음했던 5종의 와인을 소개한다.
전통적인 프랑스 방식의 샴페인, 앙리오
상파뉴 앙리오(Champagne Henriot)를 소유하고 있는 앙리오 그룹은 본래 직물 교역을 하던 가족기업었다. 앙리오 일가가 상파뉴 업계에 뛰어든 것은 100년 전쟁이 프랑스를 휩쓸고 간 뒤인 1550년경이었다. 처음에는 피노누아만을 생산하다가 이후 샤르도네 밭을 소유한 집안과의 결혼으로 인해 와인 사업이 확장되었고, 1808년부터 본격적으로 샴페인을 생산하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토마스 앙리오는 샴페인 앙리오가 생산 과정에서 전통적인 프랑스 방식을 따르며, 특유의 우아한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이 샴페인은 가족의 이름 ‘앙리오’가 새겨진 브랜드이므로 병 하나하나에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각별한 정성을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샤블리의 명가, 윌리엄 페브르
1962년 설립된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는 오직 샤블리만을 생산해오며 품질에 대한 신념을 고수해오고 있다. 지난 1998년 부르고뉴 최고 네고시앙인 부샤드 뻬레 피스(Bouchard Pere & Fils)에 인수되었는데, 와인 양조는 변함 없이 윌리엄 페브르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루어진다. 토마스 앙리오는 몇 가지를 예를 들며 윌리엄 페브르가 뛰어난 샤블리를 만들기 위해 지켜온 신념에 대해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확 방식에 관한 것. 샤블리는 대부분이 기계수확을 통해 거둬들인 포도로 생산되기 마련이지만, 윌리엄 페브르는 오직 손 수확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 석회질이 포함된 땅에서 생산되는 가장 순수한 샤도네이를 목표로 삼고 샤블리의 전통을 계승하며, 2008년부터는 유기농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Henriot Brut Souverain NV
앙리오가 만드는 기본적인 샴페인 브랜드. 섬세하고 작은 기포가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옅은 빛깔에 경쾌한 산미를 지니며, 신맛의 여운이 꽤 길게 남는다. 안정적인 바디감이 있으면서도 가볍게 즐기기에 좋아서 식전주로도 적당하다.
Henriot Millesime Brut 1998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입안에 풍성한 느낌을 전하며, 피노누아와 샤도네이 각각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와인. 이날 빈티지 샴페인 2종류를 비교 시음할 수 있었는데, 1996년과 1998년 모두 흥미로운 빈티지이므로 긴 시간 지속되는 디너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발할 것 같다.
Henriot Cuvee des Enchanteleurs 1996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가장 진지한 매력을 지닌 샴페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크리미하고 고소한 맛, 신선하면서 좋은 산도가 느껴진다. 마케팅 디렉터인 토마스 앙리오가 특별한 자부심을 표출할 만큼 높은 집중도를 보여주었다.
William Fevre Chablis 2010
샤블리 특유의 생동감이 뚜렷하게 살아있으며, 허브가 주는 자연적인 느낌이 강한 와인. 오크 숙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미네랄의 특성을 잘 느낄 수 있다. 깔끔하고 생기발랄한 인상이다.
William Fevre Chablis Grand Cru ‘Grenouilles’ 2006
토마스 앙리오조차도 평소에 쉽게 마실 수 없다는 말을 덧붙인 귀한 와인으로, 시음하는 시간을 더욱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Grenouilles’는 ‘개구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강과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다. 풍성한 꽃 향기와 부드러운 질감, 감칠맛을 느낄 수 있고 전체적으로 우아한 인상을 남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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