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안띠 지역의 오랜 보물, 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

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는 끼안띠 지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생산자이다. 산지오베제의 매력을 최대한 표현해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고 마침내 세계적인 끼안띠를 생산해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아직 마셔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명성을 통해 먼저 만나게 되는 와인이기도 하다. 한 와인애호가는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포도로 생산된 와인을 경험하다가도, 와인을 통해 처음 기쁨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와인이 바론 리카솔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와인은 어떤 멋을 지녔기에 수많은 와인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애호가들이 극찬하고, 평론가들이 호평하는 것일까. 얼마 전 그 답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바론 리카솔리의 브랜드 앰배서더인 조엘 페인(Joel B. Payne) 씨가 내한해, ‘수퍼 끼안띠라고 불리는 바론 리카솔리의 와인들을 테이스팅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건강을 위하여!”라는 멘트로 긍정의 기운을 가득 담은 첫인사를 건넨 조엘 페인 씨는 바론 리카솔리가 성장해온 세월을 토대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한 와이너리의 유구한 전통을 단 몇 시간 사이에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이어가는 그의 브리핑을 통해 바론 리카솔리의 특별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테이스팅을 함께 하며 매 와인에 대한 느낌과 특징을 표현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바론 리카솔리 와인에 관한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900여 년에 달하는 역사로,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오래된 와이너리라는 사실이다. 물론 역사가 길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가치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기나긴 세월 동안 어떤 방식으로 와이너리를 성장시키고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왔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리카솔리 가문이 1141년 도시 국가 시절에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Castello di Brolio)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된 이들의 역사는 이후 품질을 향상시키며 세계적인 끼안띠 와인 생산자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19세기경, 리카솔리 가문에서 끼안띠 와인의 한 획을 그었던 또다른 스토리가 존재한다. 1874년 토스카나 지역의 대공국 군주였던 바론 베티노 리카솔리(Barone Bettino Ricasoli)가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양조 방식을 제안했는데, 그의 제안은 1967DOC 1984 DOCG 규정이 정해질 당시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는 새로운 포도원을 확장하고 수많은 실험을 거쳐 끼안띠 클라시코의 블렌딩 기법을 선보인 인물이며, 이는 바론 리카솔리가 끼안띠 클라시코의 상징이자 시초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바론 리카솔리는 현재 끼안띠 클라시코 지역의 포도원 중 가장 큰 소유지에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리카솔리 가의 32대 손인 프란체스코 리카솔리(Francesco Ricasoli)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데, 그는 경제학 전공과 광고계에서 사진작가로 일한 경험을 살려 와인을 마시는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나가기 시작했다. 바론 리카솔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방문객들을 위한 리셉션 룸과 테이스팅 룸을 새로 만들었다. 1993년에는 20년 넘게 위탁 관리를 했던 주류 회사 시그램(Seagram)으로부터 와이너리를 인수해 양조시설을 현대화하고, 단위 면적 당 포도 생산량을 감소해 품질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중점을 둔 것은 산지오베제 경작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기 위한 개간 사업이었는데, 이를 통해 만들어낸 우수한 토질은 바론 리카솔리의 맛과 품질에 튼튼한 밑바탕이 되었다. 품질과 커뮤니케이션,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온 프란체스코 리카솔리의 성과는 바로, 글라스에 담긴 바론 리카솔리 와인의 풍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조엘 페인 씨와 함께 바론 리카솔리의 와인 6종류를 시음하는 동안, 그들이 오롯이 표현해내기 위해그토록 노력했다는 산제오베제 고유의 특성을 느껴보려 했다. 전반적으로 튀는 인상을 주는 와인이 없었고, 일관되게 고상하고 기품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와인은 어린 산지오베제부터 농익은 산지오베제까지, 한 가지 포도 품종이 보여줄 수 있는 넓은 범위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조엘 페인 씨는 끼안띠 지역 와인 특유의 산미를 잘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와인에 맞는 시음 적기를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산도와 타닌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와인의 잠재력을 가늠해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굳이 이들의 전통을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와인 자체에서 은근히 묻어나는 깊이와 클래식한 멋이 바론 리카솔리의 이름을 견고하게 형성하는 요인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글_ 안미영
사진제공_ (주)까브드뱅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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