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주최하는 와인&치즈 클럽. 전통을 자랑하는 이 행사가 어느덧 79회를 맞았다. 그동안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와인&치즈 클럽이 지난 7 7일 디너에서 선보인 와인은 모두 프렌치 부티크 와인들이었다. 치즈 및 스낵 뷔페와 함께 론, 루아르, 부르고뉴, 랑그독 지방의 부티크 와인 7가지를 시음했는데, 떼르와쎌렉시옹㈜의 대표이자 프랑스 와인 컨설턴트인 아르노 아바디(Arnaud Abadi)씨의 설명으로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접하는 자리가 되었다.

 

전통과 다양성, 프렌치 부티크 와인의 매력

부티크 와인이란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포도 재배, 와인 생산, 판매까지 모두 이루어지는 와인으로, 적은 생산량을 유지하며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은 곳이라 하더라도 5만병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을 생산하며, 생산자가 와인 생산 전 과정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퀄리티를 보증한다. 

그런데 부티크 와인은 대형 와이너리에 비해서 세계 시장에 소개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와인의 수출과 유통 시스템을 영화와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대형 와이너리가 전세계에 체계적인 배급망을 갖추고 있는 대형 블록버스터라면, 부티크 와인을 생산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는 작지만 진정한 애호가들이 찾아내어 감상하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와 비슷하다. 이런 소규모 독립 와이너리들은 한정된 양이지만 생산자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낸 독창성 있는 와인을 양조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부티크 와인을 아시아 지역에 선보이고 있는 떼르와쎌렉시옹㈜은 한국의 파트너사인 ㈜와이넬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퀄리티를 갖춘 프렌치 부티크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와인&치즈 클럽에 나온 와인 중에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 처음 소개되는 와인도 있었다. 아르노 아바디(Arnaud Abadi)씨는 이날 소개되는 대부분의 와인이 시간을 두고 진행한 2, 3차 테이스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와인임을 강조하며 천천히 시음해보기를 권했다.


 

훠이, 앙리 베르당 Reuilly 2008, Domaine Beurdin

루아르에서 생산된 100% 소비뇽 블랑으로, 섬세한 미네랄과 함께 품종 자체의 활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와인이다. 식전주로 적합하며 해산물 요리, 생선 요리, 치즈 등 다양한 음식과도 쉽게 매치된다. 도메인 베르당(Domaine Beurdin)은 지리적으로 소비뇽 블랑 재배에 유리한 곳에 위치하며, 모든 포도재배 및 수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3대째 와이너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

 

부르고뉴 피노누아, 도멘 뿔로 Bourgogne Pinot Noir 2008, Domaine Poulleau

전통적인 가족 경영 체제의 소규모 와이너리 도멘 뿔로(Domaine Poulleau)는 볼네(Volnay), 알록스 꼬르통(Aloxe-Corton) 등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대량 생산되는 피노누아와 달리, 파워풀한 산미가 살아있어 강한 여운을 남긴다.

 

멘투 살롱, 도멘 자꼴랑 Menetou-Salon 2008, Domaine Jacolin

멘투 살롱(Menetou-Salon)은 이날 행사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루아르 지방에서 생산되는 100% 피노누아 와인이며 도멘 뿔로의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비교해보자면, 좀 더 강건한 타닌과 흙내음을 느낄 수 있다. 도멘 자꼴랑(Domaine Jacolin)은 와인의 품질을 위해 포도 수확량을 조절해 연간 1만병 정도만 생산하며, 포도 재배 과정에서 화학 비료 사용을 배제해 떼루아의 개성을 돋보이도록 한다. 멘투 살롱은 시간을 두고 다시 시음했을 때 가장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이었다.

 

꼬뜨 뒤 론, 도멘 라 걍트랑디 Cote du Rhone 2009, Domaine La Guintrandy

꼬뜨 뒤 론에서는 대량 생산이 많이 이루어지지만, 도멘 라 걍트랑디(Domaine La Guintrandy)는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포도 재배부터 와인 생산까지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르나슈 70%, 까리냥 20%, 쉬라 10%가 블렌딩된 이 와인은 알싸한 타닌과 향신료 향이 두드러지며 프랑스 남부 론의 열기를 느껴볼 수 있다.

 

비상 꼬뜨 뒤 론 빌라쥐, 도멘 라 걍트랑디 Visan Cote du Rhone Village 2008, Domaine La Guintrandy

그르나슈 90%, 쉬라 10%가 블렌딩된 와인이다. 앞서 테이스팅한 같은 도멘의 꼬뜨 뒤 론과 비교했을 때, 보다 강한 타닌이 느껴지며 남성적인 인상을 준다. 육즙이 풍부한 육류 요리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와인이다.

 

샤또 오 비냘, 로랑 까멜 Chateau Haut Vignals 2008, Laurent Calmel

샤또 오 비냘(Chateau Haut Vignals)의 와인 생산자 로랑 까멜(Laurent Calmel)은 현재 랑그독, 론 등 주로 남부지역에서 와인을 만드는데 그의 와인은 저명한 와인평론지나 대회를 통해 종종 소개되고 있다. 이 와인은 랑그독 지역의 와인으로 파워풀하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럽다.

 

끄레망 드 루아르, 샤또 뒤 브로이 Cremant de Loire, Chateau du Breuil

루아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상파뉴 지역의 전통 샴페인 제조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샤르도네와 슈냉 블랑을 절반씩 사용한다. 밝은 황금빛으로 섬세한 기포가 지속적으로 올라와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식전주로 좋은 와인이며, 이날은 마지막에 제공되어 레드 와인 테이스팅 후에 깔끔한 마무리를 도와주었다. 은은한 과일향과 신선한 산미가 느껴진다.

 

아르노 아바디(Arnaud Abadi)씨는 프렌치 부티크 와인을 소개하며, 와인과 예술의 공통점은 끊임없는 창조성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똑같은 포도품종과 떼루아가 주어지더라도, 생산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마치 같은 악기로 같은 곡을 연주해도 지휘자나 연주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곡이 연주되는 것과 비슷하다. , 떼루아와 포도품종이 생산자의 철학을 만나 다양한 창조물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와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즐기고, 사랑하는지를 더없이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였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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