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루이 라뚜르, 마크 앨런 수출이사와의 만남
- 와인 그 자체의 '진실성'에 대하여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가족 경영 와이너리, 루이 라뚜르(Louis Latour)는 긴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와이너리이다. 2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빛나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고, 의미 있는 변화의 순간도 있었다. 지난 6월 3일, 한국을 찾은 루이 라뚜르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출이사 마크 앨런(Mark Allen)을 만나 루이 라뚜르의 역사를 관통하는 철학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단순히 루이 라뚜르, 혹은 부르고뉴 와인으로만 주제를 한정하기보다는 와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 원했다. 와인이라는 존재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세계 와인 산업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 마크 앨런 이사 덕분에 대화는 풍성했으며,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겨주었다. 
 
1797년 설립된 루이 라뚜르는 현재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 중 마지막으로 남은 독립적인 가족 회사이며 부르고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그랑 크뤼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1997년에는 한 분야에서 2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가족 경영기업이자 창업자의 이름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만이 가입할 수 있는 레 제노키앙(Les Henokiens)의 회원사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후 1999년, 루이 파브리스 라뚜르(Louis Fabrice Latour)가 사업을 승계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그는 2012년 프랑스 와인업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 200인 중 1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루이 라뚜르에 23년째 몸담고 있는 마크 앨런 이사는 부르고뉴의 많은 와이너리들이 그렇듯, 루이 라뚜르 또한 특별한 마케팅을 해오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고품질의 와인이 곧 마케팅”이라며 가장 중시하는 것이 역시 품질임을 강조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와인이 곧 루이 라뚜르의 정신이자 영혼이라 생각한다고. 만약 품질 이외에 루이 라뚜르를 설명하는 또 한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바로 ‘전통’이 될 것이다. “루이 라뚜르는 부르고뉴에서 최대 규모의 네고시앙이므로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온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물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도 있었는데,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전통을 지키며 현재를 살고 있는 와인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트렌드에 맞게 성장해 왔지만, 결코 트렌드를 쫓아갔던 건 아니었죠. 그러니 ‘절제’라는 단어 또한 루이 라뚜르와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로서 그만큼의 책임감도 있을 법하다. 그것은 바로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을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이며, 루이 라뚜르는 그 역할에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 차례 방한한 마크 앨런 이사는 한국 시장이 참 흥미로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은 물론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그런데 잠재력 이상의 무언가가 또 있어요. 7년 전에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 하나로 와인붐이 일어난 걸 보면 놀랍죠. 와인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빨리 변하고 뜨거운 성장이 가능한 나라이므로 아시아에서도 한국 시장을 잘 공략하면 더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도 와인 문화가 들어온 지 꽤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는 와인이 더욱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하길 바란다고 한다. 루이 라뚜르가 부르고뉴 와인을 좀 더 친숙하고 일상적으로 즐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친다. 물론 많은 이들이 부르고뉴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고급 와인의 경우, 그 품질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면에서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마크 앨런 이사는 어렵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부르고뉴 와인이 오히려 단순하고 쉬운 면도 있어요. 포도 품종도 피노누아, 샤르도네, 가메이로 간단한 편이죠. 각 마을의 생산량이 적고 생산자가 많이 나뉘어있다는 점에서 어렵다는 낙인이 찍혔지만, 그 인식조차 특정한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와인이 생활 속에서 즐기는 음료라는 편안한 이미지로 작용할 수 있다면 부르고뉴 와인도 한국 시장에 더 깊숙이 정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마크 앨런 이사가 생각하는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부르고뉴 와인을 포함해, 와인이라는 존재가 가진 ‘진실성’을 언급했다. 자연에서부터 시작해 한잔의 와인으로 완성된, 와인 그 자체의 ‘힘’이야말로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국인이지만 프랑스의 음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해,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이주하고 와인 산업에 뛰어든 그 또한 우연히 와인에 매료된 덕분에 이 길로 오게 된 셈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와인과 맞아떨어졌고, 루이 라뚜르와 인연을 맺게 되었죠.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와인에 대한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와인이 매개가 되어 발생하는 긍정적인 기운과 에너지는 그의 말투에서도 묻어났다. 
 
와인이 가끔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와인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가 마침내 좋은 균형을 이루게 되었을 때 보여주는 훌륭한 모습 덕분이다. 마크 앨런 이사는 그것을 사람의 신체에 비유했다. 신체의 복잡한 각 기관이 잘 갖춰져 하모니를 이루는 것과 와인의 조화가 흡사하다고. 그는 와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와인 시장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더 좋은 와인을 만드는 길임을 강조했고, 당장 눈앞에 있는 와인을 홍보하기 위한 말들보다는 그들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와인의 미덕이란 것이 사실 그렇지 않던가. 명확하게 규정하고 딱 떨어지는 표현으로 묘사될 수 없을 만큼 섬세함이나 복합성을 갖춘 존재. 마크 앨런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루이 라뚜르가 걸어온 길 역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편하거나 쉬운 것을 굳이 찾지 않는, 그럼으로 현재 부르고뉴의 상징적인 가족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루이 라뚜르의 철학과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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