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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데가 노통이 찾아낸 멘도사의 하모니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와인을 많이 생산하며, 전세계에서 와인생산량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수출보다 국내 소비량이 더 높은 국가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와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데, 1990년대 이후로는 와인산업이 발전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와인산지이자 전체 와인의 약 85%가 생산되는 곳은 멘도사(Mendoza) 지역. 보데가 노통(Bodega Norton)은 바로 이 멘도사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다. 노통 역시 자국에서 60% 이상 소비되지만 동시에 세계 40개국 이상으로 수출하며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말벡 품종의 매력을 느끼기에 좋은 와인, 지속적으로 믿음직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와인, 혹은 가격대비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꼽을 때도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다. 
한국에서 보데가 노통의 수입 및 유통을 맡고 있는 ㈜에노테카 코리아는 지난 4월 19일, 유럽과 아시아 담당 매니저인 미카엘 뮐러(Michael Muller) 씨의 방한 기념으로 노통 와인 디너를 개최했다. 와인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그의 설명과 함께 보데가 노통의 역사와 철학, 와인에 대한 가치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보데가 노통은 1860년대 유럽으로부터 이주해온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대자연에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한 것이 그 역사의 출발이 되었으며, 1895년 멘도사의 루안 데 꾸요(Lujan de Cuyo) 지역에 노통 와이너리가 설립되었다. 노통의 현 소유주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크리스털 회사 스와로브스키(Swarovski)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989년 스와로브스키의 사장이 노통 와이너리가 위치한 멘도사의 풍광에 매료되어 와이너리를 매입했고 이후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노통의 포도밭 대부분은 해발 800~1050m 정도의 안데스 산맥 발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그리고 고지대에서 눈이 녹아 흐르는 맑은 물을 관개수로 사용해 일관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기후가 매우 건조하여 병충해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친환경재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미카엘 뮐러 씨는 노통 와인의 풍부한 과실 아로마와 입안에서 퍼지는 부드럽고도 요염한 질감이 바로 이러한 자연환경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데가 노통을 이야기할 때, 또 한 가지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와인전문지 「Wine Enthusiast」로부터 남미 최초로 ‘2012년 올해의 와인메이커(2012 Winemaker of the Year)’에 선정된 와인메이커, 조지 리키텔리(Jorge Riccitelli) 씨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노통의 와인은 지금까지 세계적인 대회에서 다양한 수상기록을 쌓아왔지만, 오랫동안 근무해온 와인메이커가 주요 언론으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는 점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조지 리키텔리 씨는 1992년부터 노통에서 근무하며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레인지의 와인들을 성공시키며 노통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이날 디너에서는 그가 다져온 보데가 노통의 강렬하고도 다양한 매력을 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맛본 꼴렉시옹 버라이어탈 샤도네이(Coleccion Varietal Chardonnay 2012)는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생생하게 올라오는 산도감이 산뜻한 느낌이며 함께 서빙된 연어 타르타르와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아르헨티나는 기후 조건상 레드 와인이 총 생산량의 8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와인은 멘도사에서 흔치 않은 100% 샤도네이이며 그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꼽히는 와인이다. 첫 번째 레드 와인으로 소개된 배럴 셀렉트 말벡(Barrel Select Malbec 2009)은 아르헨티나 말벡 고유의 스타일을 간직한 와인으로, 절반을 뉴 프렌치 오크에서 약 12개월간 숙성시키고 이후 6개월의 병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되었다. 오크 풍미가 강하지 않게 느껴지므로 신선한 과실 아로마 또한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연이어 소개된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9)과 리제르바 말벡(Reserva Malbec 2010)은 같은 레인지의 다른 포도 품종으로 그 차이를 명확하게 비교해볼 수 있었다. 두 와인 모두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약 12개월간 숙성시키고 10개월 동안 병 숙성을 시킨 후 출시되는데, 인상적인 오크 풍미와 우아한 미감을 동시에 지닌 풀바디 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이 스모키한 향과 힘 있는 탄닌이 돋보인다면, 리제르바 말벡은 단단한 농축미가 특징이다. 
프리바다(Privada 2010)는 디너에 소개된 와인 중 유일하게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 생산한 와인으로 말벡 40%, 메를로 30%, 까베르네 쇼비뇽 30%로 만들어졌다. 16개월간 뉴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시키고 12개월간 병 숙성 후 출시하며, 말벡의 과실 풍미와 까베르네 쇼비뇽의 탄닌, 메를로의 유연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노통의 아이콘 와인으로 가장 오래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프리바다는 ‘private’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와인메이커 조지 리키텔리 씨가 매년 가장 뛰어난 배럴만을 선정해 내놓는 역작이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코세차 타르디아 샤르도네(Cosecha Tardia Chardonnay 2011)는 ‘late harvest’라는 의미의 ‘Cosecha Tardia’라는 이름대로, 늦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14일 간 발효 과정을 거친다. 자연스럽게 농축된 미디엄 정도의 당도로, 열대 과일의 상쾌한 풍미와 적당한 산도, 미네랄이 어우러지며 달콤한 여운을 남긴다. 
 
보데가 노통의 와인은 일반적인 신세계 와인에서 예상할 법한 강한 오크 풍미보다는 좀 더 유연한 멋을 갖추고 있는 느낌이다. 맛과 향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뚜렷한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한 가지 풍미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미네랄과 산도, 부드러운 질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마치 자연환경의 순수함을 유지하면서도 고품질을 향해 발전해온 노통 와이너리의 역사와도 닮은 듯하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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