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와인학술축제, 이탈리아 중부를 조망하다

와인에 대한 진중한 관심과 열정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가 있었다. 지난 2월 11일 중앙대학교에서 개최된 중앙와인학술축제는 매회 특정한 테마를 가지고 진행하는 학술 세미나로, 학술 발표를 통해 와인산업의 현황을 확인하는 자리다. 어느덧 11회를 맞은 이 행사는 심도 깊은 연구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세미나뿐만 아니라 주제에 해당하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자리가 함께 마련되어, 매회 성황을 이루고 있다. 1회부터 11회까지 빠짐없이 참석한 와인애호가가 있다는 사실은 중앙와인학술축제의 열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앙대학교 와인아카데미 손진호 주임교수의 표현대로 이 행사는 어느덧 와인업계 종사자들과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유익한 세미나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보르도,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남아공 와인 등을 주제로 삼아 지역적 특징과 포도 품종, 앞으로의 전망까지 아우르는 연구 발표를 이어왔다. 참석자들에게 제공되는 충실한 자료 책자만 봐도 세미나의 범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중앙와인학술축제에서는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이탈리아를 주제로 삼았다. 이탈리아의 와인산지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몇 차례에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회의 주제가 ‘이탈리아 북서부 와인’이었고, 이번 11회의 주제는 ‘이탈리아 중부 와인’. 손진호 주임교수의 진행에 따라 토스카나(Toscana), 마르케(Marche), 움브리아(Umbria), 아브루조(Abruzzo) 등 이탈리아 중부지방의 와인 개관과 토착 품종, 그리고 수퍼 투스칸(Super Tuscan)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탈리아 중부 와인의 다양성과 현대화 과정
4000여 년의 오랜 양조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는 지금도 수많은 토착 품종이 와인양조에 사용되고 있다. DOC에 등록된 품종만 해도 350여 종이며 1000종이 넘는 품종을 조사한 연구자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중부 지역, 특히 토스카나를 이야기할 때 가장 주요한 품종은 바로 산지오베제(Sangiovese)이다. 물론 산지오베제는 중부 지역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를 대표할만한 토착 품종이기도 하며,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현대적인 스타일로 양조해 국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11회 중앙와인학술축제에서 중앙대학교 와인아카데미의 이효정 전임강사가 발표한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토착 품종 연구’는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사그란티노(Sagrantino), 트레비아노(Trebbiano) 등 다양한 포도 품종의 기원과 전파, 와인 양조 스타일, 주 재배지역, 대표적인 생산자에 대한 내용이었다.
두 번째 발제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중부 와인산지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탈리아 와인산업 개관 & 중부 와인산지 현황’을 주제로 한 손진호 주임교수의 발제는 토스카나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지역과 마르케를 중심으로 한 중동부 지역의 특색, 생산 와인들의 특징, 최근 경향을 아우르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번 발제를 통해 현재 이탈리아 와인이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상당히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현대화되어 가는 과정과 결과물 역시 지켜보고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수퍼 투스칸에 대해서는 ‘Super Tuscan : 현황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이세용 와인평론가의 발제가 이루어졌다. 이탈리아 와인 현대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던 수퍼 투스칸이 첫 탄생 후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탈리아와 세계 와인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 역사적으로 수퍼 투스칸 출현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가문에 대한 자료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확산되고 혁신을 이루는 과정, 그리고 수퍼 투스칸을 이야기할 때 거론될만한 정체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자료가 뒷받침된 내용이었다.
올해 중앙와인학술축제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구운 와인’인 비노꼬또(Vino Cotto)를 만날 수 있었던 점이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 마르케에서 생산되는 스위트 와인으로 짙은 호박색 컬러에 14~15도 정도로 알코올이 강하다. 한국에 비노꼬또를 소개하고 있는 비노꼬또 코리아의 김기환 대표는 특별 발표를 통해 이 와인의 양조 과정과 특징을 소개했다. 선별된 포도의 즙(머스트, must)을 수분이 증발하고 2/3 정도만 남을 때까지 천천히 끓인 뒤 오크통에서 3~5년 정도 숙성한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구운 와인’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니, 비노꼬또는 이탈리아 와인의 긴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테마의 주요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난, Mini Expo

이번 행사의 또다른 수확은 이탈리아 중부 지역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시음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앙와인학술축제는 매회 와인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데, 이번에도 역시 국내 메이저 와인수입사들이 모여 시음회를 개최했다. 세부적인 주제가 있는 시음회인 만큼, 같은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시음하며 생산자에 따른 차이와 개성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익숙하게 명성을 들어온 브랜드부터 특별 발표가 있었던 비노꼬또 와인까지 접하고, 커피와 다양한 치즈를 함께 하며 학술축제의 열기를 시음회에서 이어갔다.
올해도 성황리에 치러진 중앙와인학술축제.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와 함께, 와인을 알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모이는 행사로 지속되길 바란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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