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벡 선구자의 흥미로운 여정

 

까테나 자파타,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
현재 명성을 얻고 있는 와이너리에는 대부분 과거 시행착오의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한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과정에 노하우가 쌓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선구자’라는 수식어도 얻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각광 받는 와이너리 까테나 자파타(Catena Zapata) 역시 말벡(malbec) 재배를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거치면서 어느덧 세계적인 와이너리가 되었다. 말벡이 잘 자랄 수 있는 기온을 파악하고 다양한 종의 말벡을 검토한 뒤 포도밭의 고도를 고려해 재배하며 경쟁력을 갖춘 말벡 와인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 결과 현재 까테나 자파타의 와인은 여러 매체와 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펴낸 ‘The World’s Greatest Wine Estates(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이너리)’에 남미지역 와이너리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3년 연속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들었으며, 영국의 디캔터(Decanter)로부터 ‘세계 50대 레드 와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미국 레스토랑 협회가 뽑은 ‘레스토랑 Top 50 와인’에 까테나 자파타의 와인이 선정되는 등 주목할만한 성과가 이어졌다.

가스통 페레즈 이스끼에르도 대표가 말하는 까테나 자파타
얼마 전, 까테나 자파타의 CEO인 가스통 페레즈 이스끼에르도(Gaston Perez Izquierdo)와 수출 담당 매니저인 조르제 크로타(Jorge Crotta)가 한국을 방문했다. 10년째 까테나 자파타의 경영을 맡아오고 있는 가스통 페레즈 이스끼에르도 대표는 와이너리의 설립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떼루아 및 기후 환경, 각 와인의 특징을 설명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대째 이어오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 까테나 자파타는 1902년,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니콜라 까테나(Nicola Catena)가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말벡 품종만을 심었고, 이후 포도밭을 추가로 구입하며 와이너리를 확장했는데, 1940년대에 이미 아르헨티나에서 말벡을 잘 만드는 와이너리로 유명세를 탈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다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창업자의 손자이자 현재 소유주인 니콜라스 까테나(Nicolas Catena)가 와이너리를 맡으면서다. 경제학자였던 그는 1982년 UC 버클리(UC Berkeley)의 교수로 캘리포니아에 갔을 때, 그곳에서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품질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올라서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와인메이커와 컨설턴트를 초빙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등 고급 와인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미국 와인의 신화를 아르헨티나에서 이루고자 한 노력이었다. 2009년 ‘디캔터 올해의 인물’에 니콜라스 까테나가 선정된 것은 그가 진취적인 투자로 멘도사(Mendoza) 지역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을 인정받은 셈이다.
가스통 페레즈 이스끼에르도 대표는 멘도사 지역의 강점으로 “강수량, 토양, 일교차” 세가지를 꼽았다. 사막 기후에 가까울 정도의 적은 강수량과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척박한 토양, 그리고 낮에는 포도가 충분히 익고 밤에는 충분히 쉴 수 있을 정도의 큰 일교차 등 고품질 와인 생산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멘도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은 빈티지 간의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높은 고도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와인
까테나 자파타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점은 말벡 재배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다양한 토양과 기후, 고도에 포도를 심었다는 점이다. 니콜라스 까테나는 멘도사의 해발 1000~1500미터에 이르는 높은 고도에서 뛰어난 품질의 말벡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전 말벡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프리미엄 말벡 와인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카테나 말벡(Catena Malbec)이다. 곧이어 까테나 자파타는 최고 지역의 싱글 빈야드에서 말벡 아르젠티노(Malbec Argentino), 아드리아나 말벡(Adrianna Malbec), 니카시아 말벡(Nicasia Malbec) 등을 탄생시켰다.
아르헨티나가 와인 산업 초창기에 저렴한 와인을 대량 생산하던 국가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발전은 말벡을 통해 엄청난 품질 혁신을 이뤄낸 것이라 할만하다. 가스통 페레즈 이스끼에르도 대표는 그 혁신의 증거가 바로 까테나 자파타의 와인들이라 소개했다.  

까테나 알타 샤도네이(Catena Alta Chardonnay 2009)
고도가 다른 두 곳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샤도네이를 섞어서 만든 와인으로,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시켰다. 싱그럽고 달콤한 열대 과일 향이 느껴지는 금빛 컬러에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질감과 묵직한 바디감, 부드러운 산미, 긴 여운이 훌륭하다. 화려하면서도 농축미가 뛰어난 샤도네이다.

 

까테나 말벡(Catena Malbec 2009)
현재 아르헨티나 와인의 위상을 만들어준 와인이자, 까테나 자파타의 철학이 집약되어 있는 와인으로 소개되었다. 말벡을 이용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자 투자를 시작한 뒤 탄생시킨 첫 번째 작품이며,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한 와인이므로 현재 아르헨티나 와인의 위상을 만들었다 할 만하다. 집중도가 높은 과실 풍미를 통해 말벡 품종의 전형성을 느낄 수 있다. 

 

까테나 알타 말벡(Catena Alta Malbec 2007)
높은 지대에 포도를 심어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낸 까테나 자파타가 이 와인에서는 각기 다른 고도의 포도들을 섞어 장점을 살린다. 각각 800, 900, 1500미터 고도에 위치한 포도밭 여러 곳에 포도나무를 심은 뒤, 세심하게 선별해낸 말벡만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어두운 자줏빛 컬러에 바닐라와 블랙베리향, 스파이시하면서도 묵직한 탄닌이 느껴지는 풀바디 와인이다.

 

말벡 아르젠티노(Malbec Argentino 2007)
70년 수령의 포도나무의 포도로 생산한 와인. 깊고 어두운 자줏빛 컬러에 라즈베리와 블랙베리의 향이 진하게 올라오며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와인이다. 단단한 탄닌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는 것이 인상적. 2007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에게 97점을 받았고,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는 94점을 받았다.

 

알라모스 토론테스(Alamos Torrontes 2011)
고지대로 유명한 카파야테(Cafayate) 지역에서 토론테스 100%로 만들었으며, 향이 강한 편이다. 시트러스와 복숭아, 허브 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품종의 독특한 풍미를 즐기기 좋으면서도 가볍고 발랄한 느낌의 와인이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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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노(CHONO), 칠레 유수의 떼루아를 표현하다

 

이름이 쉽다, 레이블이 인상적이다, 지금 마시기 좋다. 칠레 와인 초노(Chono)에 대한 이미지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 정도가 되겠다. 게다가 가격까지 매우 합리적이라면, 가볍게 와인을 마시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만한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GEO 와인에서 생산하는 초노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작년 7월. 그런데 1년 만에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걸 보면 앞서 언급한 이 와인의 강점이 제대로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GEO 와인의 세르지오 레이에스(Sergio Reyes)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고, 그에게 초노 와인이 가진 심플한 이미지의 이면에 깃든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획기적인 와인 비즈니스의 시작
GEO 와인사가 설립된 것은 2000년 초. 세르지오 레이에스 대표는 칠레에서 가장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산지들의 떼루아를 표현해내겠다는 의지로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고, 그것은 와인메이커 알바로 에스피노자(Alvaro Espinoza)를 만나면서 가능해졌다. 알바로 에스피노자는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포도재배의 선구자로 2005년 칠레와인양조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인메이커’를 수상했고, 2007년 IWC(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꼽힌 명실공히 칠레 와인의 명장이다. GEO 와인은 엘퀴 밸리(Elqui Valley), 리마리 밸리(Limari Valley),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에서 초노(Chono)와 라윤(Rayun)을 생산한다. 각각의 포도가 잘 자라는 칠레의 뛰어난 와인산지에서 품질 좋은 포도를 선별해 공급받고 그 특징을 살리는 것이 GEO 와인의 핵심인 것.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
세르지오 레이에스 대표는 GEO 와인의 철학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환경친화적인 포도재배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가닉 와인은 인공화학비료나 제초제 등을 배제해 포도를 생산하는 것이고, 바이오다이나믹은 토질의 생명력을 고려하며 땅과 사람뿐 아니라 천체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에 맞춰 포도재배를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GEO 와인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와인은 유기농법과 미생물학적인 포도재배 원칙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미래의 떼루아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한 와인이 바로 프리미엄 와인인 초노 산 로렌조 에스테이트(CHONO San Lorenzo Estate)이다. GEO 와인은 칠레 내에서도 환경에 대한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지금 마시기 좋은 와인
올드 빈야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필요성에도 가치를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GEO 와인의 또 다른 철학을 보여준다. 물론 장기 숙성을 할 정도로 잠재력을 갖춘 와인도 있지만, 그 또한 지금 즐기기 좋은 와인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탄닌과 집중도 있는 과실 풍미 등 뛰어난 표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은 GEO 와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초노에 얽힌 용감한 원주민들의 이야기
GEO 와인에서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인인 초노(Chono)는 18세기까지 칠레 남부의 피요르드(fiord, 빙하 작용으로 생긴 골짜기) 지역에 살던 원주민 부족으로부터 이름을 따왔다. 와인의 레이블은 초노 부족의 동굴에서 발견된 그림을 형상화한 것. 어업과 농업에 종사해 살아가던 용감한 초노 부족의 특징은 칠레만의 강한 기질을 드러내준다. 이런 특징은 세르지오 레이에스 대표와 함께 시음한 6가지 초노 와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초노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 2010 (Chono Reserva Sauvignon Blanc 2010)
자몽, 키위, 허브 향이 어우러진 초노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은 가볍고 부드러운 산미가 경쾌한 인상을 준다.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생산되며, 초노의 다른 모든 와인과 마찬가지로 손수확한 포도로만 만들어진다. 생선요리, 해산물 샐러드와 잘 어울리며 더운 여름날 가볍게 마시거나 혹은 정찬 코스의 식전주로 마시기에 좋다. 

 

초노 산 로렌조 에스테이트 샤도네이 2009 (Chono San Lorenzo Estate Chardonnay 2009)
환경에 대한 GEO 와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유기농 와인. 이 와인이 생산되는 마이포 밸리의 산 로렌조 포도밭은 온난한 여름과 지중해성 기후의 가을, 해안에서 지속적으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는 곳이다. 집중도 있고 균형 잡힌 과일 아로마와 부드러운 미감이 특징적이며, 유기농 와인은 맛이 떨어질 거라는 인식이 잘못된 편견일 뿐이란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초노 리제르바 까르미네르 2010 (Chono Reserva Carmenere 2010)
부드러운 초콜릿 향, 검은 과실 향을 내뿜는 초노 리제르바 까르미네르는 ‘지금 편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을 추구하는 초노의 가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까르미네르 85%, 시라 10%, 쁘띠 시라 5%가 사용되었고 미디엄 바디에 균형감이 좋아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치즈나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리며, 시음회에서 함께 서빙된 머쉬룸 포테이트 그라탕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초노 산 로렌조 2008 (Chono San Lorenzo 2008)
유기농법으로 관리된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GEO의 프리미엄 와인. 블렌딩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이 와인은 까르미네르 45%, 까베르네 소비뇽 25%, 시라 15%, 까베르네 프랑 10%, 쁘띠 시라 5%로 5가지 포도가 사용되었다. 견고한 구조감과 균형감을 갖춘 와인으로 스파이시한 향과 토바코 향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잔향이 남는다. 연간 750케이스 한정 생산된다.

 

초노 리제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2009 (Chono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9)
마이포 밸리는 복잡한 토양 구조와 다양한 기후의 영향으로 농축도가 높은 까베르네 소비뇽이 생산된다. 초노 리제르바 까베르네 소비뇽은 진하고 깊은 루비 컬러에 부드러운 오크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 까르미네르와 전혀 다른 풍미임에도 언제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란 점에서는 같다. 매거진 <디캔터>에서 '4stars'로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초노 리제르바 시라 2009 (Chono Reserva Syrah 2009)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온화한 기후를 갖춘 엘퀴 밸리는 시라 재배를 위한 이상적인 환경. 엘퀴 밸리에서 생산되는 초노 리제르바 시라는 강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오크 향이 잘 어우러진다. 첫인상은 평범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윽한 향이 우아하게 올라오는 개성적인 와인이다.

 

* 현재 초노 와인은 I&J 파트너스에 의해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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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 밸리의 다양한 초상, 그랜트 버지

 

신세계 와인생산국 중에서 특히 수출 주도형으로 발전한 나라, 호주는 기계화가 가장 잘 발달한 곳으로 손꼽힌다. 시대를 거슬러올라가 초창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18세기 남아프리카에서 가져온 묘목으로 뉴 사우스 웨일스(New South Wales)에서 포도 재배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호주에서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이다. 그리고 호주 와인이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은 1850년대. 20세기에 와서는 포도재배와 양조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 덕분에 고급 와인을 포함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산업이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현재 호주의 와이너리는 거대한 기업형 와이너리가 많다. 가족 경영으로 대를 이어 내려오다가 합병을 통해 기업으로 발전한 경우가 대다수.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가족 경영을 유지하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와이너리가 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에 위치한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의 그랜트 버지(Grant Burge) 역시 가족 경영을 통해 성공적인 역사를 쌓아온 와이너리 중 하나다. 흔히 가족 소유 와이너리의 장점으로 떼루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양조 기술을 이용해 와인에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 그러므로개성을 표현하는 데도 유리하며 또 그만큼 탁월한 와인을 생산해낸다.

 

바로사 밸리는 비옥한 토양에서 프리미엄 와인 생산에도 적합한 품질 좋은 포도가 생산되는 곳이다. 겨울과 봄의 적당한 강우량과 여름과 가을의 많은 일사량은 포도 성장에 이상적인 기후. 또 필록세라(phylloxera)의 감염을 겪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많은 올드 바인 빈야드(Old Vine Vineyards)도 존재하는데, 그랜트 버지 역시 오랜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고 자신만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랜트 버지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바로사 지역 떼루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선조들의 성취를 순수하게 계승해 와인에 표현하는 것이다. 1854년 영국에서 호주로 이민 온 존 버지(John Burge)가 바로사 밸리 심장부에 포도를 재배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 5대째 와인을 생산해오고 있는 중이다. 현재 경영자인 그랜트 버지는 포도재배자이자 와인메이커로서 호주 와인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존경받고 있다. 와이너리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뛰어난 퀄리티의 와인을 생산하며 명성을 쌓아왔고, 바로사 밸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역의 외교사절관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랜트 버지의 와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다양성이 가장 적합한 단어가 될 것이다.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부터 마니아들이 찾을 법한 컬트 와인까지 범위가 넓다. 와인의 맛과 향 또한 호주 와인 특유의 진한 과실 풍미를 보여주거나, 혹은 호주 와인의 전형성을 무너뜨리며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스타일이다. 그랜트 버지는 흔히 호주 와인의 과제로 언급되곤 하는, 복합적인 우아함을 갖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핵심이 바로 자신들만의 양조 기술이라 믿고 이 부분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바로사 밸리의 뛰어난 와이너리로 알려져 왔고 이미 친숙한 와인들도 많은 그랜트 버지는 최근 새로운 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를 만났다. 얼마 전,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주최한 그랜트 버지 시음회에는 네 가지 와인이 등장했다. 단 네 가지만으로도 그랜트 버지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각 와인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로사 샤도네 (Barossa Chardonnay 2010)

일반적인 호주 화이트 와인과는 달리, 미네랄 느낌이 강하고 섬세한 산도가 뒤따라와 부르고뉴와 캘리포니아 와인의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른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약 3주간 발효 과정을 거치고, 전체 와인의 50%는 깊은 풍미를 위해 부드러운 젖산으로 바꾸는 말로락틱(malolactic) 발효를 한다. 샐러드나 구운 해산물류와 좋은 궁합을 보일만한 와인이다.

 

벤치마크 까베르네 소비뇽 (Benchmark Cabernet Sauvignon 2010)

호주 와인의 전형성을 순수하게 보여주며, 가장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프레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를 절반씩 쓰는 방식으로 12개월 간 숙성 과정을 거쳤다. 스모키한 향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가벼운 탄닌과 산미가 어우러져,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풍미다.

 

바로사 쉬라즈 (Barossa Shiraz 2010) 

바로사 지역에서 손수확한 포도로 양조한 와인으로 풍부한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양고기와 좋은 마리아주를 보여줄 만하고, 특히 강한 향신료를 사용한 아시아 음식과 매칭을 해도 훌륭한 조화를 이룰 것 같은 와인이다.   

 

더 홀리 트리니티 그르나슈 쉬라즈 무르베드르 (The Holy Trinity G.S.M 2008)

남부론 와인을 롤모델로 삼았다고 소개된더 홀리 트리니티는 그르나슈(Grenache) 46%, 쉬라즈(Shiraz) 31%, 무르베드르(Mourvedre) 23%로 론의 블렌딩 스타일을 따랐다. 파워풀한 미감이 전해지며 낙엽이나 흙, 체리와 라즈베리 등의 아로마가 정교하게 어우러졌다. 대부분의 육류 요리와 좋은 궁합을 보여줄 법하다.

 

글_ 안미영

 

* 와인21닷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Posted by Miyoung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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