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첫인상
- 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

얼마 전, 한 미술관에 들렀다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입구’라는 작품과 조우했다. 사진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해체해 그림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밝은 색채가 자유롭게 뒤엉켜 환희의 빛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제목이 ‘입구’임을 상기하게 되었고, 잠시 그림 앞에 서서 새로운 대상과의 만남을 앞둔 설렘과 긴장감에 대해 생각했다. 새로운 와인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그것이 한 해의 햇와인인 보졸레 누보와의 첫만남이라면.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는 단순히 부르고뉴의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고만 정의 내리기에는 그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새로운 빈티지에 대한 기대와 축제의 의미가 보졸레 누보에 특별함을 더하고, 평소에는 자주 마시지 않는 가메(Gamay) 품종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기에도 좋은 기회다. 그래서 출시일인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곳곳에서 햇와인의 출시를 축하하는 보졸레 누보 파티가 개최되고, 많은 이들이 기대감을 품은 채 새로운 빈티지와 첫만남을 가진다. 
올해는 하루 먼저 보졸레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지난 11월 16일 저녁,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된 시음 행사는 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Louis Jadot Beaujolais Villages Primeur) 2011년 빈티지가 주인공인 캐주얼한 파티였다. 이 와인을 수입하는 ㈜까브드뱅의 유안근 대표는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보졸레 빌리쥐 프리뫼르 2011을 시음하는 것”이라 말하며, 보졸레 누보의 의미 중 하나인 ‘축제’를 강조해 어느 때보다 특별한 건배 제의를 했다.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Beaujolais Villages Primeur)는?
일반적으로 ‘누보(nouveau)’는 수확된 뒤부터 다음 수확 전까지 유통되는 와인을 말하며, ‘프리뫼르(primeur)’는 수확된 뒤부터 이듬해 봄까지 유통되는 와인을 말한다. 그러니 보졸레 프리뫼르(Beaujolais Primeur)는 좀 더 엄격한 의미의 햇포도주인 셈.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 가지의 프리뫼르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름이 길고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지만 루이자도는 전통적인 의미의 프리뫼르 명칭을 사용한 보졸레 누보를 내놓고 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2011년 빈티지
그렇다면 올해 보졸레 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지금까지 ‘최고 빈티지’라 손꼽히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은 해가 2009년인데, 올해는 보졸레 누보 역사상 가장 작황이 좋은 해였기에 출시 전부터 2009년보다 더 큰 기대를 모았다. 4~6월 동안 유래 없이 높은 기온과 일조량을 기록해 풍부한 과실 풍미를 갖춘 포도가 생산되었다는 것. 실제로 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 2011을 시음해본 이들은 보졸레 누보 특유의 신선한 아로마에 잘 익은 과일 향이 어우러져 구조감이 좋은 와인이라는 의견이었다. 2010년 빈티지와의 비교 시음 시에도 확연하게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젊고 상큼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발휘했다.

루이자도의 노하우가 담긴 와인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이너리 루이자도는 샤블리 지역부터 보졸레까지 아우르는 넓은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굴과 샤블리의 완벽한 마리아주로 루이자도 샤블리가 소개되었고, 로마 신화의 주신(酒神)인 ‘바쿠스’의 두상이 새겨진 레이블로도 잘 알려져 있다. 루이자도에서 생산하는 보졸레는 포도를 구입해 양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소유한 포도원에서 양조해 와이너리의 철학과 노하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기계 수확을 배제하고 손 수확을 고수하며 적절한 알코올 도수와 진한 풍미를 일관적으로 유지한다. 

보졸레 누보는 일반 레드와인의 시음 온도인 16~18도보다 조금 낮은 온도인, 12~13도에서 가장 화려한 매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뫼르의 시음 결과, 이 와인은 지금 바로 마시기에도 물론 좋았지만 2~3년 정도 숙성한 뒤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작황이 특히 좋았다는 2011년 빈티지이니, 수년간 숙성 가능한 잠재력을 기대해본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올해 11월 셋째 주에 느낀 첫만남의 설렘과 와인의 예쁜 첫인상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지만 말이다. 

글_ 안미영
사진제공_ (주)까브드뱅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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