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현숙 작가의 와인스케치 전시회를 다녀온 뒤 '와인 그림'을 그리는 유용상 작가가 떠올라, 
석달 전 썼던 인터뷰 기사를 다시 가져와본다. 

유용상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보게 된 것은 지난 2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화랑미술제 때였다.
각 갤러리 부스를 돌며 작품을 감상하던 중 유로갤러리 부스를 지나다 거대한 와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처럼 세밀하게 묘사된 작품들은, 와인을 아름답게만 표현한 것은 아니었다.

마침 와인 칼럼의 소재를 찾고있던 시기였는데 '와인'을 주제로 미술 작가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써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연락을 취했고, 서면으로나마 작가에게 와인 그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대인의 감각을 표현했다는 그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일상 속의 와인을 보여주는 느낌.
과하게 이미지화하거나 미화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유용상 작가는 5월 초까지 핑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하반기에 또 전시가 있을 듯하다.


The Chosen person_162X97.0cm_Oil on canvas_2010

와인 그림으로 만나는 현대인의 감각

창작을 하는 이들이 와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은 한잔의 와인으로 잠시 창작의 고통을 잊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 와인 자체에 탐미적 관심을 가진 예술가들도 있다.
예술가와 와인. 한병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에 비견할 수 있다면, 둘의 만남은 꽤나 어울린다. 예술 분야 중, ‘와인과 미술의 만남’이라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와인 라벨에 사용된 미술 작품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매해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라벨에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샤토 무통 로칠드. 그 밖에도 와인 병에 예술을 입혀보겠다는 의도는 종종 시도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이왈종, 구본창 작가의 작품 또한 와인 라벨로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경우가 와인과 미술의 협업(Collaboration)에 가깝다면 와인을 좀 더 미술 영역 속으로 깊숙이 끌어온 경우도 있다. 와인 자체를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와인을 순수하게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Good evening-Nonpossession(무소유)_112.1cmX162.2cm_Oil on canvas_2010

화랑미술제에서 만난 와인 그림

얼마 전 성황리에 개최된 제29회 화랑미술제는 신진작가들부터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아트페어였다. 수많은 부스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그림이 있었는데, 바로 글라스에 담긴 와인을 그린 유용상 작가의 작품이었다. 마치 사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선명하면서도 섬세한 터치 덕분에 캔버스에는 생동감이 넘쳐났다.

 유용상은 본래 ‘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온 작가. 이번 ‘와인잔 시리즈’에서는 그 물이 글라스에 담긴 짙은 보랏빛 와인, 글라스에 묻어있는 입술의 흔적으로 표현되었다. 흔들리거나 정지된 화면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와인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캔버스 위에는 보는 이의 시선이 흔들리는지, 와인글라스가 흔들리는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함이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유용상의 와인 그림은 마치 ‘순간’을 말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래 지속되는 향을 간직한 듯하다. 화단에서 ‘와인 작가’로 알려진 유용상 작가에게 와인을 그리는 이유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와인의 이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우리네 삶과 일상을 와인에 세심히 투영시켜내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와인을 그리는 작가, 유용상과의 인터뷰 -

언제부터 와인을 그리기 시작했나요?
예전 작업에서 물을 주로 그렸는데, 2007년부터 와인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와인을 마시다가 글라스에 담긴 와인을 바라보는데 문득 긴장되는 기분을 느꼈죠. ‘어쩌면 현대인의 감각과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음료가 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느낀 감정을 모티브로 삼아 캔버스에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와인의 어떤 이미지에 주목합니까?
현대인들의 감각은 순간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영원하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와인의 향에는 그런 순간적인 감각과 영원을 함축하고자 하는 깊이가 동시에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신비로운 컬러나 빛깔 역시 마찬가지고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감각과 욕망, 그런 양면성에 관심을 가지고 그림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와인잔 시리즈’ 작품을 보면 글라스가 흔들리는 것처럼 몽롱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흔들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그린 와인잔은 흔들리고 있지만 곱고 밀도감 있는 화면 처리 때문에 사실적인 느낌은 살아있죠. 이건 순간적이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표현이에요. 그래서 제 그림은 단순히 사진처럼 재현하는 극사실주의가 아니라 사진이 담을 수 없는 이미지나 기억도 포함하죠. 흔들리는 현대인의 몸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늘 많이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와인을 마실 때 갖는 느낌을 표현해본다면요?
와인은 오픈 후 첫 느낌과 향,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의 느낌이나 여운이 상당히 다르죠. 와인을 마실 때마다 현대인이 느끼는 감정들, 사랑이나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요. 와인은 그런 인간사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인을 그리는 과정에서 특히 ‘컬러’ 부분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와인 그림을 처음 시작할 당시, 와인의 빛깔을 어떻게 캔버스에 표현할까, 끊임없이 연구했던 나날이 있었어요. 깊고 신비로운 와인 컬러를 표현하는 것이 화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요. 수많은 색 중에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색을 찾기 위해 ‘컬러 디켄팅’도 해보았습니다. 아크릴 물감을 섞어 만든 ‘가짜 와인’을 글라스에 담아보는 것이죠. 와인을 좋아하는 제게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와인과 관련된 작품을 계속 그릴 계획입니까?
저는 와인에 컨템퍼러리 아트를 접목해 그림을 그리다보니, 어느새 와인애호가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다른 애호가들처럼 와인을 많이 알고 느끼는 데는 부족하겠지만, 시각적으로는 와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앞으로 그 충실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고, 조만간 그룹전과 개인전을 개최해 보다 많은 관람객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wine21닷컴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네, 와인21닷컴을 통해 와인애호가들을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그린 와인 그림으로 많은 와인애호가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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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원장님은 사람냄새가 나는 강의를 한다. 
와인을 단순히 학문적으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수업을 한다. 
강의를 듣다보면 '술'을 이토록 인간적인 학문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직접 와이너리에서 양조를 해본 경험 덕에 양조학에 대해서도 해박하신데
초보자들에게는 쉽고 흥미롭게 와인에 접근하도록 해주고,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히 분석적으로 와인의 맛과 향을 탐구하는 관능검사나 양조 원리 등을 강의해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재치있는 입담 덕에 강의도 매우 재미있다. 

우리나라 와인 교육자 1세대라 지금까지 배출한 제자들(동문들) 수도 상당하다.
앞으로도 김준철와인스쿨, 계속 번창하시길..!

아래는 원장님과 인연 맺고나서 진행하게된 인터뷰 기사. 



   

와인과 함께해온 길 김준철와인스쿨 김준철 원장과의 만남

 

와인을 마시다보면 제대로 알고 싶고, 그래서 알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된다. 그러니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지적 욕구는 높을 수밖에 없다. 바로 김준철와인스쿨의 김준철 원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는 와인을 두고, “알아야 마시는 술이며, 자주 마시다 보면 알게 되는 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에서 느껴지듯 김준철 원장의 강의는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와인을 배우도록 해준다. 그런데 강의를 통해 습득하게 되는 지식의 범위는 깊고 방대하다.

김준철와인스쿨의 김준철 원장은 우리나라 와인 교육의 선두주자다. 그는 와인은 물론이며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재치 넘치는 말솜씨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인 교육기관 중에서도 독보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재미있는 강의를 진행한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입소문을 듣고 김준철와인스쿨을 찾는다.

김준철 원장은 어떻게 와인을 처음 만나게 되었을까. 인터뷰를 통해 그가 와인과 함께해온 다양한 경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 진학 시 농화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애초에 자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토양, 비료, 농약, 생화학, 미생물학 등 배우고 싶은 모든 과목이 포함되어있는 학과가 바로 농화학과더군요. 사실 이런 과목은 미국이나 유럽의 와인학과가 갖춘 교과 과정과 흡사하기도 합니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빛 바랜 노트 한 권에는 그 시절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내용이 빼곡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와인 전반에 대해 탄탄한 지식을 갖추게 된 것도 대학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쌓아온 기본 원리가 바탕이 된 덕분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에 동아제약에 입사해 효소과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와인생산을 하던 타 회사를 인수하며 수석농산이라 이름 붙였는데 1986년부터 이 회사에서 와인메이커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곧 미국으로 떠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하고 돌아왔다. 김준철 원장은 와인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디를 배우게 되었고, 위스키를 수입하는 경험까지 하며 술에 대한 자신만의 방대한 자료가 쌓여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정리해 1994년 책으로 발간했다. 지금은 술에 대한 수많은 책이 나오고 있고 온라인 미디어도 발달해 지식을 취하기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이 없던 무렵이었다. 그래서 김준철 원장이 출간한 책은 자료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았고, 덕분에 관련 분야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와인 강의를 시작한 것은 2000. 두 번째 책 와인과 건강출간을 준비하며 1999년 소펙사(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를 찾아갔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듬해 문을 연 서울와인스쿨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41기까지 학생들을 배출하고, 2007년 한국와인아카데미로 옮겼다. 그리고 작년 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김준철와인스쿨의 문을 열었다. 서울와인스쿨과 한국와인아카데미의 컨텐츠를 한곳으로 모은 것. 지금까지 그가 배출한 학생들은 2000여명이 넘는다. 물론 교양으로서 와인을 배운 이들도 많지만, 그 중에는 현재 와인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연말에는 동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송년회를 개최하는데, 한 사람의 교육자 아래에 이 정도 동문들이 모여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성대한 행사가 펼쳐진다.

김준철와인스쿨의 강좌는 각각 매니아, 소믈리에, 마스터, 양조학 코스로 나뉘어 수준별, 또는 목적에 따른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스터나 양조학 코스는 타 교육기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교육과정으로, 이미 와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가들이 많이 수강하는 강좌다. “마스터 코스는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해 관능검사를 적용하는 와인 테이스팅의 고급 과정이에요. 식품공학에도 관능검사 과목이 있는데, 체계가 잡혀있는 통계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죠. 인간 감각기관의 구조를 이해하고 모든 향에 정해져 있는 표준 데이터를 적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양조학 코스는 현재 와인을 강의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계속 와인 분야로 진출할 사람들에게 유익한 강좌입니다. 와인 양조의 원리를 파악하고 실제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거죠.” 준철 원장의 강의를 들은 이들은 와인메이커와 함께 하는 자리를 가질 때나, 해외 와이너리를 방문할 때 지식이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한다. 와인에 대한 기본 원리를 제대로 배웠기 때문. 

와인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어느덧 25. 김준철 원장은 우리나라의 와인문화가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감정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한다. 전문적인 시음회가 아니라면, 와인을 마실 때 분석적인 태도보다는 그저 즐기라는 것.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와인을 대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와인을 이용해 잘난 척할 필요가 없다고 자주 말합니다.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는 항상 겸손하라고 하죠. 그리고 중년 이후의 학생들에게는 와인을 알게 되면 인생이 바뀐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곳은 와인을 담는 그릇을 만들어가는 곳이에요. 제 강의를 듣고 그 그릇을 꼭 크게 만들어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최고로 보람 있는 직업으로 여긴다. 모두 제자들이 주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소펙사가 주최하는 소믈리에 대회에서 1, 2, 3등을 모두 배출해보기도 했고,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선 것도 이미 여러 번이라고.

김준철 원장은 앞으로도 와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매우 많은 듯 보였고, 그만큼 아이디어도 다양했다. 이미 출간한 와인 관련 서적만 9권인데 현재 마스터 코스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와인의 관능검사역시 책으로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현재 논현동에 위치한 와인스쿨의 옥상에서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등 포도를 심어 기르고 있는 모습은 그가 처음 와인과 인연을 맺었던 시기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묘목을 들여와, 우리나라 기후에서도 성장 가능한 포도 품종으로 농장을 조성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김준철 원장은 와인에 대해 가르치지만 동시에 사람 냄새가 나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가 신뢰감을 형성해온 요인일 것이다. 또 앞으로 김준철와인스쿨과 그의 행보에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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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기농 와인을 접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여의도 라빈 시음회에서 만난 호주 유기농 와인, 탐버레인.
마침 주류박람회를 앞두고 와인메이커가 내한한 상태였고, 시음회에도 참석해 직접 와인을 소개했다.
인터뷰가 아닌 일반 시음회로 만났지만 그날 와인메이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 참석자들이 원했다면 몇시간이고 더 와인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듯. 

시음한 6가지 탐버레인 와인은 모두 가격 대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맛에서 유기농 와인만의 특징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단지 유기농 와인은 개성이 없거나 맛이 밋밋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최근 몇몇 유기농 와인을 시음해보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마크 데이비슨은 탐버레인 와인 중에서도 로제 와인이 한국의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릴 거라고 여러번 이야기 했는데, 언젠가 꼭 확인해보고 싶다. 
한국식 상차림 위에 적당히 곁들여서 말이다.

아래는 지난 5월 18일, 탐버레인 시음회에 다녀와서 쓴 기사.

탐버레인 빈야드의 와인메이커, 마크 데이비슨

와인메이커가 전한 유기농 와인 이야기, 탐버레인(Tamburlaine)

 

새로운 와인을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설렌다. 또 하나의 역사와 또 하나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 얼마전, 호주 헌터밸리 지역의 초창기 부티크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탐버레인(Tamburlaine)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시음회는 와인메이커와 함께 와인을 즐기며 호주 유기농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국제주류박람회를 앞두고 서울을 찾은 탐버레인 빈야드의 와인메이커 마크 데이비슨(Mark Davidson)이 한국의 와인애호가들을 만나고 탐버레인 와인을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탐버레인은 호주 최초로 친환경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호주 친환경 인증(Australian Certified Organic)을 획득한 대표적인 유기농 와인이다. 헌터밸리에서 유기농 재배 및 양조의 선구자 역할을 해오며, 호주 유망 산지인 오렌지 빈야드(Orange Vineyard)와 머지 빈야드(Mudgee Vineyard)에서도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호주의 가장 권위 있는 와인 평가기관(Australia’s Leading Wine Authority)에서 와인 평가자인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로부터 2007~2010년 기간 동안 연속해 ‘5 Star’ 와이너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가격대비 품질 좋은 와인 150’ 리스트에 선정된 것은 또다른 성과. 호주에서는 대부분 멤버쉽으로, 탐버레인 와인을 테이스팅 해보길 원하는 회원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

 

마크 데이비슨(Mark Davidson)의 와인과 환경에 대한 철학

탐버레인 와인의 모든 양조팀을 이끄는 와인메이커 마크 데이비슨은 30여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오며 일관된 철학을 지켜가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후손으로부터 빌려와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포도 재배나 와인 양조를 하면서도 생태계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 노력한다.

전공이 철학이라는 그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였다. 시음회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의 글라스에 직접 와인을 따라주며 자신의 신념과 와인에 얽힌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틀에 박힌 제품 소개가 아닌, 양조자로서의 신념을 자연스레 피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시음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교감을 나누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마크 데이비슨은 와인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즉 품질이라고 했다. 자연적인 양조 방식을 추구해 안정적인 포도 품질을 갖추게 된 것은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면 미네랄이 고갈되어 토양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포도 품종 고유의 향을 느끼기 힘들게 된다. 그래서 포도 재배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합성화학물질 없이 좋은 맛을 내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과학적인 방식을 적용한다. 또한 그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코르크 마개 대신 주로 사용하고 있는 스크류캡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스크류캡은 코르크로 인한 미세한 맛의 변화를 방지하고 와인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에 좋으므로 장기적으로도 장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와인 메이커로 살아온 30여년의 경험이 녹아든 다양한 이야기는 새로운 와인을 시음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다. 

 

 

탐버레인 와이너리에서는 각각의 개성을 간직한 총 14가지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 중 이날 시음회에서는 화이트, 로제, 레드, 디저트 와인 등 총 6가지가 소개되었다.

와인 러버스 소비뇽 블랑 2008 (Wine Lovers Sauvignon Blanc 2008) : 탐버레인은 고지에 위치한 오렌지 포도원의 서늘한 기후 덕분에 전형적인 소비뇽 블랑의 풍미가 살아있는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 와인은 열대 과일의 풍미가 살아있으며 상쾌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마크 데이비슨 샤도네이 2006 (Mark Davidson Chardonnay 2006) : 마크 데이비슨은 저가 와인이라도 충분히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복숭아향이 느껴지는 이 와인은 이미 5년이 지난 빈티지인데도 매우 밝은 컬러를 간직하고 있었다.

와인 러버스 쁘띠 플레르 로제 2008 (Wine Lovers Petite Fleur Rose 2008) : 오렌지 지역에서 재배된 그르나슈와 헌터밸리에서 재배된 샴버신이 블렌딩된 로제 와인. 마크 데이비슨은 이 와인을 중국 요리나 한국의 김치 같은 스파이시한 음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소개했다. 매운 맛을 가시게 해주고 부담스럽지 않게 어우러질 것이라고.

마크 데이비슨 메를로 까베르네 2007 (Mark Davidson Merlot Cabernet 2007) : 메를로를 주종으로 하고, 약간의 까베르네 소비뇽이 블렌딩된 와인. 은은한 바닐라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 덕분에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와인 러버스 쉬라즈 2008 (Wine Lovers Shiraz 2008) : 앞서 소개한 와인에 비해 다소 강렬한 느낌의 풀바디 와인. 이 와인을 통해 유기농 인증을 받은 100% 쉬라즈를 경험해볼 수 있다.                                        와인 러버스 쁘띠 플레르 로제
리저브 노블 샤도네이 2008 (Reserve Noble Chardonnay 2008) : 일반적으로는 샤도네이가 디저트 와인을 양조하는 품종이 아니지만, 이 와인은 샤도네이를 디저트 와인으로 만날 수 있다. 은은한 꿀향을 간직한 리저브 노블 샤도네이는 치즈나 서양배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2010년 코리아와인챌린지에서 동상을 차지한 와인.                  

글_ 안미영

 
* 와인21닷
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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