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21닷컴 최성순 사장님과 와인을 통해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5년.

2001년에 21세기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출발했으니 내년이면 '와인21' 이름으로 사이트를 오픈한지 딱 15주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 전신인 '베스트 와인샵&와인뉴스'의 오픈으로부터 따지면 올해가 17년째죠.
그동안 와인21에 글을 쓰면서도 저 또한 회사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기에, 소중한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독자들과 와인애호가들, 그리고 와인업계 관계자들과 나누고 싶어 이번에 최성순 사장님께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 아래는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행복한 와인공동체를 꿈꾸며 - 와인21닷컴 최성순 대표와의 만남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람을 향한 사랑뿐만이 아니다. 와인을 향한 사랑 또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랑에 빠진 이에게 인생의 새로운 행로를 제시한다. 근사한 경험과 소중한 기회를 주니, 이 정도면 사랑 중에서도 특별한 사랑이다. 와인업계 리더들에게 어떻게 이 길로 접어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한결 같은, 그러나 명확하고도 담백한 대답이 돌아온다. “와인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라는. 와인21닷컴 최성순 대표에게도 이 답은 진실이다. 이 말이야말로 그녀의 와인 인생을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대답이므로, 그냥 진실이 아닌 뜨거운 진실이라 해야 하겠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은 와인21닷컴의 설립 15년을 앞둔 시점에, 그간의 수많은 이야기들과 현재의 좌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시간에 가까운 인터뷰 시간 동안 최성순 대표가 꺼내놓은 이야기 속에는 지금까지 한국 와인시장 성장기의 중요한 순간들이 곳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와인21닷컴 사무실에서 최성순 대표]


와인21닷컴의 모태가 된 것은 최성순 대표가 1998년 설립한 ‘베스트 와인샵 & 와인뉴스’다. 영국에 2년간 거주하다 1996년 귀국해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그녀는 주위 외국인 친구들과 와인을 즐겨 마시며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와인보다 더 큰 관심사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인터넷이었다. “1996년 PC통신 천리안에 가입했고 이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또 한국에 인터넷 사용이 시작되던 시점이라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재미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와인공부도 하기 위해 콘텐츠는 와인으로 정했죠.” 그녀의 홈페이지는 오픈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더 나아가 웹사이트 베스트 와인샵 & 와인뉴스를 오픈했고, 이 사이트는 월간조선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웹사이트’에 꼽히기도 했다. 최성순 대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와인업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2000년. 그리고 2001년 봄에는 21세기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와인21닷컴’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로운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국내 최초의 와인 포털 사이트가 이렇게 출발한 것이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를 설립한 뒤, 이후의 길은 순탄하기만 했을까. 아무리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고 와인 붐이 일기 시작하던 시점이라 해도 통신판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웹사이트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서 뛰어든 일들은 국내 와인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0년 몇몇 온라인 동호회들과 함께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졸레 누보 파티를 주최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어요. 파티 문화가 상류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대중적인 와인 파티로 자리매김했죠. 그래서 다음해에는 더 큰 규모로 보졸레 누보 파티를 열었습니다. 예상 인원의 두 배가 넘는 1400명 정도가 참가했고 와인을 모르는 사람도 보졸레 누보라는 이름만큼은 친숙하게 알게 되었죠.” 와인21닷컴이 주최한 첫 행사였던 이 파티의 성공에 힘입어 2002년부터는 월드 와인&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세계 와인들을 소개했다. 2006년까지 매년 개최된 이 행사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참여하며 와인을 가깝게 즐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07년 경향신문과 함께 개최한 와인벼룩시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행사. 첫날 공중파 9시 뉴스에 보도되며 화제가 되었고 3일간 3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성공적인 장터였다. 이외에도 국내 첫 와인 메이커스 디너와 보르도 그랑크뤼 갈라 디너 등 한국 와인시장에 한 획을 긋거나 전환점이 되는 순간마다 그녀는 큰 역할을 해왔다. “한국 와인시장이 역동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예요. 그 중심에서 와인 붐을 이끄는 데 와인21이 기여했다는 사실이 제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수익을 별로 내지 못했지만 이 일을 계속 하게 한 원동력이 됐죠. 지금까지도 이처럼 매력적인 직업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2001년 와인21닷컴 오픈 행사(좌), 2004년 보르도 그랑크뤼 갈라 디너(우)]


와인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와인대중화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보자들이 와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최성순 대표가 와인21닷컴을 경영하며 지속해온 것 또한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그녀는 와인업계에 뛰어든 지 10년쯤 되어서야 와인이 뭔지 조금 알겠다는 마음으로 2009년 초보자들을 위한 책 「와인공감」을 출간했다. 또 10년을 넘어서자 자연스럽게 한국 와인시장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이 생겨 와인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고, 2013년에는 주류박람회에서 현황과 예측을 담은 리포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작업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 와인시장이 고민 많은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으며 성인이 되기까지 와인21닷컴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와인21닷컴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가장 공들이고 있는 것은 콘텐츠다. “예전에는 주로 기업체 특판이나 와인 액세서리 온라인 판매, 출장 강의 등으로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제는 판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콘텐츠를 강화해 와인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뉴스 매체로서 색깔이 강해지고 업계에서 자리도 잡았지만 아직 부족하니 더 풍부한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야겠죠.” 5년 전 처음 객원기자 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 안정적인 콘텐츠 확보에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와인21닷컴의 이름 아래 소믈리에, 와인전문가, 기자들로 구성된 와인 평가단이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를 통해 최성순 대표가 만들어가고 싶은 것은 ‘한국판 와인 스펙테이터’이다. “어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업계를 빛내는 스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와인21닷컴이 와인 직업인의 롤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고, 미래에 우리 평가단에서 ‘한국의 로버트 파커’로 불릴 만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와인 평가를 통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해주는 일이죠. 와인21닷컴 평가단이 추천했다면 신뢰할 수 있는 와인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이 그런 와인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겁니다.” 이와 함께 와인21닷컴의 향후 SNS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자연스러운 와인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15년간 와인시장 한복판에서 뛰어온 최성순 대표가 이끌어온 와인21닷컴의 성장기를 듣고 나니 자연스레 궁금해지는 것은 지금부터 향후 15년간의 모습이다. 와인이 숙성되듯 기업체 역시 세월의 옷이 더해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법이니까. 그녀는 와인21닷컴이 사람으로 치면 30대 정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투자를 해왔다면 이제 왕성하게 활동하고 결실도 맺을 즈음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기를 버티게 해줬던 것은 역시 와인이었다. “가끔씩 마음을 열어주고 용기를 주는 근사한 와인을 만나면 그 맛과 향에 사로잡혀, 포기할까 하던 생각들이 사라지죠. 그렇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해요. 저는 좋아하는 걸 선택했기 때문에 힘들었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돌아보니 포기하지 않았던 건 잘한 일이네요. 그렇게 버텨오며 이젠 진짜 잘하는 것들을 찾았으니 앞으로는 더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성순 대표는 특별한 와인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와인21닷컴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원격 근무를 하고 회사는 언제든 자유롭게 들러 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었으면 한다고.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사이버 네트워킹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런 꿈 같은 자유가 불가능할 리 없다. 사실 와인21닷컴은 2003년 가로수길에 와인바 ‘샤토21’을 오픈해 운영한 적이 있다. 주주회원을 모집하고 회원들만을 위한 모임 공간으로 만든 멤버쉽 와인바였고 수시로 와인 아카데미, 테이스팅 파티 등을 열어 회원들이 와인을 공부하며 네트워킹을 쌓았던 곳이다. 샤토21은 3년 만에 문을 닫았지만, 현재 최성순 대표가 꿈꾸는 와인공동체가 실현된다면 새로운 개념의 와인 카페가 다시 문을 열 법도 하다. 그녀는 와인21닷컴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자식 같은 회사지만 목표에 다다르면 이룬 것들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와인이란 존재도 그렇지 않던가. 깊을수록 너그럽고 좋을수록 나누고 싶은 것. 최성순 대표가 가진 이상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되기를, 한 사람의 와인애호가로서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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