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라는 이름은 와인애호가들에게, 특히 샴페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쁨의 이름이자 동경의 이름이다.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까닭에 흔히 만나긴 어렵지만 일단 한 잔의 루이 로드레를 맛보고 나면 그 훌륭한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루이 로드레는 230여 년 간 일관된 철학을 바탕으로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며 명성을 쌓아온 샴페인 하우스다. 세월이 흐르며 더욱 견고해진 루이 로드레의 위상은 이제 많은 와인생산자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루이 로드레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단독 수입을 시작하며 기존 제품들은 물론, 지금까지 한국에서 만날 수 없었던 제품들까지 포함해 모든 와인들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28일 파크하얏트서울에서 개최된 와인 메이커스 디너는 이 새출발을 기념한 행사로, 루이 로드레의 미셸 자누(Michel Janneau) 부사장이 함께 참석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그는 이번 런칭 디너가 마련되기까지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말로 진행을 시작했고, 행사에 참석한 에노테카 일본 본사의 임원들, 에노테카 코리아의 김진섭 대표, 파크하얏트서울의 총지배인, 디너를 준비한 셰프들, 통역 담당자 등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 어린 말투로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리고 루이 로드레가 일본에서도 에노테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으므로 한국 시장에서도 향후 더 큰 성장을 이뤄가리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셸 자누 부사장은 루이 로드레의 강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 가문이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1776년, 루이 로드레의 삼촌인 니콜라스 슈뢰더에 의해 설립된 루이 로드레 샴페인 하우스는 1883년 유망한 사업가였던 루이 로드레에게 상속되었고, 그는 기존의 7배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일찌감치 명성을 알리게 된 루이 로드레 샴페인은 이후 후손들에 의해 성공적인 경영을 이어왔다. 제1차 세계 대전과 러시아 혁명, 미국의 금주법 등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도 탁월한 사업 능력으로 의연하게 본연의 자리를 지켜왔고, 현재는 프레데릭 루조(Frederic Rouzaud)가 2006년부터 루이 로드레를 이끌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이 거대 기업에 합병된 것을 상기해볼 때, 오래도록 가족 경영 방식을 고수해온 루이 로드레의 소신과 철학은 단연 돋보인다.  
 
미셸 자누 부사장이 말하는 루이 로드레의 두 번째 강점은 뛰어난 포도밭이다.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밭에서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루이 로드레는 샹파뉴 지역에 총 214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생산량의 75%를 자사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양조하며, 이는 다른 샴페인 하우스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또한 보다 집중력 있는 샴페인을 생산해내기 위해 1989년에는 샹파뉴 지역에서 최초로 포도송이의 양을 제한하는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를 시행하기도 했다. 완전무결한 샴페인을 위한 노력은 밭에서부터 출발해 포도 재배와 수확, 발효와 블렌딩, 숙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루이 로드레의 존경 받을 만한 가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두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명성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번 런칭 기념 디너에서 소개된 와인은 총 6가지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루이 로드레 브뤼 프리미에(Louis Roederer, Brut Premier)는 루이 로드레의 블렌딩 기술이 집약된 샴페인으로 언제 어느 자리에서 마시더라도 일관성 있는 숙성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노 누아(Pinot Noir) 60%, 샤르도네(Chardonnay) 30%, 피노 므니외(Pinot Meunier) 10%가 사용되었으며, 힘찬 기포와 단단한 구조감이 안정적인 미감을 전해준다. 루이 로드레 브뤼 빈티지(Louis Roederer Brut Vintage) 2006은 앞서 시음한 브뤼 프리미에보다 짙은 황금빛 컬러로, 피노 누아 60%와 샤르도네 40%로 만들어졌다. 고급스러운 효모의 느낌이 돋보이며 시트러스, 견과류 아로마와 함께 오크 풍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 2005는 ‘크리스탈’에 깃든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었다. ‘황제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샴페인은 1876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를 위해 루이 로드레가 소유한 최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되었다. 알렉산더 2세가 와인 병의 바닥에 독극물이 가라앉아 있을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에 병의 바닥 부분은 홈이 없이 평평한 형태이며,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투명한 크리스탈 병을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당시의 병과 똑같은 형태로 출시하고 있어 황제를 위한 샴페인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2005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유지한 사람처럼 뚜렷하고 힘있는 모습이었으며,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하게 퍼지는 과실 아로마는 글라스 안에서 오랜 시간 섬세하게 지속되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이 탄생되고 약 100년 뒤에는 크리스탈 로제가 첫선을 보였는데, 로제 와인의 생산 방식 중에서도 와인을 섞는 것이 아니라 포도 껍질이 자연스럽게 컬러로 표현되게 하는 방식을 고수해 은은하고 우아한 로제 샴페인을 만들고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로제(Louis Roederer, Cristal Rose) 2005는 딸기와 라임 등 풍성하게 올라오는 신선한 과실 풍미와 깊이 있는 오크 풍미를 보다 잘 느낄 수 있도록 일반적인 샴페인 글라스가 아닌 부르고뉴 글라스에 제공되었다. 
 
루이 로드레의 샴페인에 이어 레드 와인으로 제공된 샤토 드 페즈(Chateau De Pez) 2008은 단단한 오크 풍미와 삼나무 향이 형성하는 세련된 부케가 인상적이다. 샤토 드 페즈는 15세기에 설립되어 생-테스테프(Saint Estephe)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이며 1995년 루이 로드레에 인수되어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행사의 마지막에 등장한 와인 역시 루이 로드레사가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이었다. 포르투갈의 라모스 핀토(Ramos Pinto)는 1890년대 포르투갈을 통치한 카를로스 국왕의 전용 포트 와인으로 납품되며 유럽 귀족 가문들이 즐겨 찾는 와인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1990년 루이 로드레에서 인수하며 전문적인 경영 능력이 더해져 큰 성장을 이뤘다. 라모스 핀토 LBV(Ramos Pinto Late Bottled Vintage) 2007은 고급스러운 바닐라와 다크 초콜릿의 아로마가 디저트와 훌륭한 조합을 보여주었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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