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만난 보르도 와인의 매력
- 2011 보르도 와인 S/S 컬렉션 파티 & 또마 쥘리엥 보르도와인협회 아시아 마케팅 이사 인터뷰


세계적인 와인산지 보르도. 와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 중 하나다. 보르도 와인은 유명하고도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싼 와인이라는 인식이 짙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와인을 마시다 보면 이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보르도 와인 중에 값비싼 와인이 있지만, 그만큼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저렴한 와인도 많다. 보르도 와인에 대한 기존 인식을 완화하기 위해 보르도와인협회(CIVB)에서 마련한 것이 올해로 6회를 맞은 보르도 와인 셀렉션이다. 매년 와인 전문가들이 1만 4천원에서 5만 5천원 사이 가격대에서 품질이 우수한 보르도 와인 100여종을 선정해 발표하는 것. 이 셀렉션은 보르도 와인이 얼마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7월 22일 저녁, 한강 선상 레스토랑 프라디아에서는 보르도 와인을 보다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2011 보르도 와인 S/S 컬렉션 파티’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와인과 패션의 만남이라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였다. 올해의 보르도 셀렉션 와인 102종 중, 봄과 여름에 어울리는 와인 51종을 선정하고, 이를 6가지 패밀리로 분류해 각 패밀리의 개성을 패션쇼 형태로 선보인 것. 6가지 패밀리는 신선하고 청아한 스타일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 생기 넘치는 ‘스위트 화이트 와인’, 열정적인 커리어우먼을 연상시키는 ‘꼬뜨 드 보르도’, 중후한 기품을 갖춘 비즈니스맨을 닮은 ‘메독’, 다양한 매력이 돋보이는 ‘보르도&보르도 쉬뻬리외르’, 젠틀맨과 같은 세련미를 지닌 ‘쌩떼밀리옹’이었다. 모델들이 와인을 들고 화려하게 런웨이를 누비며 각 와인의 캐릭터를 표현했고, 와인과 패션,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와인 스타일 쇼가 끝난 이후에는 뷔페식 디너와 함께 자유로운 와인 시음이 이어졌으며, 포토제닉 선발을 비롯해 여러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번 파티는 보르도와인협회에서 처음으로 일반 대중들만을 대상으로 준비한 행사였는데, 참석자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가 돋보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QR코드와 아이패드를 준비해 현장에서 자유롭게 시음 와인 51종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바일 장비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였다. 선상 레스토랑에서 야경과 함께 즐긴 쇼와 음악, 다양한 와인은 여름밤의 정취를 즐기기에 충분했고, 트렌디한 접근을 통해 보르도 와인을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INTERVIEW]--------------------------------------------------------
또마 쥘리엥(Thomas JULLIEN) 보르도와인협회(CIVB) 아시아 마케팅 이사

보르도와인협회(CIVB)에서 아시아 지역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또마 쥘리엥(Thomas JULLIEN) 이사는 아시아 와인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확신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보르도 와인을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와인은 곧 문화”라고 말하는 그와 함께, 식습관과 생활 속에 잘 어우러지는 보르도 와인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인과 패션쇼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인 파티입니다. 이번 행사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습니까?
와인과 패션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분명한 건 두 가지 모두 창조 정신과 장인 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현재의 결과물에 안주할 수 없고 매해, 또다시 새로운 예술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았어요. 이런 부분들이 와인 스타일 쇼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특별히 타깃으로 하는 와인 소비층이 있습니까?
특별히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은 아닙니다. 처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시음을 하고 공부를 하는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차츰 빠져들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와인 소비층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겠죠. 어느 특정 연령대와 무관하게, 소비자들에게 좋은 와인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와인이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라 문화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보르도 셀렉션을 시작한 뒤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봅니까?
한국 시장에 소개되고 있는 보르도 와인 중에서는 숨은 진주들이 많아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격대비 훌륭한 품질의 보르도 와인을 찾아낸다는 것만으로도 보르도 셀렉션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면서 수업업체들의 관심도와 참여도도 높아지고 있죠. ‘다양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 선보인 와인 51종은 어떻게 선정된 것입니까?
한국의 와인 전문가들이 선정한 보르도 셀렉션 102종의 와인 중, 봄과 여름에 마시기 좋은 화이트 와인과 플루티한 레드 와인들이 주를 이룹니다. 하반기에 진행할 F/W 행사 때는 또 그 시점에 마시기 적당한 구조감이 좋은 와인들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보르도 와인만의 강점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보르도가 지닌 ‘스타일’을 강조하고 싶네요. 보르도에는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습니다. 이들은 장인 정신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와인을 생산하고 있죠. 균형이 잘 잡혀있고 복합미가 있으며, 우아하고 유연한 풍미를 지닌 와인 등 다양합니다. 물론 가격대비 질 좋은 와인이 많다는 것도 보르도 와인의 강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신세계 와인에서도 많이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니, 보르도만이 지닌 고유의 ‘스타일’이 뚜렷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시음할 때 어떤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우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음하고 ‘내가 이 와인을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을 하며 편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가다 보면 자기가 선호하는 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거나 향을 가려내는 것보다도 와인을 즐겁게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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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주최하는 와인&치즈 클럽. 전통을 자랑하는 이 행사가 어느덧 79회를 맞았다. 그동안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와인&치즈 클럽이 지난 7 7일 디너에서 선보인 와인은 모두 프렌치 부티크 와인들이었다. 치즈 및 스낵 뷔페와 함께 론, 루아르, 부르고뉴, 랑그독 지방의 부티크 와인 7가지를 시음했는데, 떼르와쎌렉시옹㈜의 대표이자 프랑스 와인 컨설턴트인 아르노 아바디(Arnaud Abadi)씨의 설명으로 와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접하는 자리가 되었다.

 

전통과 다양성, 프렌치 부티크 와인의 매력

부티크 와인이란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포도 재배, 와인 생산, 판매까지 모두 이루어지는 와인으로, 적은 생산량을 유지하며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은 곳이라 하더라도 5만병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을 생산하며, 생산자가 와인 생산 전 과정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퀄리티를 보증한다. 

그런데 부티크 와인은 대형 와이너리에 비해서 세계 시장에 소개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와인의 수출과 유통 시스템을 영화와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대형 와이너리가 전세계에 체계적인 배급망을 갖추고 있는 대형 블록버스터라면, 부티크 와인을 생산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는 작지만 진정한 애호가들이 찾아내어 감상하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와 비슷하다. 이런 소규모 독립 와이너리들은 한정된 양이지만 생산자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낸 독창성 있는 와인을 양조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부티크 와인을 아시아 지역에 선보이고 있는 떼르와쎌렉시옹㈜은 한국의 파트너사인 ㈜와이넬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퀄리티를 갖춘 프렌치 부티크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와인&치즈 클럽에 나온 와인 중에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 처음 소개되는 와인도 있었다. 아르노 아바디(Arnaud Abadi)씨는 이날 소개되는 대부분의 와인이 시간을 두고 진행한 2, 3차 테이스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와인임을 강조하며 천천히 시음해보기를 권했다.


 

훠이, 앙리 베르당 Reuilly 2008, Domaine Beurdin

루아르에서 생산된 100% 소비뇽 블랑으로, 섬세한 미네랄과 함께 품종 자체의 활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와인이다. 식전주로 적합하며 해산물 요리, 생선 요리, 치즈 등 다양한 음식과도 쉽게 매치된다. 도메인 베르당(Domaine Beurdin)은 지리적으로 소비뇽 블랑 재배에 유리한 곳에 위치하며, 모든 포도재배 및 수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3대째 와이너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

 

부르고뉴 피노누아, 도멘 뿔로 Bourgogne Pinot Noir 2008, Domaine Poulleau

전통적인 가족 경영 체제의 소규모 와이너리 도멘 뿔로(Domaine Poulleau)는 볼네(Volnay), 알록스 꼬르통(Aloxe-Corton) 등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대량 생산되는 피노누아와 달리, 파워풀한 산미가 살아있어 강한 여운을 남긴다.

 

멘투 살롱, 도멘 자꼴랑 Menetou-Salon 2008, Domaine Jacolin

멘투 살롱(Menetou-Salon)은 이날 행사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루아르 지방에서 생산되는 100% 피노누아 와인이며 도멘 뿔로의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비교해보자면, 좀 더 강건한 타닌과 흙내음을 느낄 수 있다. 도멘 자꼴랑(Domaine Jacolin)은 와인의 품질을 위해 포도 수확량을 조절해 연간 1만병 정도만 생산하며, 포도 재배 과정에서 화학 비료 사용을 배제해 떼루아의 개성을 돋보이도록 한다. 멘투 살롱은 시간을 두고 다시 시음했을 때 가장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이었다.

 

꼬뜨 뒤 론, 도멘 라 걍트랑디 Cote du Rhone 2009, Domaine La Guintrandy

꼬뜨 뒤 론에서는 대량 생산이 많이 이루어지지만, 도멘 라 걍트랑디(Domaine La Guintrandy)는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포도 재배부터 와인 생산까지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르나슈 70%, 까리냥 20%, 쉬라 10%가 블렌딩된 이 와인은 알싸한 타닌과 향신료 향이 두드러지며 프랑스 남부 론의 열기를 느껴볼 수 있다.

 

비상 꼬뜨 뒤 론 빌라쥐, 도멘 라 걍트랑디 Visan Cote du Rhone Village 2008, Domaine La Guintrandy

그르나슈 90%, 쉬라 10%가 블렌딩된 와인이다. 앞서 테이스팅한 같은 도멘의 꼬뜨 뒤 론과 비교했을 때, 보다 강한 타닌이 느껴지며 남성적인 인상을 준다. 육즙이 풍부한 육류 요리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와인이다.

 

샤또 오 비냘, 로랑 까멜 Chateau Haut Vignals 2008, Laurent Calmel

샤또 오 비냘(Chateau Haut Vignals)의 와인 생산자 로랑 까멜(Laurent Calmel)은 현재 랑그독, 론 등 주로 남부지역에서 와인을 만드는데 그의 와인은 저명한 와인평론지나 대회를 통해 종종 소개되고 있다. 이 와인은 랑그독 지역의 와인으로 파워풀하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럽다.

 

끄레망 드 루아르, 샤또 뒤 브로이 Cremant de Loire, Chateau du Breuil

루아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상파뉴 지역의 전통 샴페인 제조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샤르도네와 슈냉 블랑을 절반씩 사용한다. 밝은 황금빛으로 섬세한 기포가 지속적으로 올라와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식전주로 좋은 와인이며, 이날은 마지막에 제공되어 레드 와인 테이스팅 후에 깔끔한 마무리를 도와주었다. 은은한 과일향과 신선한 산미가 느껴진다.

 

아르노 아바디(Arnaud Abadi)씨는 프렌치 부티크 와인을 소개하며, 와인과 예술의 공통점은 끊임없는 창조성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똑같은 포도품종과 떼루아가 주어지더라도, 생산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마치 같은 악기로 같은 곡을 연주해도 지휘자나 연주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곡이 연주되는 것과 비슷하다. , 떼루아와 포도품종이 생산자의 철학을 만나 다양한 창조물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와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즐기고, 사랑하는지를 더없이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였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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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저녁, WSA pdp 와인아카데미의 보르도 마스터 코스 중, 크랑크뤼 클라쎄 수업에 다녀왔다.
평소에 마시기 힘든 와인 5종을 한자리에서 테이스팅하고 각각의 와인을 평했던, 내 수준에서는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마셔야 더욱 그 빛을 발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언제 또 이런 와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마셔보겠나 싶어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아래는 크랑크뤼 클라쎄 수업 리뷰 원고.



주제별 테이스팅으로 명성을 확인하다

-       WSA pdp‘Grand Cru Wines of Bordeaux’ 클래스

 

와인은 종종사건이나경험과 함께 기억에 남기에,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마셨는가가 중요하다. 와인이라는 술로 수많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와인을 접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강의를 통해 만난 와인은 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우다. 수업을 들으며 먼저 이론적 지식을 쌓은 뒤, 그에 해당하는 와인을 바로 시음해보는 것이므로 와인의 맛과 향이 다양한 정보와 함께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것일 테다.

 

지난 6 10, 와인아카데미 WSApdp의 강의 중 한 세션을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다. WSApdp는 정기적으로 보르도와인협회(CIVB)의 에꼴 뒤 뱅 드 보르도(L’Ecole du Vin de Bordeaux)가 인증하는보르도 와인 마스터 코스를 개강하는데, 수업은 보르도 와인에 대한 이론 강의와 테이스팅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에 참석한 날은 에꼴 뒤 뱅 프로그램 중에서도 ‘Grand Cru Wines of Bordeaux’를 주제로, 그랑크뤼 클라쎄에 대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WSApdp에서는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을 테이스팅해보고, 그 명성을 제대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인순 대표강사의 강의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먼저 보르도의 등급 분류에 대한 핵심적인 이론을 강의한 뒤, 이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이루어졌다. 보르도 그랑크뤼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며 먼저 부르고뉴와의 간략한 비교 설명을 통해 등급 구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고, ‘Bordeaux Classification’이 형성된 역사나 배경 등, 보르도 와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을 설명했다.

그랑크뤼 클라쎄는 어떤 이유로최고의 와인이라는 명성을 이어오는 것일까. 이론 수업 이후에는 와인을 통해 그 특징을 직접 만나보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이어졌고, 5종의 와인을 한 자리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며 각각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인을 미리 디캔팅해두지 않고 글라스에 따르기 전에 오픈했는데, 이는 와인 자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확인해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인순 강사가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방식은 먼저 몇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5종의 와인을 모두 시음한 뒤,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다. 제시된 주제는 가장 가격이 높을 것 같은 와인’,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의 와인’,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와인’, 그리고 유일하게 그랑크뤼 클라쎄가 아닌 와인을 맞춰볼 것으로 4가지였다.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받은 인상이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한병씩 와인 레이블이 공개되고 이인순 강사의 해설을 들을 때마다 사전에 이론을 통해 배웠던 와인의 특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강의를 통해 만난
5종의 그랑크뤼 와인>

 

샤또 딸보 Chateau Talbot 2006

France, Bordeaux, Saint-Julian

Grand Cru Classe de Medoc 5등급

레이블을 공개하자마자 탄성이 나왔던 와인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때, 첫인상은 강하지 않았지만 다른 와인을 모두 시음한 뒤 다시 맛보니 가장 편안한 느낌을 주었는데 역시 그랑크뤼 클라쎄 중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샤또 딸보였던 것이다.

 

샤또 오 마부제 Chateau Haut-Marbuzet 2006

France, Bordeaux, Saint-Estephe

AOC, Bordeaux Cru Bourgeois

샤또 오 마부제에 대한 의견은 대체적으로 신맛이 많이 느껴지고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이었다. 이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등장한 유일한 크뤼 부르주아였는데,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변화를 지켜보고 싶은 와인이었다.

 

샤또 말라틱 라그라비에 Chateau Malartic Lagraviere 2004

France, Bordeaux, Pessac-Leognan

Grand Cru Classe de Graves

이인순 강사는 오크 풍미가 확실하게 느껴지고 플루티한 와인을 트렌디한 와인이라고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샤또 말라틱 라그라비에가 정확하게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풍부한 과실향이 올라왔고 모던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날 테이스팅한 단 하나의 그라브 지역 와인.

 

샤또 뽕떼 까네 Chateau Pontet Canet 2005

France, Bordeaux, Pauillac

Grand Cru Classe de Medoc 5등급

샤또 뽕떼 까네는 가죽향과 붉은 과실향이 지배적이었고 보르도의 전형적인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평을 얻었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강건함 때문에 최근 빈티지에서는 장점이 다 발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샤또 뽕떼 까네 역시 시간을 두고 음미해야 하는 와인이었다.

 

샤또 라스꽁브 Chateau Lascombes 2006

France, Bordeaux, Margaux

Grand Cru Classe de Medoc 2등급

5종의 와인 모두가 명성 있는 와인이지만, 이날 테이스팅에서 특히 다양한 반응이 나왔던 와인이 바로 샤또 라스꽁브였다. 꽃 향기와 다크 초컬릿향이 어우러진 화사한 느낌에 부드러운 산도와 질감으로 여운을 남겼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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