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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데가 노통이 찾아낸 멘도사의 하모니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와인을 많이 생산하며, 전세계에서 와인생산량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수출보다 국내 소비량이 더 높은 국가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와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데, 1990년대 이후로는 와인산업이 발전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와인산지이자 전체 와인의 약 85%가 생산되는 곳은 멘도사(Mendoza) 지역. 보데가 노통(Bodega Norton)은 바로 이 멘도사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다. 노통 역시 자국에서 60% 이상 소비되지만 동시에 세계 40개국 이상으로 수출하며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말벡 품종의 매력을 느끼기에 좋은 와인, 지속적으로 믿음직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와인, 혹은 가격대비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꼽을 때도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다. 
한국에서 보데가 노통의 수입 및 유통을 맡고 있는 ㈜에노테카 코리아는 지난 4월 19일, 유럽과 아시아 담당 매니저인 미카엘 뮐러(Michael Muller) 씨의 방한 기념으로 노통 와인 디너를 개최했다. 와인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그의 설명과 함께 보데가 노통의 역사와 철학, 와인에 대한 가치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보데가 노통은 1860년대 유럽으로부터 이주해온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대자연에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한 것이 그 역사의 출발이 되었으며, 1895년 멘도사의 루안 데 꾸요(Lujan de Cuyo) 지역에 노통 와이너리가 설립되었다. 노통의 현 소유주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크리스털 회사 스와로브스키(Swarovski)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989년 스와로브스키의 사장이 노통 와이너리가 위치한 멘도사의 풍광에 매료되어 와이너리를 매입했고 이후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노통의 포도밭 대부분은 해발 800~1050m 정도의 안데스 산맥 발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그리고 고지대에서 눈이 녹아 흐르는 맑은 물을 관개수로 사용해 일관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기후가 매우 건조하여 병충해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친환경재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미카엘 뮐러 씨는 노통 와인의 풍부한 과실 아로마와 입안에서 퍼지는 부드럽고도 요염한 질감이 바로 이러한 자연환경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데가 노통을 이야기할 때, 또 한 가지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와인전문지 「Wine Enthusiast」로부터 남미 최초로 ‘2012년 올해의 와인메이커(2012 Winemaker of the Year)’에 선정된 와인메이커, 조지 리키텔리(Jorge Riccitelli) 씨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노통의 와인은 지금까지 세계적인 대회에서 다양한 수상기록을 쌓아왔지만, 오랫동안 근무해온 와인메이커가 주요 언론으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는 점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조지 리키텔리 씨는 1992년부터 노통에서 근무하며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레인지의 와인들을 성공시키며 노통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이날 디너에서는 그가 다져온 보데가 노통의 강렬하고도 다양한 매력을 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맛본 꼴렉시옹 버라이어탈 샤도네이(Coleccion Varietal Chardonnay 2012)는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생생하게 올라오는 산도감이 산뜻한 느낌이며 함께 서빙된 연어 타르타르와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아르헨티나는 기후 조건상 레드 와인이 총 생산량의 8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와인은 멘도사에서 흔치 않은 100% 샤도네이이며 그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꼽히는 와인이다. 첫 번째 레드 와인으로 소개된 배럴 셀렉트 말벡(Barrel Select Malbec 2009)은 아르헨티나 말벡 고유의 스타일을 간직한 와인으로, 절반을 뉴 프렌치 오크에서 약 12개월간 숙성시키고 이후 6개월의 병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되었다. 오크 풍미가 강하지 않게 느껴지므로 신선한 과실 아로마 또한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연이어 소개된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9)과 리제르바 말벡(Reserva Malbec 2010)은 같은 레인지의 다른 포도 품종으로 그 차이를 명확하게 비교해볼 수 있었다. 두 와인 모두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약 12개월간 숙성시키고 10개월 동안 병 숙성을 시킨 후 출시되는데, 인상적인 오크 풍미와 우아한 미감을 동시에 지닌 풀바디 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이 스모키한 향과 힘 있는 탄닌이 돋보인다면, 리제르바 말벡은 단단한 농축미가 특징이다. 
프리바다(Privada 2010)는 디너에 소개된 와인 중 유일하게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 생산한 와인으로 말벡 40%, 메를로 30%, 까베르네 쇼비뇽 30%로 만들어졌다. 16개월간 뉴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시키고 12개월간 병 숙성 후 출시하며, 말벡의 과실 풍미와 까베르네 쇼비뇽의 탄닌, 메를로의 유연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노통의 아이콘 와인으로 가장 오래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프리바다는 ‘private’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와인메이커 조지 리키텔리 씨가 매년 가장 뛰어난 배럴만을 선정해 내놓는 역작이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코세차 타르디아 샤르도네(Cosecha Tardia Chardonnay 2011)는 ‘late harvest’라는 의미의 ‘Cosecha Tardia’라는 이름대로, 늦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14일 간 발효 과정을 거친다. 자연스럽게 농축된 미디엄 정도의 당도로, 열대 과일의 상쾌한 풍미와 적당한 산도, 미네랄이 어우러지며 달콤한 여운을 남긴다. 
 
보데가 노통의 와인은 일반적인 신세계 와인에서 예상할 법한 강한 오크 풍미보다는 좀 더 유연한 멋을 갖추고 있는 느낌이다. 맛과 향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뚜렷한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한 가지 풍미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미네랄과 산도, 부드러운 질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마치 자연환경의 순수함을 유지하면서도 고품질을 향해 발전해온 노통 와이너리의 역사와도 닮은 듯하다. 

글_ 안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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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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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혹은 ‘명품’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단어들은 그 의미만큼이나 귀한 표현으로, 진정한 일인자에게 쓰여야 합당하겠지만 실상은 너무도 흔히 쓰는 수식어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가 최고임을 자청하고 그 단어를 쉽게 사용하지만 가끔 의문이 든다. 영예로운 표현일수록 진정으로 선두에 서있는 대상에게만 사용해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나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스페인의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 와이너리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겠다. 베가 시실리아는 의심의 여지없이 명실상부한 스페인 최고의 와인 명가이며, 그들이 생산하는 와인들이 이를 증명한다. 베가 시실리아를 두고 ‘스페인의 로마네 꽁띠’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도 프랑스 고급 와인에 비견할 만큼 진귀한 와인을 생산하는 전설적인 와이너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베가 시실리아의 현 오너인 파블로 알바레즈(Pablo Alvarez) 씨가 한국을 방문해 베가 시실리아의 와인들을 함께 시음하는 자리를 가졌다. 알바레즈 가문은 1982년 베가 시실리아를 인수하고, 1993년에는 헝가리의 토카이(Tokay) 지역에 포도밭을 사들이는 등 현재 총 5개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파블로 알바레즈 씨는 인수를 결심할 때 가장 명성이 있고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5개 와이너리의 공통점은 포도밭을 가장 중시하며 모두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베가 시실리아의 남다른 신념
1864년 그 역사가 시작된 베가 시실리아는 와인 양조 방법에서도 몇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먼저 포도 수확 시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한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반드시 7년 이상 된 포도나무로부터 포도알을 하나하나 선별해 수확한다. 700~800m 고도에 자리잡은 총 2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템프라니요, 까베르네 쇼비뇽, 말벡, 메를로 네 가지 품종을 따로 재배하며, 헥타르 별로 포도수확량을 제한하고 있다. 오크통 제작 방식 또한 특별하다. 한두 해 전에 미리 수입한 떡갈나무를 건조시켜 4월부터 10월까지는 오크통을 만드는 나무토막을 준비하고,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자체적으로 오크통을 제작한다. 오크통을 굳이 10월 이후에 만드는 이유는 수확이 끝난 뒤 그 해의 빈티지 특성에 맞춰 통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와인의 병입 숙성 기간이 긴 만큼, 코르크의 퀄리티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미리 주문한 코르크를 자체 실험을 거쳐 품질을 확인한 뒤에야 베가 시실리아 마크를 찍는다. 앞으로 30여 년 후에는 코르크 마개를 와이너리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위해, 10여 년 전에 코르크 참나무 3만 그루를 심기도 했다. 150여 년간 이어온 와이너리의 남다른 신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강인함과 순수함을 갖춘 플래그쉽 와인, 우니코
베가 시실리아의 플래그쉽(Flagship) 와인 우니코는 1981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 결혼 연회에 사용되었고, 한국에서는 배우 장동건 씨가 고소영 씨에게 프로포즈할 때 사용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니코는 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만 극히 제한적인 양을 생산한다. 그래서 의리를 중시하는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서 ‘돈이 아닌 우정으로 살 수 있는 와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시음 적기가 될 때까지 보관한 뒤 출시한다’는 원칙으로 오크통에서 10년 이상의 긴 숙성 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며, 우니코가 처음 출시된 1991년에 내놓은 것도 1968년과 1982년 두 가지 빈티지였다. 출시 이후 20년에서 40년 정도 숙성이 가능하고 100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며, 장기 보관 후에도 강하고 순수한 과일 향을 보여주는 놀라운 와인이다. 
 
베가 시실리아는 자국 내 소비보다 수출용 와인이 더 많은 여러 와이너리들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양을 수출하진 않는다. 스페인 내에서도 고객들이 긴 대기 리스트를 이루고 있고 심지어 스페인 국왕조차도 와인 출시를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 총 생산량에서 약 17%만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파블로 알바레즈 씨와 함께 시음한 와인은 오레무스 만돌라스(Tokaji Oremus, Oremus Mandolas), 알리온(Vega Sicilia, Alion), 우니코(Vega Sicilia, Unico), 오레무스 아쑤(Tokaji Oremus, Oremus Aszu) 네 가지였다. 알바레즈 가문이 왜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투자하고 발전시켜가고 있는지 각 와인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함께 한 시간이었다. 
토카이 오레무스, 오레무스 만돌라스(Tokaji Oremus, Oremus Mandolas 2011)
헝가리의 토카이 지역은 17세기까지 큰 명성을 누렸으나 이후 정부의 간섭 등으로 품질이 떨어져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1993년 베가 시실리아에서 토카이 지역에 포도밭을 사들이고 토카이 오레무스(Tokaji Oremus)를 설립한 뒤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고 토카이를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오레무스 만돌라스는 푸르민트(Furmint) 100%로 생산한 와인. 푸르민트는 토카이의 가장 중요한 품종이며, 전체 포도밭 중 90%에서 푸르민트를 재배하고 있다.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을 실험하던 베가 시실리아가 헝가리의 기후와 토양에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고, 1993년 개발에 착수해 1999년 첫 빈티지를 내놓은 것이다. 현재는 다른 와이너리에서도 시도하고 있지만 푸르민트 품종으로 드라이 와인을 만든 것은 베가 시실리아가 처음이다. 푸르민트가 갖춘 훌륭한 산도가 드라이 와인에서도 잘 발현되었고, 화산토의 영향으로 부드러운 미네랄 느낌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꽃의 향긋한 아로마와 적절한 무게감을 갖춘 와인으로 향후 6~7년 정도 숙성 가능하다. 
* 한국에서는 현재 2007, 2009, 2010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다. 
 
베가 시실리아, 알리온(Vega Sicilia, Alion 2009)
틴토 피노(Tinto Fino) 100%로 생산된 알리온은 베가 시실리아에서 1990년대 초반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는 4월에 서리가 내리거나 7월에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후가 변덕스러운 편인데, 베가 시실리아에서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후가 좋지 않은 해에는 생산량을 대폭 축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매년 기후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며, 최근에는 2009년이 가장 많이 생산된 해이다. 프렌치 오크에서 14개월 숙성시켜 출시하는 알리온은 신선한 과실 향이 살아있으며 마시기 편한 스타일이면서도 생생한 탄닌이 느껴진다. 농밀한 질감과 풍부한 향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이다. 
* 한국에서는 현재 2008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다.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Vega Sicilia, Unico 2003)
우니코는 베가 시실리아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와인이다. 프랑스의 경우, 명성을 자랑하는 유수의 와이너리들이 서로가 모두 최고라 말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단연 우니코를 최고의 와인으로 꼽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숙성시켜 당장 마실 수 있는 상태에서 출시하지만 이후에도 40년 정도는 충분히 숙성 가능하며,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하기 때문에 10년 중에서 2, 3년 정도는 아예 생산하지 않는 해가 나오기도 한다. 틴토 피노 90%와 까베르네 쇼비뇽 10%로 만들어졌으며 복합적이고 풍부한 아로마 사이에서 타바코와 나무 향이 인상적이다. 매우 마시기 좋은 스타일이면서도 고고한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신비롭기까지 한 와인이었다. 
* 한국에서는 현재 2000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다.
 
토카이 오레무스, 오레무스 아쑤(Tokaji Oremus, Oremus Aszu 5Puttonyos 2005)
산도와 당도가 뛰어난 균형을 보여주는 디저트 와인이다. 보트리티스(Botrytis) 영향을 받은 각각의 포도알을 손수확해 재배하며 푸르민트 70%, 하르쉬레벨류(Harslevelu) 25%, 무스캇(Muscat) 5%로 생산된다. 짙은 황금빛 컬러에 건포도와 살구 등 말린 과일의 풍미와 카라멜의 아로마가 생생하게 올라오고, 깔끔하고 신선한 끝 맛에 이어지는 달콤한 여운이 힘있게 오래도록 지속된다. 
* 한국에서는 현재 2002, 2003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다.


글_ 안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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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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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라는 이름은 와인애호가들에게, 특히 샴페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쁨의 이름이자 동경의 이름이다.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까닭에 흔히 만나긴 어렵지만 일단 한 잔의 루이 로드레를 맛보고 나면 그 훌륭한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루이 로드레는 230여 년 간 일관된 철학을 바탕으로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며 명성을 쌓아온 샴페인 하우스다. 세월이 흐르며 더욱 견고해진 루이 로드레의 위상은 이제 많은 와인생산자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루이 로드레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단독 수입을 시작하며 기존 제품들은 물론, 지금까지 한국에서 만날 수 없었던 제품들까지 포함해 모든 와인들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28일 파크하얏트서울에서 개최된 와인 메이커스 디너는 이 새출발을 기념한 행사로, 루이 로드레의 미셸 자누(Michel Janneau) 부사장이 함께 참석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그는 이번 런칭 디너가 마련되기까지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말로 진행을 시작했고, 행사에 참석한 에노테카 일본 본사의 임원들, 에노테카 코리아의 김진섭 대표, 파크하얏트서울의 총지배인, 디너를 준비한 셰프들, 통역 담당자 등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 어린 말투로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리고 루이 로드레가 일본에서도 에노테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으므로 한국 시장에서도 향후 더 큰 성장을 이뤄가리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셸 자누 부사장은 루이 로드레의 강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 가문이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1776년, 루이 로드레의 삼촌인 니콜라스 슈뢰더에 의해 설립된 루이 로드레 샴페인 하우스는 1883년 유망한 사업가였던 루이 로드레에게 상속되었고, 그는 기존의 7배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일찌감치 명성을 알리게 된 루이 로드레 샴페인은 이후 후손들에 의해 성공적인 경영을 이어왔다. 제1차 세계 대전과 러시아 혁명, 미국의 금주법 등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도 탁월한 사업 능력으로 의연하게 본연의 자리를 지켜왔고, 현재는 프레데릭 루조(Frederic Rouzaud)가 2006년부터 루이 로드레를 이끌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이 거대 기업에 합병된 것을 상기해볼 때, 오래도록 가족 경영 방식을 고수해온 루이 로드레의 소신과 철학은 단연 돋보인다.  
 
미셸 자누 부사장이 말하는 루이 로드레의 두 번째 강점은 뛰어난 포도밭이다.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밭에서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루이 로드레는 샹파뉴 지역에 총 214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생산량의 75%를 자사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양조하며, 이는 다른 샴페인 하우스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또한 보다 집중력 있는 샴페인을 생산해내기 위해 1989년에는 샹파뉴 지역에서 최초로 포도송이의 양을 제한하는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를 시행하기도 했다. 완전무결한 샴페인을 위한 노력은 밭에서부터 출발해 포도 재배와 수확, 발효와 블렌딩, 숙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루이 로드레의 존경 받을 만한 가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두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명성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번 런칭 기념 디너에서 소개된 와인은 총 6가지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루이 로드레 브뤼 프리미에(Louis Roederer, Brut Premier)는 루이 로드레의 블렌딩 기술이 집약된 샴페인으로 언제 어느 자리에서 마시더라도 일관성 있는 숙성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노 누아(Pinot Noir) 60%, 샤르도네(Chardonnay) 30%, 피노 므니외(Pinot Meunier) 10%가 사용되었으며, 힘찬 기포와 단단한 구조감이 안정적인 미감을 전해준다. 루이 로드레 브뤼 빈티지(Louis Roederer Brut Vintage) 2006은 앞서 시음한 브뤼 프리미에보다 짙은 황금빛 컬러로, 피노 누아 60%와 샤르도네 40%로 만들어졌다. 고급스러운 효모의 느낌이 돋보이며 시트러스, 견과류 아로마와 함께 오크 풍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 2005는 ‘크리스탈’에 깃든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었다. ‘황제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샴페인은 1876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를 위해 루이 로드레가 소유한 최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되었다. 알렉산더 2세가 와인 병의 바닥에 독극물이 가라앉아 있을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에 병의 바닥 부분은 홈이 없이 평평한 형태이며,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투명한 크리스탈 병을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당시의 병과 똑같은 형태로 출시하고 있어 황제를 위한 샴페인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2005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유지한 사람처럼 뚜렷하고 힘있는 모습이었으며,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하게 퍼지는 과실 아로마는 글라스 안에서 오랜 시간 섬세하게 지속되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이 탄생되고 약 100년 뒤에는 크리스탈 로제가 첫선을 보였는데, 로제 와인의 생산 방식 중에서도 와인을 섞는 것이 아니라 포도 껍질이 자연스럽게 컬러로 표현되게 하는 방식을 고수해 은은하고 우아한 로제 샴페인을 만들고 있다.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로제(Louis Roederer, Cristal Rose) 2005는 딸기와 라임 등 풍성하게 올라오는 신선한 과실 풍미와 깊이 있는 오크 풍미를 보다 잘 느낄 수 있도록 일반적인 샴페인 글라스가 아닌 부르고뉴 글라스에 제공되었다. 
 
루이 로드레의 샴페인에 이어 레드 와인으로 제공된 샤토 드 페즈(Chateau De Pez) 2008은 단단한 오크 풍미와 삼나무 향이 형성하는 세련된 부케가 인상적이다. 샤토 드 페즈는 15세기에 설립되어 생-테스테프(Saint Estephe)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이며 1995년 루이 로드레에 인수되어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행사의 마지막에 등장한 와인 역시 루이 로드레사가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이었다. 포르투갈의 라모스 핀토(Ramos Pinto)는 1890년대 포르투갈을 통치한 카를로스 국왕의 전용 포트 와인으로 납품되며 유럽 귀족 가문들이 즐겨 찾는 와인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1990년 루이 로드레에서 인수하며 전문적인 경영 능력이 더해져 큰 성장을 이뤘다. 라모스 핀토 LBV(Ramos Pinto Late Bottled Vintage) 2007은 고급스러운 바닐라와 다크 초콜릿의 아로마가 디저트와 훌륭한 조합을 보여주었다. 

 

글_ 안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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