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시다 보면 자연스레 와인이 얼마나 ‘교류’에 능한 술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물론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와인이지만, 다양한 분야와 함께 접할 때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와인을 단순한 술이 아니라 ‘문화’라고 하지 않던가. 영화, 음악, 미술, 그리고 비즈니스에까지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고, 각 분야와 어우러지며 와인은 새로운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와인수입사를 경영하며, 와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는 이가 있다. 동원와인플러스의 김상용 대표. 예술 분야에서 여러 장르가 혼합될 때 종종 흥미로운 결과를 낳는 것처럼, 김상용 대표가 가진 여러 지적 자산을 엮어내자 남들과 다른 오직 그만의 콘텐츠가 탄생했다. 그는 강의 요청을 받을 때도 ‘와인과 경영’, ‘와인과 영어’, ‘와인과 마케팅’ 등 다른 분야와 접목한 강의를 시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폭넓은 방식으로 와인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김상용 대표는 대기업에서 전략 기획과 브랜드 총괄 마케팅을 맡았고, 프랑스에서 보르도 코망드리 와인 기사 작위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는 좀 더 특이한 부분이 있다. 동원와인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그는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SAIS)의 교사였다. 그뿐 아니다. 영어 어원 및 SSAT 교사, 고대 어학원 TOFEL 강사로 활약했고, 영어 어원 및 숙어 유래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영어 어원을 주제로 한 책까지 발간했다. 자신의 남다른 길에 대해 김상용 대표는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이끌어온 길”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출간한 <오리진> 역시 그 결과다. 2007년 동원와인플러스에 취임한 뒤, 블로그를 만들어 본래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분야에 대한 여러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와인은 물론이며 영화, 음악, 영어까지 다양했고 그 중 영어 어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만의 방식이 주목 받아 출판사로부터 책 발간 제안을 받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오래 전부터 어원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깊이 파고들었죠. 연구를 통해 영어 어원을 창안했고, 단어들을 어원으로 연결한 사전도 만들었습니다. 어원으로 스토리와 이미지를 풀어내는 방식은 제가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앞으로 세계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김상용 대표와 국민소통진흥협회 김성윤 회장이 공저로 쓴 <오리진>은 성공에 꼭 필요한 키워드를 영어 어원으로 기억하기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성공과 열정, 인내와 노력, 기쁨과 슬픔, 인간관계, 자아실현 등 여러 주제 아래서 뽑아낸 10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각 짧은 에세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중 김상용 대표가 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어려운 상황은 언제나 오게 마련인데, 잘 참아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서 ‘인내’를 특히 중요한 키워드로 꼽고 싶네요. 힘든 상황은 참고 기다리면 지나갑니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위로 받길 원하는 ‘힐링’이 이슈가 되었는데 힐링 이후의 삶은 바로 ‘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 활기 있는 삶이 다가오고 성공을 향해 도약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주는 이 책은 출간 후 바로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와인업계에서 이어온 독특한 행보에 대해, 그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도전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면 하고자 일은 다 만들어지게 마련이라고. 그가 와인업계로 돌아와 동원와인플러스 대표로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주력한 헨켈(Henkell), 코노 수르(Cono Sur) 등 여러 브랜드의 성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헨켈의 경우, 사진 콘테스트와 같이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로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며 몇 년 사이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는 와인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중시한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 CEO답게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호감을 줄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둔다. 일례로, 영국 왕실 납품을 위해 20배럴만 생산해온 코노 수르 20배럴즈(Cono Sur, 20 Barrels)는 ‘희소성’이 있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접근해 호응을 얻고 있다. 품질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인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해 소비자들에게 섬세하게 다가간 것이다. 또한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있는 스페인 와인 타파스(Tapas)는 스페인 음식이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성공한 경우다. “새로운 와인을 수입할 때도 와이너리의 역사에 어떤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와인 역시 감성적인 접근이 중요하니까요. 지금은 브랜드들을 어느 정도 성장시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가 수입하는 와인들이 많이 알려지니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가고, 거기서 또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기더군요.”
 

그는 와인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와인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대중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와인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동원와인플러스에서 수입하는 브랜드들이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김상용 대표의 이런 신념 덕분일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허브 리큐르로, 헨켈 계열사의 제품인 큐멀링(Kuemmerling)을 런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동원와인플러스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와인들은 어떤 것일까.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세컨드 와인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에요. 와인이 고급 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술로 자리잡길 바랍니다.” 취임 때부터 변함없이 이어온 생각이다.


김상용 대표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게 한 에너지는 ‘변화’와 ‘도전’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두 가지 키워드를 겪은 뒤 이제는 ‘통찰’에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가능성을 가지고 계속 변화해 간다고.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한마디이자, 그만의 방식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말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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