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 저녁, WSA pdp 와인아카데미의 보르도 마스터 코스 중, 크랑크뤼 클라쎄 수업에 다녀왔다.
평소에 마시기 힘든 와인 5종을 한자리에서 테이스팅하고 각각의 와인을 평했던, 내 수준에서는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마셔야 더욱 그 빛을 발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언제 또 이런 와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마셔보겠나 싶어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아래는 크랑크뤼 클라쎄 수업 리뷰 원고.



주제별 테이스팅으로 명성을 확인하다

-       WSA pdp‘Grand Cru Wines of Bordeaux’ 클래스

 

와인은 종종사건이나경험과 함께 기억에 남기에,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마셨는가가 중요하다. 와인이라는 술로 수많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와인을 접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강의를 통해 만난 와인은 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우다. 수업을 들으며 먼저 이론적 지식을 쌓은 뒤, 그에 해당하는 와인을 바로 시음해보는 것이므로 와인의 맛과 향이 다양한 정보와 함께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것일 테다.

 

지난 6 10, 와인아카데미 WSApdp의 강의 중 한 세션을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다. WSApdp는 정기적으로 보르도와인협회(CIVB)의 에꼴 뒤 뱅 드 보르도(L’Ecole du Vin de Bordeaux)가 인증하는보르도 와인 마스터 코스를 개강하는데, 수업은 보르도 와인에 대한 이론 강의와 테이스팅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에 참석한 날은 에꼴 뒤 뱅 프로그램 중에서도 ‘Grand Cru Wines of Bordeaux’를 주제로, 그랑크뤼 클라쎄에 대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WSApdp에서는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을 테이스팅해보고, 그 명성을 제대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인순 대표강사의 강의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먼저 보르도의 등급 분류에 대한 핵심적인 이론을 강의한 뒤, 이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이루어졌다. 보르도 그랑크뤼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며 먼저 부르고뉴와의 간략한 비교 설명을 통해 등급 구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고, ‘Bordeaux Classification’이 형성된 역사나 배경 등, 보르도 와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을 설명했다.

그랑크뤼 클라쎄는 어떤 이유로최고의 와인이라는 명성을 이어오는 것일까. 이론 수업 이후에는 와인을 통해 그 특징을 직접 만나보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이어졌고, 5종의 와인을 한 자리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며 각각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인을 미리 디캔팅해두지 않고 글라스에 따르기 전에 오픈했는데, 이는 와인 자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확인해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인순 강사가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방식은 먼저 몇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5종의 와인을 모두 시음한 뒤,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다. 제시된 주제는 가장 가격이 높을 것 같은 와인’,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의 와인’,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와인’, 그리고 유일하게 그랑크뤼 클라쎄가 아닌 와인을 맞춰볼 것으로 4가지였다.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받은 인상이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한병씩 와인 레이블이 공개되고 이인순 강사의 해설을 들을 때마다 사전에 이론을 통해 배웠던 와인의 특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강의를 통해 만난
5종의 그랑크뤼 와인>

 

샤또 딸보 Chateau Talbot 2006

France, Bordeaux, Saint-Julian

Grand Cru Classe de Medoc 5등급

레이블을 공개하자마자 탄성이 나왔던 와인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때, 첫인상은 강하지 않았지만 다른 와인을 모두 시음한 뒤 다시 맛보니 가장 편안한 느낌을 주었는데 역시 그랑크뤼 클라쎄 중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샤또 딸보였던 것이다.

 

샤또 오 마부제 Chateau Haut-Marbuzet 2006

France, Bordeaux, Saint-Estephe

AOC, Bordeaux Cru Bourgeois

샤또 오 마부제에 대한 의견은 대체적으로 신맛이 많이 느껴지고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이었다. 이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등장한 유일한 크뤼 부르주아였는데,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변화를 지켜보고 싶은 와인이었다.

 

샤또 말라틱 라그라비에 Chateau Malartic Lagraviere 2004

France, Bordeaux, Pessac-Leognan

Grand Cru Classe de Graves

이인순 강사는 오크 풍미가 확실하게 느껴지고 플루티한 와인을 트렌디한 와인이라고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샤또 말라틱 라그라비에가 정확하게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풍부한 과실향이 올라왔고 모던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날 테이스팅한 단 하나의 그라브 지역 와인.

 

샤또 뽕떼 까네 Chateau Pontet Canet 2005

France, Bordeaux, Pauillac

Grand Cru Classe de Medoc 5등급

샤또 뽕떼 까네는 가죽향과 붉은 과실향이 지배적이었고 보르도의 전형적인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평을 얻었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강건함 때문에 최근 빈티지에서는 장점이 다 발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샤또 뽕떼 까네 역시 시간을 두고 음미해야 하는 와인이었다.

 

샤또 라스꽁브 Chateau Lascombes 2006

France, Bordeaux, Margaux

Grand Cru Classe de Medoc 2등급

5종의 와인 모두가 명성 있는 와인이지만, 이날 테이스팅에서 특히 다양한 반응이 나왔던 와인이 바로 샤또 라스꽁브였다. 꽃 향기와 다크 초컬릿향이 어우러진 화사한 느낌에 부드러운 산도와 질감으로 여운을 남겼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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