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맡은 덕분에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을 시음하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
'컬트'라는 단어는 '숭배'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와이너리 자체에서 워낙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그 와인을 경험해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숭배'하듯 와인에 매달리는 현상 때문에 생긴 말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몇몇 컬트 와인이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아로호(Araujo)의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와이너리는 총 5종류의 와인을 생산하며 그 중 국내 수입되는 와인은 3가지. 

구하기 힘든 컬트 와인답게 가격도 상당히 높다.
이들의 대표 와인인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Araujo Eisele Vineyard Cabernet Sauvignon)은 690,000원,
아로호 알타그라시아(Araujo Altagracia)는 
290,000원,
아로호 소비뇽 블랑(Araujo Sauvignon Blanc)이 135,000원.

소문대로 소비뇽 블랑이 잘짜여진 구조감과 묵직한 느낌 덕에 매우 인상적인 화이트 와인으로 기억에 남았고, 두 레드 와인 역시 섬세한 풍미로 진한 감동을 주었다. 
살면서 이런 와인들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이 와이너리를 설립한 아로호 부부의 인터뷰는 와인에 대한 기억과 함께 남아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자신들이 소유한 포도밭의 환경과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었던 이들.
중년의 나이에 와인으로 '업종 전환'을 한 셈인데 이토록 성공하다니 혜안을 지니고 시류를 잘 읽어낸 와인메이커이자, 경영자인 셈이다.   


아래는 아로호 이스테이트의 소유주, 아로호 부부와의 인터뷰 전문.

 

 




떼루아를 향한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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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와인, 아로호(Araujo)

 

와인애호가들에게 그 자체로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컬트 와인.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길래 수많은 와인마니아들이 와인 구매를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열광하는 것일까.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몇몇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특별한 레드 와인을 지칭하는 컬트 와인은 생산량이 적어 일반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컬트 와인으로 유명한 아로호(Araujo) 역시 특급 소량생산 와이너리이며, 현재 한국에 3가지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아로호 이스테이트의 소유주, 바트 아로호(Bart Araujo)와 대프니 아로호(Daphne Araujo)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사업을 하다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와인메이커로 전향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990년 아이슬 빈야드를 인수하고 1991년 와인 메이킹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0년이 된 것. 로버트 파커는 아이슬 빈야드의 뛰어난 떼루아를 헌신적으로 관리해 세계 정상급 와인으로 승화시킨 바트와 대프니 아로호 부부의 노력은 언제나 깊은 감명을 준다라며 이들의 열정을 극찬한 바 있다.

지난 4 27, 아로호 부부를 만나 그들의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좋은 떼루아를 향한 존경 어린 마음과 그것을 와인에 충실히 구현해내려는 의지가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낸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와인메이커로서 간직해온 일관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Wine21 : 이번 한국 방문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Bart Araujo : 이번이 두 번째 방한입니다. 작년에 아로호 와인을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와인 컬렉터, 소믈리에, 언론인들을 만나 뜻깊은 시간을 보냈죠. 이번에도 그러리라고 기대합니다. 한국은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Wine21 : 아로호 이스테이트를 세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Daphne Araujo : 자연 속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우리를 와인메이커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포도를 재배하기 위해 나파밸리 북동쪽에 위치한 아이슬 빈야드(Eisele Vineyard)의 아이슬 부부를 만나 밭을 샀는데, 그 밭이 굉장히 좋은 땅이었습니다. 사업을 했던 바트의 경험과 조경건축을 전공한 저의 경험을 살려 와이너리를 설계하고 운영하기 시작했죠. 저희는 최고 수준의 밭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며, 떼루아의 특성을 와인의 풍미로 잘 이끌어내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Wine21 : 아로호의 와인이 생산되는 땅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요?

Bart Araujo & Daphne Araujo : 와인의 레이블을 통해 볼 수 있듯 산 아래에 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비가 오면 빗물이 산에서부터 밭으로 흘러내려오고, 밭에는 샛강이 있으며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죠. 이곳에서 자란 포도나무로는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어요. 덕분에 미네랄이 많고 독특한 느낌을 간직한 와인이 탄생합니다. 저희가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수하는 이유도 그것이 포도밭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와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재배법이기 때문입니다.

 

Wine21 : 아로호의 와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바로 부드러운 질감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구현해내는 것입니까?

Bart Araujo :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Araujo Eisele Vineyard Cabernet Saubignon)은 파워풀하면서도 부드러운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을 듣습니다. 떼루아 자체에서 양질의 타닌이 나오기 때문에 와인 메이커의 작업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좋은 질감(texture)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좋은 질감이란 타닌을 매끄럽게 관리한다는 의미죠. 전체 양조 과정 중에서 초기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Wine21 : 현재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세 종류의 와인 이외에 더 소개하고 싶은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Bart Araujo : 작년에 방한했을 때 불고기를 굉장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시라(Araujo Eisele Binyard Syrah)가 한국의 불고기와 매우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와인은 호주 시라보다는 프랑스 시라의 느낌이 많이 나지만 아로호만의 개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Wine21 : 아로호 와인의 시음 적기는 언제로 보면 좋을까요?

Daphne Araujo : 정답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출시한 그 시점부터 와인은 아름다움을 발하지만 오랜 시간 숙성시켜도 될 정도로 힘을 간직하고 있죠. 15년 전부터 아로호 와인을 계속 구매해왔지만 아직도 오픈하지 않았다는 컬렉터들도 있어요. 첫 빈티지를 내놓은 뒤 이제 20년이 흘렀으니, 저희 또한 앞으로 관찰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Wine21 : 마니아들이 컬트 와인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Bart Araujo : 구매자 리스트에는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출시되자마자 소수의 컬렉터들에게만 모든 와인이 가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누구라도 저희의 와인을 진심으로 맛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면 구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로호의 와인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알타그라시아를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기도 하죠.

 

Wine21 : 앞으로 아로호 이스테이트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Bart Araujo : 목표는 완벽입니다. 완벽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만 탁월한 와인이 생산되겠지요. 우리의 베스트 와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나오게 될 겁니다. 매년 더 뛰어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Wine21 : 마지막으로, 와인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간단히 내려주세요.

Daphne Araujo :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Bart Araujo : 와인은 사람’, ‘음식’, 그리고 공유된 경험을 창출해내는 놀라운 매개물이죠. 이런 역할을 그 동안 세계 곳곳에서 보아왔고 그것은 와인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아로호의 와인들> -----------------------------------------------------------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Araujo Eisele Vineyard Cabernet Sauvignon)

아로호 이스테이트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뛰어난 농축미를 자랑한다. 카시스와 블랙베리, 구운 빵과 흙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매우 부드러운 질감의 풀바디 와인으로, 수십 년 동안 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과 우아한 기품을 지니고 있다.

 

아로호 알타그라시아(Araujo Altagracia)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의 세컨 와인 개념으로 만들어졌으며 1999년 빈티지에서 처음 생산되었다. 아로호 아이슬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양조하며 오크 숙성까지 모두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알타그라시아의 경우 6개월 먼저 병입한다. 여러 과일의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풍미가 돋보이는 와인.

 

아로호 소비뇽 블랑(Araujo Sauvignon Blanc)

마시는 순간, 입안을 가득 채워주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꽃의 느낌에서 시작해 완숙하고 풍부한 과일의 풍미를 선사한다. 해산물 요리와 샐러드는 물론이며, 향신료가 강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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