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토 딸보, 흔들림 없는 명성의 이유  
  • 친숙한 이미지이면서도 전통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친근함과 고급스러움, 두 가지 가치를 함께 지켜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그런 면에서 샤토 딸보(Chateau Talbot)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와인을 잘 모르는 이라 해도 그 이름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반색하는 와인이고, 애호가들에게는 오래도록 사랑 받아오고 있는 와인이므로.

     

    지난 3월 6일, 스테이트 타워 남산에서는 샤토 딸보를 버티컬 테이스팅으로 만나는 특별한 디너가 개최되었다. 이번 디너를 주최한 에노테카 코리아의 김진섭 사장은 “샤토 딸보의 진면목을 느껴보는 시간”이라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샤토 딸보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 꼬르디에(Cordier) 가문의 낸시 비뇽 꼬르디에(Nancy Bignon Cordier)의 남편인 장 폴 비뇽(Jean-Paul Bignon) 씨가 참석해 더욱 의미 있는 디너가 되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샤토 딸보 와이너리의 경영을 맡기 전, 30년 이상 변호사로 활동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며 바쁜 일상을 살던 그에게 와인은 언제나 새로운 열정의 원천이 되었고, 지금은 와이너리 경영자로 활약하며 전세계의 샤토 딸보 애호가들과 보다 가깝게 만나고 있다.

     

     

    보르도 생 줄리앙(Saint Julien)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손꼽히는 샤토 딸보는 백년전쟁 중 1453년 카스티용(Castillon) 전투에서 사망한 영국의 군사령관 존 딸보(John Talbot)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중요한 결전의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이며,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는 ‘승리’를 기원하는 와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샤토 딸보의 포도원에서는 220에이커 규모에서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를 재배하고 있다.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보르도의 포도원에서도 면적이 넓고 생산량이 많은 포도원 중 하나다.

     

    본래 유명한 와인판매상이었던 꼬르디에 가문은 샤토 딸보 포도원을 소유하게 된 1917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세기에 걸쳐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장 폴 비뇽 씨는 “최근 들어 보르도에서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샤토 딸보 와이너리는 꼬르디에 가문의 열정을 오래도록 계승하며 앞으로도 고객들과 꾸준한 신뢰 관계를 유지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샤토 딸보가 잘 알려진 것을 두고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이름이 쉽고 기억하기 좋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2003년부터 대한항공 기내 와인으로 선정되어 제공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감독이 사랑한 와인으로 잘 알려졌다는 것이다. 

     

    장 폴 비뇽 씨와 함께 한 디너에는 샤토 딸보의 화이트 와인과 세컨드 와인, 그리고 샤토 딸보 1998, 2000, 2006년 빈티지가 나란히 등장해 샤토 딸보의 일관된 특징과 세월에 따른 차이를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와인은 메독 지역에서 흔치 않은 화이트 와인, 샤토 딸보 까이유 블랑 2010(Chateau Talbot Caillou Blanc 2010)이었다. 레드 와인 위주로 생산되는 지역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게 된 것은 현 소유주의 할아버지인 조르쥬 꼬르디에(Georges Cordier)가 화이트 와인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메독 지역에서 화이트 포도 품종을 가장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청량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간직한 샤토 딸보 까이유 블랑은 열대과일 풍미와 시트러스의 아로마가 신선하게 전해지며, 2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는 안정적인 구조감까지 보여주었다. 두 번째 와인으로 소개된 와인은 샤토 딸보의 세컨드 와인으로 잘 알려진 꼬네따블 딸보 2010(Connetable Talbot 2010). 단순히 세컨드 와인이라고 레벨을 규정해버리기에는 생동감과 깊이를 두루 갖춘 모습이다. 베리류의 아로마, 제비꽃과 허브의 향이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이며, 특히 2010년 빈티지는 꼬네따블 딸보의 최근 20년 중에서 가장 좋은 빈티지로 꼽히고 있다.


    샤토 딸보 버티컬 테이스팅을 위해 준비된 빈티지는 1998, 2000, 2006년으로, 장 폴 비뇽 씨는 특히 이 세 빈티지가 샤토 딸보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어린 빈티지를 먼저 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은 1998년부터 시작했으며, 이는 음식 매칭을 고려하면서도 어린 와인의 파워가 올드 빈티지의 시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 배려였다. 1998년 생 줄리앙 지역은 5월부터 8월까지 좋은 기후가 이어졌고 일조량이 충분해 포도가 잘 숙성할 수 있었다.샤토 딸보 1998(Chateau Talbot 1998)은 잘 숙성된 과실 향과 스모키한 아로마가 어우러지며, 바디감과 미감에서 전형적인 딸보의 모습이라는 평을 얻었다. 디너 참석자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얻은 샤토 딸보 2000(Chateau Talbot 2000)은 다른 해에 비해 메를로의 블렌딩 비율이 높아, 메를로의 뛰어난 유형을 느껴보기 좋았다. 자두와 블루 베리, 토바코와 커피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와인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샤토 딸보 2006(Chateau Talbot 2006)은 딸보의 전통적인 매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빈티지다. 풍성한 과실 풍미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향과 함께 이어지는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다섯 종류의 와인을 통해 샤토 딸보가 어느 해에나 당당하게 스스로의 명성과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토 딸보는 역시 친근하고도 고급스러운 이름, ‘샤토 딸보’인 것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